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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시라카와, 아베노믹스에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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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 정책 성적표 평가는 엇갈려

[뉴스핌=이은지 기자] 5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BOJ) 총재가 차기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의 통화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표시했다.

시라카와 총재는 지난 19일 퇴임 회견에서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의 통계를 보면 대량 통화공급과 물가상승의 상관관계가 깨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의 자산매입 정책을 줄곧 반대해온 그가 퇴임 연설을 통해 재차 반대의견을 표시한 것이다. 

시라카와는 통화 정책의 제한적인 효과를 거듭 강조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하나의 묘안이 있었다면 지난 15년간 디플레이션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며 "말을 통해 중앙은행이 시장을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시라카와 총재가 스탠리 피셔-벤 버냉키로 대표되는 MIT 연구소 출신 영미 중앙은행 정책가들의 '실험'에 반기를 들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피셔와 함께 버냉키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ECB) 총재 등은 경제주체의 기대심리를 조절하는 식으로 경제를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자신들의 중대한 업적이라고 본다. 버냉키 의장이 투명성과 시장과의 의사소통을 강조한 것이나 드라기 총재가 말 한마디로 유럽 위기를 잠재운 것 그리고 아베 총리 역시 몇 마디 말로 환율과 증시를 크게 움직인 것은 기대심리 조절을 통한 정책 효과를 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시라카와 총재는 통화 정책 외에도 성장률 진작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별도의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주된 이유는 잠재성장률의 하락이기 때문에 통화정책 만으로는 안 되고, 정부가 나서서 성장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시장과 정치권의 요구는 장기적인 경제적 안정을 도모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다"라고 말해 참을성이 부족한 금융시장이 중앙은행에 대해 공격할 때 상당히 깊은 어려움을 겪었음을 드러냈다.

3월 19일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가 마지막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사진=Xinhua/뉴시스]
시라카와에 정통한 소식통은 그간 시라카와 전 총재가 구조적 문제들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해왔다는 점을 확인해줬다. 노령화와 GDP의 2배가 넘는 과도한 국가부채 등이 갑작스러운 정권 교체에 밀려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같은 생각은 보다 강력한 조치를 원하는 시장과 정치가들 사이에서 회의론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일본은행과 정치권의 불협화음은 지난 1월 정부와 일본은행이 인플레이션 목표를 2%로 설정한 공동 성명서를 함께 발표하면서 정점에 이르렀다.

지난해 정권을 탈환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은행의 독립성을 담보로 해서라도 BOJ가 보다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해온 인물. 이는 보다 적극적인 완화책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구로다 하루히코 차기 일본은행 총재의 견해와 일치하는 부문이다.

시라카와와는 대조적으로 구로다는 BOJ가 통화 정책만으로도 물가 상승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구로다는 2년 내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채권매입의 규모와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로다가 적극적인 완화책을 시행할 것이라는 기대는 시장에 즉각 반영됐다. 일본 증시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엔화 가치도 수년래 최저치로 하락한 것.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줄리안 제솝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구로다 총재 지명 이후 보다 적극적인 완화책을 기대하는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본 자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을 두고 "일본 밖의 사람들은 시라카와의 성적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음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다만 제솝은 이러한 견해가 다소 가혹한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BOJ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여타 중앙은행들의 완화 행보에 동참하지 않은 것으로 비판을 받아 왔는데, 금융 시스템과 관련한 긴장감이 훨씬 심각했던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BOJ는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훨씬 적었다는 것이다.

시라카와는 재임 중 78번의 정책 회의 동안 15번의 완화책을 제시했다. 긴축정책은 단 한 건도 시행하지 않았다. 게다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행해진 BOJ의 양적완화 정책이 제한적인 효과를 거둔 것을 고려해보면 그가 지난 2010년 10월 제시한 자산매입 프로그램은 혁신적이었다는 평이다.

시라카와는 이 외에도 다양한 융자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이들 중 일부는 영란은행(BOE)이 참고했을 정도. 

많은 전문가들 역시 시라카와가 글로벌 쇼크가 계속되는 가운데에도 일본의 금융 시스템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21.8조 엔의 자금을 은행권에 수혈해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을 막은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까지 시라카와와 함께 BOJ에서 일한 카메자키 히데코시 전 BOJ 정책 이사회 의원은 "전례 없는 사건들 사이에서도 금융 시스템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은지 기자 (sopresciou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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