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드라마 JTBC ‘미스 함무라비’서 속기사 열연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2013년 데뷔했으니 벌써 6년차다. 그 중 절반은 악역으로 대중을 만나 자연스레 ‘악녀’에 대한 이미지가 심어졌다. 그런 이엘리야(28)가 JTBC ‘미스 함무라비’를 통해 새로운 악역이 아닌 새로운 캐릭터로 새롭게 도약했다.
‘미스 함무라비’는 문유석 판사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드라마 대본 역시 직접 집필했다. 이 작품은 원리원칙이 우선인 판사와 현실주의 부장 판사, 이상주의 초임 판사가 펼치는 법정 드라마다. 여기서 서울중앙지법 민사 제44부 속기 실무관 이도연으로 분한 이엘리야를 25일 뉴스핌이 만났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이엘리야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7.25 deepblue@newspim.com |
“이 작품 대본을 봤을 때 다른 드라마와 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악역으로서 중심을 끌고 가는 인물이나, 자극적인 요소들이 없었거든요. 그런 드라마나 매체에 익숙해진 분들에게는 ‘함무라비’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기도 했죠. 이 드라마를 택한 이유는 대본에서 따뜻함이 느껴졌어요. 제 스스로에게 감동이 됐던 시나리오였고요. 이 진실 된 이야기를 배우들도 진심을 다해서 표현하면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하기도 했어요.”
자극적인 요소가 없이, 단순히 민사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만가 모든 극을 끌고 나간다. ‘미스 함무라비’는 인물이 중심이 아닌, 이야기가 중심인 드라마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한 캐릭터는 바로 이엘리야가 연기한 이도연이었다.
“도연이는 일터와 사생활이 정말 명확히 구분된 인물이었어요. 그래서 감정이나 표현, 표정들을 최대한 절제하고 연기도 깔끔하게 하려고 노력했죠. 도연이가 웹소설 작가라는 걸 일부러 숨긴 건 아니었어요. 감추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요. 그냥 말을 안 하고 있었던 것뿐이죠(웃음). 도연이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은 그 사람들의 시선이기 때문에 도연이는 신경을 안 쓴 것뿐이에요. 저는 오히려 도연이의 정체에 대해 너무 궁금해 하셔서 더 신기했는걸요? 하하.”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이엘리야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7.25 deepblue@newspim.com |
다른 드라마에서도 판사들의 이야기는 많이 다뤄졌다. 하지만 속기사는 다르다.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직업은 아니기 때문. 이엘리야는 “어렵다기보다 오히려 감사했다”고 말했다.
“속기사에 대해 백지인 상태여서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판사님이 속기사님을 직접 소개시켜 주셨어요. 속기사는 법원 내에서 일어난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이에요. 완벽한 증거와 증인의 말을 담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글을 쓰죠. 사적인 감정도 들어가선 안 되고요. 덕분에 도연이가 가진 사람에 대한 시각들을 잘 표현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특별한 직업의 가치를 알게 돼 감사했어요. 지금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요, 제 삶을 스스로가 속기사의 관점으로 기록해나가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작품 속 캐릭터를 살펴보면 문유석 작가의, 그리고 판사로서의 모습이 조금씩 녹아져 있다. 임바른(김명수) 역할에는 그의 어린 시절이, 정보왕(류덕환)에는 중년기의 모습이 그려진다. 도연에게는 ‘작가’라는 모습이 투영됐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이엘리야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7.25 deepblue@newspim.com |
“모든 인물 속에 작가님이 다 있는 것 같아요. 도연이는 판사나 법원에서 일어나는 인물이 아니라, 무게를 가진 인물이 아니에요. 무게를 가진 인물이 아닌, 작가님이 남모르게 노력하고 꿈을 가져왔던 작가라는 존재를 도연이 속에 투영해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판사가 아닌 꿈을 투영해 주신 것에 대해 저한테 굉장한 의미가 있어요.”
데뷔 6년차가 됐지만, 절반의 시간 동안 악역을 맡았다. 이번 역할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악역이 아닌 처음 접한 성격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엘리야는 “익숙한 이미지가 아닌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털어놨다.
“데뷔하고 3년 가까이 악역을 했어요. 밝은 캐릭터를 하거나 악역이 아니면 대중 분들에게 반전 캐릭터로 통할 것 같네요. 하하. 아직 못 보여드린 부분이 너무 많아요. 앞으로는 보여드리지 못한 부분을 잘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게 바람이고요. 지금까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연기했고, 간절한 마음으로 임했어요. 그러다보니 지금의 필모그래피가 됐네요. 이번 하반기에도 열심히 해서, 연말에 제 자신에게 ‘20대 잘 보냈다’라고 스스로에게 감동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려고요(웃음).”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