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대만 '참수' 살해 피해 아동 어머니, "사형 말고 사랑을 주십시오"

기사입력 : 2016년03월30일 11:58

최종수정 : 2016년03월30일 22:27

피해 여아의 유가족이 사용을 허락한 샤오덩파오의 생전 모습 <사진=피해 여아 모친의 SNS>

[타이베이=강소영 대만 특파원] 최근 타이베이 시내에서 발생한 4세 여아 살해 사건으로 대만 사회가 큰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참혹한 살해 현장을 두 눈으로 목격한 피해 여아 어머니의 침착한 대응과 사려 깊은 주장이 대만 사회에 큰 반향과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비극적인 이번 사건이 대만 사회 전반의 제도적 결함을 개선하고, 잘못된 사회 풍토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고 있다.

28일 오전 타이베이 네이후(內湖) 시내 한 초등학교 근처. 엄마 곁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샤오덩파오(小燈泡, 4세)는 갑작스럽게 달려든 30대 남자의 흉기(칼)에 목이 잘려 살해되는 끔찍한 참변을 당했다.  범인은 인근 주민에 의해 현장에서 검거됐지만, 임신 중인 샤오덩파오의 엄마는 딸의 비참한 죽음을 두 눈으로 지켜봐야 했다. 천인공노할 사건에 대만 사회가 분노에 들끓었고, 사형제 존폐 논란이 재점화됐다.

금수만도 못한 살해범을 사형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됐지만, 정작 피해자인 샤오덩파오 어머니의 반응은 달랐다. 그는 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으로 사형제 존폐 논란이 일어나는 것을 희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교육과 가정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후 대만 사회에서는 사회안전망 확충과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수립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사건 당일 현장을 방문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당선인은 피해 여아에게 남긴 친필 서한에서 "너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게 하겠다. 이 사회에는 너무 많은 문제가 있다. 앞으로 최선을 다해 이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겠다"며 사회안전망 확충을 약속했다.

차잉원은 피해 아동의 어머니에게도 "사회안전망의 결함으로 사회 주변인으로 전락한 이들을 제도를 통해 끌어안아야 합니다. 누구나 공평한 교육의 기회를 얻고, 안정된 직업을 가지며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반응의 이면에는 이번 살해 사건 범인의 이력과 관련이 있다. 30대 살해범 남성이 무직의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마약 전과범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업, 교육 ,불안정 계층 등 사회 문제가 다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

특히 이번 사건이 발생한 하루 뒤인 29일 타이베이 신베이터우(新北頭) 지하철역에서 경찰이 28세 남성에게 흉기로 찔리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대만에서는 묻지마 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재발 방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묻지마 범죄 범인의 상당수가 정신질환 경력이 있다는 점에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강제 입원 등 제도 보완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피해 여아의 어머니는 일부 대만 언론의 무분별한 취재 행태의 개선도 요구했다. 29일 오후 샤오덩파오의 어머니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건을 취재·보도하는 수많은 언론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당부했다. 눈물을 참아내며 침착한 목소리로 당부의 말을 전하는 피해 아동 어머니의 모습에 대만 사회가 놀라움과 경의를 표하고 있다.

그는 ▲ 자신의 SNS에 공개한 샤오덩파오와 부모의 사진은 사용을 허락하지만, 사진 속 다른 사람의 초상권은 지켜줄 것 ▲ 인터넷 상에 유포된 현장의 끔찍한 사진과 매체의 보도 사진을 자진 삭제 할 것 ▲ 필요이상으로 자세한 보도로 상처를 입을 유가족을 위해 절제된 보도를 해줄 것 등으로 요구했다.

그는 "샤오덩파오는 갔지만, 내겐 아직도 세 명의 자식과 가족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이번 사건으로 상처를 받지 않도록, 모두가 우리 가족을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만의 일부 매체는 사건 발생 후 피해 가족을 무분별하게 인터뷰하고, 사건 현장의 선정적인 사진을 여과 없이 내보내 비난을 사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언론 매체의 건전한 보도 행위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자신의 SNS에 억울하게 죽은 딸에게 남기를 편지를 남겼다. 약 1000여자의 한자로 된 편지는 딸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과 우리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사랑을 표현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대만 사회에 다시금 감동을 전달했다. 비통함과 그리움으로 물든 피해 아동 어머니의 편지 중 일부를 번역 소개한다.

"내 혈육의 모습이 희미합니다. 이미 늦었다는 걸 알았어요. 둥...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 보배는 (고통에서) 벗어났습니다. 저는 아가에게 말했어요, '얘야 이제 다 끝났단다'."

"샤오덩파오가 너무나도 그립습니다. 다행히 어젯밤 아이를 끌어안고 사랑한다는 말을 했어요. 다행히 연초에 아이가 좋아하는 디즈니랜드도 구경을 했고요, 비행기도 탔습니다. 불과 며칠 전 아이와 다음 달 생일에 쓸 케이크를 이야기 했는데....여러분,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꼭 껴안아 주세요. 아주 힘껏, 깊이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우리는 운명을 알 수 없습니다."

"저희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빨리 조사가 마무리되고, 둘로 갈라진 아이의 몸을 다시 하나로 합한 후 꼭 안아주고 싶습니다. 그리곤 다시금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주려고 합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돌연 취소된 '2+2 통상협상' 왜?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5일(현지 시각) 미국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2+2 재무·통상 협의'가 돌연 취소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측이 한국 대표단에 '양해'의 뜻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설명이지만, 외교상 결례에도 불구하고 협의를 미뤄야 했던 배경에는 한국 협상단을 길들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전 9시경 이메일로 미국 측으로부터 협의 취소를 통보 받았다. 이날 오전 구 부총리는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당시 인천공항 대기실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는 이 같은 사실을 오전 9시 30분께 언론에 공개했고, 구 부총리는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오전 9시 50분께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날 회의가 취소가 된 배경에 대해 기재부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긴급한 일정'에 대한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측이 이메일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협상 관련 구체적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과의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김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등을, 여 본부장은 제이미스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만난다. 하지만 양국 경제·통상 수장이 구체적 이유 없이 협의를 돌연 취소한 배경으로 한미간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 아니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일 미국으로 출국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귀국할 예정이지만, 고위급 협상에 진전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1000억달러(약137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미국 정부에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보다 먼저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 짠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5500억달러(약 757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약속하고 미국과의 상호관세 15%부과에 합의했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다만 한국 정부가 제시할 투자 규모에 미국 정부가 만족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최근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에 공개한 일본 대표단과의 협상 사진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미 투자액을 상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투자액이 나온다. 애초 일본이 제시한 투자액 4000억달러는 펜으로 그어져 있고, 그 위에 5000억달러라는 숫자가 써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일본의 대미국 투자액은 5500억달러라고 공개했다. 협상액보다 500억 달러가 높아진 셈이다. 촉박한 협상 일정을 무기 삼아 미국이 비관세 영역도 손보려는 의도가 아니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025년 미국 무역대표부의 비관세 장벽 보고서(NTE)에서도 한국의 방산·통신·원전 분야를 지적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산과 통신은 미국 기업의 진입 장벽이라는 측면에서 구조 개선에 대한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wideopen@newspim.com 2025-07-24 18:42
사진
특검, 한덕수 자택·총리공관 압수수색"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내란특검팀이 24일 국무총리 서울공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특검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검은 이날 한덕수 전 총리 자택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07.02 leehs@newspim.com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한 전 총리 등을 다시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검토할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sheep@newspim.com 2025-07-24 13:5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