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구역 지정부터 주거약자 보호…사전협의제도는 연내 법제
[뉴스핌=최주은 기자] 서울시가 뉴타운·재개발과 같은 정비사업에서 불법 강제 철거로 주민이 삶의 터전을 잃고 거리로 내몰리는 일이 없도록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관리처분인가 이전에 사전협의체를 꾸려 운영해야 하고 그 주체도 조합에서 구청장으로 바뀐다.
서울시는 ‘사업계획’ ‘협의조정’ ‘집행’ 등 정비사업 전 과정을 아우르는 3단계 ‘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 종합대책’을 수립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종합대책은 정비구역 지정 요건을 강화하는 등 사업 초기부터 사회적 약자의 주거권을 고려하는게 핵심이다. 동시에 사전협의체 구성 주체를 구청장으로 지정, 협의의 실효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자료=서울시> |
우선 정비구역 지정, 조합 설립 등 ‘사업계획단계’에서는 정비구역 지정 요건을 사람·인권 중심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노후도나 가구밀도 같은 물리적‧정량적 평가만으로 정비구역 지정을 추진했다. 앞으로는 거주자의 의향, 주거약자 문제, 역사생활문화자원 존재 여부 등 대상지 특성을 종합적‧정성적으로 판단해 구역 지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협의단계’에서는 사전협의체 운영을 ‘관리처분인가 이후’에서 보상금액이 확정되기 전인 ‘분양신청 완료’ 시점으로 앞당긴다. 보상금액이 결정되고 관리처분계획 이후에 사전협의가 진행되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그동안 법령이나 운영기준 없이 행정지침으로 운영돼온 사전협의체 제도를 연내 조례개정을 통해 법제화하고 세부 운영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조례 개정을 통해 사전협의체 구성 주체를 기존 조합에서 구청장으로 변경하고 민간 전문가도 새롭게 합류시키기로 했다. 또 협의가 원만하지 않을 경우 구청장, 민간 전문가 등이 합리적 조정안을 제시해 과도한 보상 요구, 발목잡기 논란 등 세입자와 청산자간 갈등을 풀어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구청장에게 도시분쟁조정위원회 직권상정 권한을 부여해 협의가 불발될 경우 적극적 분쟁 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관리처분 인가 이후 이주와 철거가 이뤄지는 ‘집행단계’에서는 사전 모니터링과 현장 관리 감독을 강화한다. 이주단계(관리처분인가~착공 전)인 시내 45개 사업장에 대해 사전 모니터링을 실시해 강제철거를 방지하고 갈등조정 코디네이터도 파견해 미이주 가구에 이주, 철거 절차를 안내할 예정이다.
불가피하게 인도집행을 할 경우에는 감독 공무원을 현장에 입회시켜 조합측 고용인력의 폭력 등 불법행위를 단속하고 위법 행위가 있을 경우 고발조치할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람은 결코 철거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강제퇴거는 편의가 아니라 최종수단이 돼야 한다”며 “2009년 발생한 용산참사와 같은 가슴 아픈 역사가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모든 법·행정 권한을 동원해 강제철거를 원칙적으로 차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