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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문재인정부, 청와대만 있고 내각은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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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국정 운영 靑 비서진에만 의존
"청와대에서 다 하면서 장관들 질책하는 건 어불성설"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청와대 비서진의 손을 들어줬다. 집권 초기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위한 것으로 볼 수 있겠지만, 힘(?) 없는 내각을 보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않은 게 사실이다.

30일 관가 및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정부에서 청와대와 내각의 역할론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날 "청와대가 다 쥐고 흔들면서 장관들에게 일 못했다고 질책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비서진이 먼저냐 내각이 먼저냐를 떠나서 일단 현 상황이 '저지른 사람 따로 있고 야단 맞는 사람 따로 있는 그림'인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9일 장하성 정책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진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관계부처 장관들을 긴급 소집, 가계소득동향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의 소득이 줄면서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지자 관계부처 장관들을 소집해 대책을 세우는 회의였다.

그런데 회의 결과는 '앞으로 장하성 정책실장과 관련부처 장관들이 함께 경제 전반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회의를 계속 개최해 나가기로 했다'였다. 

청와대는 처음 배포한 결과 자료에서는 '장하성 정책실장이 주도해 관련부처 장관들과 함께'라고 썼다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서 급하게 '주도해'란 말을 빼고 다시 배포했다. 문구 수정에도 불구하고 장하성 실장에게 경제정책의 수장 역할을 맡으라는 신호로 해석됐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일차적으로는 (문 대통령이) '내가 (이 문제를) 신경쓰고 있다. 보고 있다'는 신호를 준 것으로 본다"고 했다.

즉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있다는 것을 환기시켰다는 말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장 실장을 언급했다.

장 실장은 'J노믹스'라 불리는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J노믹스의 핵심 브랜드인 소득주도성장 정책 성공을 위해 다시 한 번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장관들에 대한 질책과 다름이 없다. 회의에 참석한 김 부총리는 물론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나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관계부처 수장들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남북 문제와 외교·안보 분야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미국, 북한과 회담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보조 역할에 지나지 않는 모습이다.  

군사협력 등 한미동맹 분야에선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잇따른 돌출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뒷수습하기 바쁘다. 정작 뒷수습을 하면서도 청와대로부터 경고를 받은 적도 있다.

청와대가 문 특보에게도 경고를 하긴 했지만, 송 장관의 경우와는 결이 다른 느낌이다. 송 장관에게 한 것보다는 덜 거칠다. 적어도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해서는 문 특보의 발언에 힘이 쏠려 있다. 

또 사법개혁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에는 조국 민정수석이, 원자력발전과 쓰레기 대란 문제에는 김수현 사회수석이, 일자리는 반장식 일자리수석이 직접 챙기고 있다. 여기에서도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무얼 하고 있는지 잘 모를 정도다.

각 부처의 수장이 청와대 눈치를 보게 되니 해당부처 공무원들은 적극적, 창의적으로 일을 하기 보다는 '땅에 엎드려 꼼짝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힘이 없으니 령(令)이 설 리 없고, 그렇다보면 가뜩이나 경직된 관료사회를 움직이기는 더욱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정치권 인사는 "청와대 인사들의 못된 버릇이 있다"며 "초반에는 자기들이 다 하려고 하면서 장관을 꼭두각시로 만들고, 나중에는 책임을 장관들에게 떠넘긴다"고 언급했다.

상황이 이에 이르자 문 대통령이 각 장관들에게 힘을 좀 실어줘야 할 때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결과로 설명해야 한다"면서 "결과가 없는 데도 계속 그러면 그것은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지금 경제가 엉망이지 않나"라고 일갈했다.

ho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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