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주가 부양 효과 희석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연초부터 이어진 주가 급락에 뚜렷한 매수 세력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지만 올들어 지난해보다 더욱 공격적인 매입에 나선 ‘큰 손’이 확인돼 관심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미국 기업이다. 10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상장 회사들이 올해 첫 4주 동안 사들인 자사주가 지난해 같은 기간 매입한 물량을 웃돌았다.
맨해튼의 금융권 <출처=블룸버그통신> |
이와 별도로 골드만 삭스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물량이 연초 주식시장의 거래량 가운데 20%의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지표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다. 올들어 주가 급락 과정에 증발한 시가총액은 3조달러에 이르는 상황. 미국 기업은 7년째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을 지속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주가 버팀목이 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 시장 전문가들은 자사주 매입에 따른 주가 상승이 한계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
벤자민 던 알파 티어리 어드바이저스 대표는 “자사주 매입의 효과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밸류에이션이 연초 이후 상당폭 떨어졌고, 주가를 현 수준에서 지탱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단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자사주 매입 상위 기업의 주가가 올들어 11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시점에 집중됐지만 수익성 저하에 따른 주가 하락 압박에 이렇다 할 버팀목이 되지 못한 셈이다.
지난 2007년 이후 기업은 자사주 매입에 2조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쏟았고, 특히 지난해 최대치 기록을 세웠다.
수년간 자사주 매입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한편 유통 주식수를 줄여 이익 부진에도 밸류에이션 부담을 축소하는 효과를 냈지만 S&P500 지수의 최근 주가수익률(PER)은 16.8까지 하락해 과거 10년 평균치인 16.6에 근접했다.
폴 카루스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 주식 헤드는 “미국 기업들이 수년간에 걸쳐 자사주 매입에 뜨거운 열의를 보였고, 아직도 모든 기회를 동원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주가 부양 효과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현금 자산을 투자보다 자사주 매입에 투입하는 움직임을 놓고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