그린스펀의 이끄는 美 연준은 지난 2000년 붕괴한 주식시장 버블에 상당히 효과적으로 대 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1년 경기침체는 완만하고 일시적인 것이었고, 고용 및 물가 는 연준리의 안정목표 범위 내에 들었다.그러나 주식거품 붕괴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미국경제는 주택시장 거품 가능성, 저축률의 저하 그리고 거대한 무역수지 적자라는 또 다른 위협요인에 시달리고 있고, 이런 위협요인 이 발생한 데는 그린스펀의 버블 후 정책대응이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 는 중이다.최근들어서는 연준리 관계자들이 이런 비판에 대해 어느 정도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 지만, 이들은 만약 정책기조가 달랐다면 상황은 더 비참했을 수 있다는 식으로 책임을 피해 가려고 하고 있다.어쨌든 연준리는 연방금리를 45년래 최저치로 인하해 미국인들로 하여금 저축할 의욕을 접 게 만들었고 주택가격의 급등양상을 이끌어낸 것이 분명하다. 거기에 부시정부와 의회가 조세삭감 정책을 통해 가계 구매력을 한층 끌어 올렸다. 이런 지출양상은 미국경제가 거대 한 무역적자에 시달리게 만들며 또한 대규모 해외부채를 형성하게 한 주된 요인이었다.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면야 미국인들로서는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연준리 관계자 들이나 국제금융기구 담당자들 그리고 민간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모두 이런 추세가 계속 유지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입을 모은다.미국인이 소비를 자제하고 해외저축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실제로 이런 양상이 전개될 경우 미국경제는 또다른 불확실성의 영역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페드와처 그레그 입(Greg Ip) 기자는 "버블 후유증에 대한 연준리 의 처방이 불러온 부작용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현재 상황에 대한 판단과 쟁점을 요약한다.◆ 금융경제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연준리, 정책 기준 "공백"에 당혹그는 한 때 연준 이사와 부시행정부 자문역을 담당했던 로렌스 린지(Lawrence Lindsey)의 언급을 인용 "미국은 자산버블에 직면하여 전례없는 정책적인 대응에서의 성공을 일궈냈다 .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경제학 교과서의 역사를 새로 쓰는 이런 장정이 다음 페이지를 열었을 때 아무런 지침도 없는 빈 공백을 만나게 된다는 사실이다"라고 지적했다.연준리는 현재 형성된 불균형이 큰 고통없이 해소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모양이다. 금리를 인상하면서 점차 소비지출이 둔화될 것이고, 미국제품의 해외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 고 있다. 미국경제의 성장동력이 내수에서 기업의 설비투자와 수출로 이동할 것이라고 판 단하는 것이다. 그린스펀 연준리 의장은 9일 의회 합동경제위원회 증언에서 최소한 이런 점들에 대해 설명 했어야 한다고 그레그 입은 주장한다.문제는 소수이기는 해도 좀 더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시나리오의 전개를 예상하는 전문가들 이 늘고 있다는 데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리가 주식시장 거품을 주택시장 거품으로 바꾸어 놓았을 뿐이라고 까지 말한다. 이 거품이 붕괴하면 소비지출이 급격히 줄어들고 해외투자자들의 주식 및 채권매도와 달러자산 매도세가 이어지고 금리가 급등, 결국 美 경제가 급격한 경기침체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여기서 그레그 입은 통화당국의 정책적 선택에 대해 사전진압 혹은 사후수습인가라는 양분론을 제기한다.자산거품에 직면하였을 경우 연준리는 조기에 거품을 눌러버릴 수도 있고 또 거품이 붕괴될 때까지 지켜본 뒤 충격을 만회하는데 주력할 수도 있다. 1929년 연준리와 1989년 일본은행은 첫 번째 길을 선택했는데, 그 결과는 1930년대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 그리고 일본의 장기 불황의 지속이었다.1990년대 그린스펀은 후자의 길을 선택했고, 물가가 안정적인 한 주식시장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았다. 주식시장의 거품이 붕괴하자 연준리는 금리를 급격하게 인하하였고, 2004년 중반 디플레이션 위협이 사라졌다고 판단할 때까지 1% 금리를 유지했다.그린스펀은 누구보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 내포하는 위험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런 위험보다는 당장 눈 앞에 놓인 미국경제의 추락을 막는 것이 급선무라는 점을 이용했다. 만약 내년 초 그가 연준리를 떠나게 될 때까지 상황이 받쳐준다면 그는 전무후무한 역사적 위업의 영예를 안고 퇴진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만약 최근 위협이 되고 있는 주택시장의 거품이 붕괴되고 달러화가 급력하게 하락한다면, 그린스펀은 전혀 다른 평가를 받으면서 물러냐야 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사가인 에드워드 챈슬러(Edward Chancellor)는 연준리가 거품붕괴 이후 통화정책에서 "중대한 실험"을 단행했다고 평가하면서 "아직 그 결과에 대해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저금리 대응 아니었으면 상황은 더 나빴을 것사실 이전부터 연준리는 계속 과도한 저금리 정책을 구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다른 방식이었다는 오히려 경기침체의 골이 더 깊었을 것"이라는 식으로 맞대응해왔다. 즉 저금리 정책이 소비와 주택부문에 미치는 악영향을 알지만 그래도 이 때문에 고용시장이 회복되고 디플레이션 위험이 줄어들었다는 연준리 관계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더구나 2004년 초 그린스펀 의장은 "버블 자체에 대한 대응이 아닌 버블붕괴 사후 대처전략은 성공적이었다"며 일종의 '승리선언'까지 내놓은 바 있다. 주택시장의 과열이나 여타 성장을 위협하는 불균형 양상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소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그러나 이러한 불균형 양상들은 기대와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그 덩지를 키워갔다. 지난 4월 도널드 콘 연준리 이사는 결국 "이러한 불균형의 정도가 전례없는 수준까지 증가했다"는 점을 시인했다.콘 이사의 2003년 2월 연설 이후 주택가격은 25% 올랐고, 총 모기지대출 규모가 28% 늘어났지만, 세후 소득은 13% 증가하는데 그쳤다. 가계의 저축률은 2000년 2%에서 0.9%까지 떨어졌다. 한편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6%가 넘어서고 있으며,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은 이 수준이 더이상 유지될 수 없는 '위험지대'라고 보고 있다. 지난 2000년까지만 해도 GDP의 4% 수준이었던 경상수지 적자의 이 같은 증가세로 인해 미국은 매일 20억달러 정도를 해외에서 빌려쓰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외국인들에게 빌린 돈이 늘어가면서 외국인들이 미국에게 좀 더 금리를 올리거나 달러가치를 낮추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물론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확대에는 유럽과 일본의 부진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미국의 수출제품에 대한 수요둔화라는 중요한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 또 중국의 고정환율로 인한 부담도 존재한다.하지만 미국인들이 워낙 저축을 적게 하기 때문에 이런 필요한 자본이 국내에서 조달되지 못하고 해외에서 유입되는 것이다. 해외중앙은행들을 자국 통화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높게 유지하기 위한 개입정책을 구사하여 매수한 달러화를 미국 국채시장으로 유입하고 있다.◆ 불균형 시정에 대한 연준과 그린스펀의 낙관그레그 입은 이런 양상이 계속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문제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세계경제가 다시 균형을 되찾을 수 있느냐 하는데 있다고 지적했다.과연 달러화 약세와 해외수요의 진작을 통해 불균형이 시정될 것인가? 아니면 달러화의 급락과 美 금리의 금등 그리고 세계경제의 침체라는 혼돈을 통해서만 문제가 해소될 수 있는 것이냐 하는 곳으로 쟁점이 집약된다는 것이다.전 연준리 의장이었던 폴 볼커는 후자와 같은 공황이 좀 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는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어느 순간에 가서는 신속하게 후퇴하고 외환 및 금리시장에 급격한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그러나 그의 후임인 그린스펀의 생각은 좀 다르다. 그는 자본주의 경제는 항상 '불균형' 요인을 안고 살아가며 또한 계속해서 자원 및 자본의 재분배 순환을 통해 불균형을 조절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점에서 불균형이 위기로 전환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고 그린스펀은 생각하고 있다.그는 "위기에 대한 예상이 실제 발생한 위기의 횟수를 크게 초과한다"며 자신은 "시장의 불균형을 조절하는 보이지 않는 손과 같은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연준리가 원하는 최선의 시나리오는 전개되지 않고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세는 기대수준 이하이고 무역수지가 3월에 다소 급격히 줄어들기는 했으나 1분기에는 여전히 연율로 6,940억달러, GDP의 5.7%선에 이르고 있다. 또 단기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장기금리는 계속 하락하여 경기둔화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연준의 향후 정책대응은..불균형 요인에도 불구하고 인플레 억제 지속이런 상황에서 연준리는 과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그레그 입 기자는 앞서 볼커 전 연준의장의 경우 "경상수지 적자"문제에 좀 더 집중하여 금리를 계속 인상함으로써 해외투자자들의 신뢰도를 제고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통제권을 획득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제출한 반면, 로렌스 린지의 경우 인플레이션 보다는 "주택시장"에 좀 더 주목하면서 자산거품이 붕괴되지 않도록 금리인상 추세를 완만하게 가져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권고를 내놓았다고 전했다.그레그 입은 지난 4월 도널드 콘 이사가 연준리는 불균형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글을 마쳤다."우리는 주택가격이 급등하였어도 금리를 낮게 유지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주택가격의 후퇴를 유발하는 한이 있어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금리인상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콘 이사는 힘주어 말했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