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리먼과 도이체방크, 무엇이 같고 다른가

기사입력 : 2016년10월01일 04:46

최종수정 : 2016년10월01일 07:44

벌금액 54억달러 합의 근접으로 급한 불 끈 셈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8년 전 9월 전세계 금융시스템을 뿌리부터 흔들었던 이른바 리먼 사태는 헤지펀드의 자금 회수를 발단으로 전개됐다.

10개 헤지펀드가 지난 29일(현지시각) 도이체방크로부터 파생상품 청산 관련 포지션을 축소한 한편 현금을 회수한 사실은 투자자들의 기억을 2008년 악몽으로 되돌렸다.

도이체방크 <사진=블룸버그>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이번 도이체방크의 상황이 유럽판 리먼 사태로 번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리먼 브러더스가 무너지기 직전에도 시장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목소리를 냈다. 전세계 금융섹터에 도미노 하락을 일으킨 도이체방크와 리먼 브러더스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사실 도이체방크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우려는 연초부터 고개를 들었다. 에너지 섹터의 여신이 상당 규모에 이르고, 유가 하락이 이어질 경우 재무 부실과 유동성 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유가 반등으로 한 시름 돌리는 듯했던 도이체방크는 엉뚱한 곳에서 복병을 만났다.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매각 관련, 미국 법무부가 140억달러에 이르는 벌금을 부과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대한 경고부터 독일 정부의 구제금융 논란까지 사태는 일파만파 확산됐다.

30일 도이체방크가 미국 법무부와 벌금액을 54억달러로 낮추는 데 합의에 근접했다는 소식이 투자자들의 공포감을 진정시켰지만 발 등의 불이 완전히 진화된 것은 아니다.

기라성 같은 은행도 유동성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는 속수무책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얘기다.

과거 리먼이 그랬다. 고객들이 앞다퉈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고, 리먼 경영진은 당장 팔아치울 수 있는 유동 채권부터 헐값에 매각해 디폴트를 막아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적어도 이론상 이와 같은 패턴의 유동성 위기가 어떤 금융회사에나 발생할 수 있고, 고객들의 자금 상환 요구를 온전하게 충족시킬 만큼 신속하게 자산을 매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런던 트레이더들 <출처=블룸버그>

도이체방크를 통해 파생상품을 청산하는 헤지펀드가 거래에서 발을 빼는 움직임을 예사롭게 보기 어려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론 펀더멘털 측면에서 도이체방크와 리먼 브러더스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리먼은 주력 비즈니스의 속성상 재무 구조가 도이체방크에 비해 취약했다.

헤지펀드를 포함한 기관 투자자들과 채권 파생상품을 거래했던 리먼은 대부분의 유동성 흐름을 하루짜리 초단기 자금인 레포에 의존했다.

고객들이 거래에서 발을 빼고 자금을 상환하자 리먼의 신용은 급강하했다. 레포 연장은 철저하게 막혔고, 은행을 중심으로 거래 상대방은 파생상품 거래 관련 추가 담보를 요구하며 리먼을 코너로 몰았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현금과 유동 자산을 근간으로 했던 리먼의 비즈니스가 무너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거미줄처럼 얽힌 금융 거래 네트워크가 순차적으로 마비되면서 전례 없는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이와 달리 도이체방크는 비즈니스 영역이 크게 다각화 돼 있고, 거래 상대방 역시 투기거래자보다 소매 금융 업체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 6월 말 기준 도이체방크의 유동 자산은 2200억유로(2468억달러)로 총 자산의 12%에 달했다. 이는 파산 1개월 전 리먼이 보유했던 유동 자산 규모 450억달러와 총 자산 대비 7.5%의 비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치다.

도이체방크 역시 유럽중앙은행(ECB)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과 비즈니스 여건 악화로 인해 수익성이 둔화, 재무건전성에 흠집이 발생했지만 펀더멘털 측면에서 리먼과 같은 위급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독일 금융 리서치 업체 오토노머스의 스튜어트 그레이엄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 인터뷰에서 “도이체방크의 유동성 가운데 94%는 손실 없이 매각해 ECB의 스트레스 테스트 기준 상 30일 유동성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자산으로 구성돼 있다”며 “과거 리먼과는 분명 차별화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유로화 <출처=블룸버그>

뿐만 아니라 도이체방크는 ECB의 지원 가능성이 열려 있다. 매각하기 어려운 자산도 ECB를 통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역시 과거 리먼이 추가 신용라인을 요청했을 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담보 자산의 부족을 이유로 지원을 거부했던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문제는 투자자들의 신뢰다. 리먼과 근본적인 차이에도 투자자들이 여전히 도이체방크에 대해 안심할 수 없는 것은 투자자 신뢰가 무너지면서 유동성이 빠져나가는 상황을 견뎌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독일 정부는 도이체방크의 구제 금융에 나설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일부 외신은 구제 금융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정치적 자살 행위나 다름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연일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며 30일(현지시각) 장중 한 때 10유로 아래로 무너졌던 주가는 벌금 감면 합의 소식에 급반전하며 6% 이상 치솟았다.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상황이 크게 개선됐지만 위기 상황을 모면한 것으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월가 투자은행(IB)의 지적이다.

수익성 악화로 장기간 자본적정성을 충족시키는 데 도이체방크 경영진이 고전하고 있는 데다 올해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을 감안할 때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벌금 역시 상당한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JP모간의 분석에 따르면 벌금액이 30억~35억달러 선으로 줄어들지 않을 경우 도이체방크가 다른 법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도이체방크가 신규 자금 수혈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영진이 기존의 주주들을 중심으로 신뢰를 회복시킨 뒤 신주 발행을 포함한 자금 확보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밖에 ECB가 추진하는 장기저리대출프로그램(LTRO) 등 마지막 수단까지 동원해 유동성 위기를 진화할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날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도이체방크의 상황은 과거 리먼 사태와 다르지만 여전히 금융권에 커다란 리스크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돌연 취소된 '2+2 통상협상' 왜?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5일(현지 시각) 미국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2+2 재무·통상 협의'가 돌연 취소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측이 한국 대표단에 '양해'의 뜻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설명이지만, 외교상 결례에도 불구하고 협의를 미뤄야 했던 배경에는 한국 협상단을 길들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전 9시경 이메일로 미국 측으로부터 협의 취소를 통보 받았다. 이날 오전 구 부총리는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당시 인천공항 대기실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는 이 같은 사실을 오전 9시 30분께 언론에 공개했고, 구 부총리는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오전 9시 50분께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날 회의가 취소가 된 배경에 대해 기재부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긴급한 일정'에 대한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측이 이메일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협상 관련 구체적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과의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김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등을, 여 본부장은 제이미스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만난다. 하지만 양국 경제·통상 수장이 구체적 이유 없이 협의를 돌연 취소한 배경으로 한미간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 아니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일 미국으로 출국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귀국할 예정이지만, 고위급 협상에 진전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1000억달러(약137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미국 정부에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보다 먼저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 짠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5500억달러(약 757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약속하고 미국과의 상호관세 15%부과에 합의했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다만 한국 정부가 제시할 투자 규모에 미국 정부가 만족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최근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에 공개한 일본 대표단과의 협상 사진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미 투자액을 상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투자액이 나온다. 애초 일본이 제시한 투자액 4000억달러는 펜으로 그어져 있고, 그 위에 5000억달러라는 숫자가 써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일본의 대미국 투자액은 5500억달러라고 공개했다. 협상액보다 500억 달러가 높아진 셈이다. 촉박한 협상 일정을 무기 삼아 미국이 비관세 영역도 손보려는 의도가 아니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025년 미국 무역대표부의 비관세 장벽 보고서(NTE)에서도 한국의 방산·통신·원전 분야를 지적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산과 통신은 미국 기업의 진입 장벽이라는 측면에서 구조 개선에 대한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wideopen@newspim.com 2025-07-24 18:42
사진
특검, 한덕수 자택·총리공관 압수수색"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내란특검팀이 24일 국무총리 서울공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특검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검은 이날 한덕수 전 총리 자택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07.02 leehs@newspim.com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한 전 총리 등을 다시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검토할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sheep@newspim.com 2025-07-24 13:5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