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복무제 헌법불합치 놓고 '시끌벅적'
해외에선 대체복무제 기간 '현역보다 길게 설정'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헌법재판소가 지난 28일 병역 거부에 대한 처벌 조항에 대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대체복무제를 포함하지 않는 병역법 제5조1항에 대해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대체복무제 도입이 현실화 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찬성하는 참가자들이 병역거부는 무죄라고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06.28 yooksa@newspim.com |
◆형평성이 가장 큰 문제 “나라는 누가 지키나”
“가뜩이나 병역법 속여서 동사무소로 빠지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어떤 근거와 기준으로 그런 사람들을 분류해서 대체복무를 시킨다는거죠? ‘국방의 의무’라며 예비역들은 바보라서 갔다 온 게 아닌데요.” 김모씨(남·26)
이처럼 전문가들은 ‘형평성’에 대해 우려했다. 한 국방 전문가는 “양심은 정량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문제”라며 “군대는 기본적으로 자유가 박탈당한 곳이다. 그런 곳을 누가 가고 싶어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김영길 바른군인권연구소 대표 또한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가장 고귀한 권리는 생명권과 자유권”이라며 “다른 이들은 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생명권을 담보로 군에서 복무하고 있다. 아무리 기간을 2배로 늘린다 한들 밖에서 대체복무를 하는 것과는 등가성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대표는 “군대 내에도 봉사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며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대표는 “양심이라는 말을 함부로 사용해선 안 된다”며 “발생 원인의 99.2%가 특정 종교 출신이다. 말 그대로 종교적 병역 거부고 신념적 병역 거부”라고 말했다.
앞서의 국방 전문가는 대체복무제가 모병제로 가는 수순이라며 직접인건비만 최소 3~4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징병제가 사실상 와해되는 단초가 되는 셈”이라며 “이렇게 되면 징병 가용 자원이 없어지는 건데 결국 모병제로 가게 되는 수순이다. 모병제로 가면 예산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국가 안보 차원에 있다고 주장했다. 국방 전문가는 “최근 미국도 10만 명 보병 병력을 늘렸다. 4세대 전쟁을 위해선 더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며 “망국적 판단이고 반역에 가까운 판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권과 민주주의 보장 위해 당연한 결과 “대체복무제 도입으로 군 문제도 개선되어야”
반면 헌재의 결정에 시민단체는 환영의 목소리를 내놨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전쟁 없는 세상,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28일 “대체복무제는 면제나 특혜가 아니”라며 “양심을 존중하면서 현역 복무와 형평성이 맞는 복무를 부과하여 공동체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 가운데 한 명인 이용석 ‘전쟁 없는 세상’ 활동가는 “원론적으론 우리도 양심이 주관적이라는 데에 동의한다”며 “외국에선 양심에 기반해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철저하게 서면과 면접 등으로 심사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군복무와 형평성에 차등을 둬 특별히 양심이나 신념이 없는 사람은 군복무를 선택하는 것이 이득이 되도록 선택 하도록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나오는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도 이 활동가는 “전제가 굉장히 안타깝다”며 “현재 군 사병 인권이나 환경이 열악하다는 데 동의한다. 불행경쟁을 할 게 아니라 대체복무제 도입을 계기로 오히려 군 문제가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주도로 2000년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대만에서도 군대 내 문제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는 “우수한 자원을 군으로 유입하기 위해 대만 군에서도 많은 노력을 했고 실제 자정 능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양심적 병역 거부’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오진 않을까. 이 활동가는 “군복무보다 대체복무 기간이 더 길고 사회적 인식이 좋은 것도 아닌데 굳이 선택할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물론 일상에서 쓰이는 ‘양심’과 법률 용어상 ‘양심’의 괴리는 있다”며 “양심의 자유를 국가가 보장해주는 것이 병역 거부자 인권을 보장해주는 것일뿐더러 사회 전체의 인권과 민주주의 국가를 지켜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체복무제’ 해외에선 어떻게 하고 있을까
전 세계적으로 징병제 국가 중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나라는 20여개 국이다. 대체로 공공기관, 사회복지분야, 교통·경비·소방 등에 투입되는 식이다.
독일은 1960년대부터 대체복무제를 시행했으나 2011년부터 모병제로 전환하면서 대체복무제를 폐지했다. 당시 독일은 재활센터, 유치원, 요양원 등 공공복지 분야에서 대체복무를 허용했다.
2000년부터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대만은 사회치안, 사회서비스 분야, 사법행정, 외교, 공공행정, 관광서비스 등 비교적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동한다. 대체복무 기간은 현역(4개월)과 비슷한 4~6개월이고 합숙 생활을 원칙으로 한다.
이 외에도 그리스와 러시아 등에서도 대체복무제를 택하고 있다. 그리스의 경우 현역(9~12개월)보다 긴 15개월을 근무하며 러시아도 현역(1년)보다 긴 18개월을 근무한다.
이처럼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국가들은 대체복무가 병역 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고 현역 군복무와 형평성을 갖춰야 한다는 이유에서 대체 복무 기간을 현역보다 더 길게 설정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번 헌재 결정에 따라 정책 결정 과정 및 입법 과정을 거쳐 최단 시간 내에 정책을 확정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