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사진)은 이같은 자신감을 올해 신년사에서 '유지자사경성(有志者事竟成)'이라는 고사성어로 표현했다. 후한서 경엄편에 나오는 이 말은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의미다. 박 회장은 "올해는 향후 경기 회복기에 대비해 잠재적 기회를 확보하고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여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강한 추진력을 갖추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은 올해의 핵심 추진 전략으로 ▲ 경기회복기에 대비한 기회 및 경쟁력 확보 ▲ 캐시플로(Cashflow) 극대화 ▲ 글로벌 수준의 경영 인프라 구축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온고지신…선제적 구조조정으로 몸만들기
두산그룹은 지난해부터 '선제적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선제적 구조조정의 시작은 대우조선해양 입찰 참여 포기였다. 경기 침체기를 맞아 신규사업에 진출하기 보다는 기존 핵심 주력사업에 집중함으로써 내실을 다지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아울러 사업 및 자산 매각도 추진했다. ㈜두산이 지난해 11월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테크팩사업 지분 100%를 4000억원에 매각했다. 이어 지난 6일에는 주류사업을 롯데주류BG와 5030억원에 매각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은 이들 사업을 매각한 대금을 차입금 감축과 향후 다양한 기회 포착을 위해 잉여금으로 비축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지주회사로의 전환도 가속도가 붙었다.
두산엔진도 보유하고 있던 STX 지분 350만주를 시장에 매각했으며, 두산인프라코어는 방산사업을 물적 분할했다.

앞서 두산은 외환위기 이전인 지난 1995년부터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당시는 구조조정이라는 단어 조차 생소했던 시절이었다. 한국네슬레, 한국3M, 한국코닥, OB맥주 영등포 공장, 음료사업부문, 두산씨그램 등 두산은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쉼 없이 사업을 매각했고 1998년 9월에는 OB맥주 지분까지 매각했다.
이같은 발빠른 구조조정을 통해 1997년부터 시작된 외환위기의 광풍을 수월하게 넘길 수 있었다. 그후 안정적인 유동성을 기반으로 2000년부터 새로운 사업 분야에 도전, 색다른 그룹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두산 관계자는 "1996년 당시 창업 100주년을 맞아 받은 컨설팅에서 이대로는 회사의 발전은 커녕 회사의 미래도 의심스럽다라는 충격적인 평가를 들었다"며 "이에 박용곤 명예회장이 알짜 기업도 필요하다면 매각하라고 지시하며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때 유명한 '나에게도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라는 걸레론이 나왔다.
두산이 2000년대 들어 새롭게 도전한 분야가 인프라지원사업(ISB. Infrastructure Support Business)이다. ISB는 도로, 철도, 항만, 공항 등 기존 사회간접시설뿐 아니라 에너지, 국방, 생산설비, 물류 및 운송설비 등을 망라하는 것으로 연간 시장규모가 전세계적으로 8700조원에 이른다.
2000년에 공기업 민영화의 일환으로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이 매물로 나오자 두산은 주저 없이 인수했다. 그룹의 근간이던 OB맥주까지 팔며 이미 확보해 놓은 현금이 원동력이 됐다. 이어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7 : 3이었던 소비재 및 산업재 비율을 1 : 9로 완벽히 변화시켰다.
두산 관계자는 "강력한 선제적 구조조정과 핵심 전략의 추진을 통해 올해 목표 달성은 물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현금확보와 글로벌 네트워크 공유가 중점
두산은 경기회복 시점을 2010년 이후로 보고 있다. 이 때를 대비하기 위해 올해는 제품별로 경쟁력 있는 글로벌 소싱업체 확보 등 구조적 개선을 통해 지속적으로 원가를 절감해 나가는 한편,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경영효율성 극대화에 주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한 사업의 지속성과 경기 회복기 투자 여력를 위해 현금(Cashflow)을 최대한으로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합리적인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운전자본 개선 및 견실한 재무구조를 확보해 나가는데 주력한다는 계획.
더불어 글로벌 수준의 경영 인프라 구축을 위해 재무기능의 표준화 및 프로세스의 개선 등에 주력하고, 글로벌 네트워크 공유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조직체계 구성에 역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특히 글로벌 네트워크 공유에 중점을 두고있다. 2005년 미국의 두산하이드로테크놀로지, 2006년 영국의 두산밥콕, 루마니아의 두산IMGB, 2007년 미국의 밥캣, 2008년 노르웨이 목시 등 해외 M&A로 한 식구가 된 계열사들과 효율적인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판매 딜러, 판매조직, 현지 법인 등의 제휴 및 공유 방안을 마련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두산은 작년 말 현재 세계 각지에 27개의 생산공장을 확보하고 있으며 91개의 법인, 74개의 지사, 4158개의 딜러를 두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경우 지난 2007년부터 준비해 온 베트남 두산비나(VINA) 생산공장을 올해 초 준공하고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발전 및 담수설비 등을 생산하는 이 공장의 생산 능력을 창원 본사 수준까지 끌어올려 세계 플랜트 시장에서 저가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국 업체와 맞서게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술 개발의 고삐도 늦추지 않을 방침이다. 두산중공업의 경우 친환경 시장의 급격한 확대에 대비해 기술역량 및 시장 선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서 강화될 환경기준에 맞추기 위해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 보일러 & 환경설비 일괄공급 기술, 그리고 풍력,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 역량 확보에 주력한다.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선진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줄이고 차별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가능한 분야에 투자를 집중한다.
㈜두산은 올해 주류사업 매각과 지주회사 전환을 마무리하고, 두산건설은 위기경영체제를 가동해 보다 견고한 재무안전성을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두산엔진 역시 원가경쟁력 확보를 통해 생산능력에 맞는 물량을 확보해 나가는 한편, 디젤발전사업과 엔진 부품 사업 및 서비스 사업을 활성화시켜 나가고 가시적인 성과를 올린다는 방침이다.
두산그룹은 이러한 전략을 중심으로 올해 매출액 25조원, 영업이익 1조8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작년 실적 예상치 보다 각각 9%, 27% 성장하는 수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