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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고 있는 국립극장, 마니아 넘어 대중들 시선에 맞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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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2017-18 레퍼토리 시즌 개막작 국립무용단 '춘상(春想)과 국립창극단 '산불' <사진=국립극장 제공>

[뉴스핌=최원진 기자] "국립극장은 전통예술만 보여주는 곳이 아닙니다."

벌써 5년째 레퍼토리 시즌을 맞이한 국립극장. 지난 2012년 스릴러 창극 '장화 홍련' 이후 국립극장은 전통예술만 보여주는 곳이 아닌 종합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2015년 초연한 국립무용단의 '향연(饗宴)'은 전통춤 대가 조흥동이 안무를 맡고, 패션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을 맡아 큰 큰 화제를 일으킨 작품이었다. 결과는 3년 연속 매진. 매 작품 파격적인 시도에 예술계에서 비판도 있었지만 국립극장은 이번 2017-18 레퍼토리 시즌에서도 역시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번 시즌 첫 작품은 지난달 21일부터 24일까지 공연된 국립무용단 '춘상(春想)'이다. '춘상'은 '봄에 일어나는 다양한 상념'이란 의미로 스무 살 청춘들이 겪을 법한 사랑의 감정을 1막 8장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고전소설 '춘향전'의 '춘향'과 '몽룡'이 오늘날 고등학교 졸업파티에서 첫눈에 반하는 '춘'과 '몽'으로 재탄생했다.

'춘상'이 시즌 개막작인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주로 창극을 시즌 개막 작품을 해오다 무용 공연을 하게 된 데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안호상 국립극장장은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게 됐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국립무용단이 무용극, 민속 무용, 현대 무용 등 다양하게 시도하며 춤 그 자체가 아름다운 예술을 공연으로 선보였다"며 "그동안 여러 시즌을 통해 축적한 몇몇 레퍼토리가 굳건히 뒤를 받쳐주기 때문에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며 색다른 출발임을 알리기도 했다.

'춘상'은 고전 '춘향전'을 재해석한 면도 색다르지만 한국무용의 대가 배정혜와 패션디자이너 정구호란 신선한 조합이 돋보였다.

4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2017-18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개막작 국립무용단 신작 '춘상' 시연 및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안무가 배정혜 <사진=국립극장 제공>

안무가 배정혜는 한국무용에만 국한하지 않고 현대무용, 발레, 재즈 등을 접목해 새로운 장르의 공연을 탄생시켰다. 여기에 정구호는 우리나라 전통색을 전혀 쓰지 않은 아이보리색 의상을 선택해 전통무용보다 현대무용에 더 가까운 느낌을 냈다.

특히 음악감독 이지수는 클래식이 아닌 아이유, 정기고, 볼빨간사춘기 등 대중가요를 편곡해 스무 살 청춘 사랑의 감정을 끌어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국무용인 부분을 찾기 힘들다"란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배정혜는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도 말이 먼저인가 문법이 먼저인가 생각을 안 한다. 예술가가 하고 싶은 대로 하다 보면 이론이 생긴다. 이론을 먼저 앞선다면 어떤 예술적 성장도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시대의 모든 음악이나 분위기를 무시하고 가는 것도 한 예술가로서 도리는 아니다. 한국무용이 생소한 대중들에 즐겁게 볼 수 있는 요인을 만들고, 현대무용 속에서 한국무용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며 논란을 잠재우기도 했다.

올해로 창단 6년째를 맞이한 국립창극단도 이번 시즌 기조에 함께했다. 한국 사실주의 문학의 교과서로 불리는 차범석 작가의 희곡 '산불'이 창극으로 오는 25일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그동안 연극 외에 오페라, 뮤지컬 등으로 만들어진 인기작품의 창극 버전은 큰 변화가 있다. 우선 연출을 맡은 이성열은 창극 첫 도전이다. 그는 '산불'을 사실주의가 아닌 추상적인 표현에 초점을 맞춰 원작과 또 다른 분위기의 무대를 연출한다. 6.25 전쟁통에서 사랑이란 감정을 다채롭게 보여주기 위해 원작에는 없는 귀신, 동물도 등장한다.

오는 2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창극단 '산불'에서 이소연, 김준수, 류가양 <사진=국립극장 제공>

무대 연출 이태섭은 본능, 혼란, 감정의 소용돌이를 의미하는 미장센으로 현대적인 감각을 입혔다. 6.25 전쟁이라는 역사 배경을 현대인들도 공감할 수 있게끔 한 시도다. 특히 음악은 영화 '부산행' 등 OST를 담당했던 장영규 감독이 제작했다. 영화 OST 감독의 창극 음악 작업은 색다르고 실험적이다. 음산한 까마귀 울음소리와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배경 음악은 전통 창극과 거리가 먼 느낌도 든다. 이에 김성녀 예술감독은 "작품 자체가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옛날에 했던 스타일을 그대로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장영규 감독에 대한 기대와 함께 탐험하는 기분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단원들과 워크숍을 통해 소리꾼들이 가지고 있는 어법을 찾고 조화를 시켜 '산불'에 어울리는 상징적 느낌을 살린 음향을 찾으려 노력했다. 현대적인 '산불'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며 나올 수 있는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인정했다.

예술이 그 시대를 반영하는 문화라면 그 중 명작은 시대를 넘어 소비되는 대중문화다. 시대에 따라 대중의 소비성향에 따라 변화돼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전통성 훼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립극장장 안호상은 "국립극장이 전통예술을 하는 극장이라는 편견이 국민에 깔려있다. 국립극장은 전통을 기반으로 하되 현대예술을 하는 곳이다. 전통을 기반으로 현대적 계승을 하는 곳"이라며 "많은 예술, 작품의 다양성은 중요하다. 작품의 스펙트럼을 넓혀 관객들 층을 두텁게 하는 것이 예술적 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국립극장은 다양한 장르, 시도를 통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2017-18 레퍼토리 시즌에서 색다른 작품들을 만나보길 기대한다.

[뉴스핌 Newspim]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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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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