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오피니언 내부칼럼

속보

더보기

[조진구의 글로벌 나침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8월14일)을 맞아

기사입력 : 2018년08월13일 17:18

최종수정 : 2018년08월16일 09:18

“내가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있는데 일본 정부는 종군위안부를 끌어간 사실이 없다 하고 우리 정부는 모르겠다 하니 말이나 됩니까.”

1991년 8월 14일,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다고 고백했던 고(故) 김학순 할머니는 한일 양국 정부를 호되게 꾸짖었다. 그 때까지 일본 정부는 구(舊) 일본군이나 국가와는 관계가 없고 민간업자가 한 일이라고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같은 해 12월 6일 김학순 할머니를 비롯한 3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일본 정부는 정부 기관이 관여했다는 자료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듬해 1월 11일 아사히신문에는 요시미 요시아키 주오(中央)대학 교수가 방위청(당시) 방위연구소 도서관에서 구 일본군의 관여를 보여주는 문서를 발견했다는 특종기사가 실렸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이틀 뒤인 13일 가토 고이치 관방장관 담화를 통해 위안부의 모집과 위안소 경영 등에 어떤 형태로든 일본군이 관여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 처음으로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명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우리 정부가 외무부 아주국장을 반장으로 한 ‘정신대문제 실무대책반’을 만들어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아 『日帝下 軍隊慰安婦 實態調査 中間報告書』란 책자를 발간한 것이 1992년 7월 말이다. 이후 정부는 관련 연구와 민간단체의 활동을 다양하게 지원해왔지만, 우리 정부에 의한 공식적인 후속 조사 보고서는 발간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6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백서 발간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2015년 12월의 한일 위안부 합의로 백서가 아닌 민간 연구 용역 보고서를 발간하는 데 그쳤다.

김학순 할머니의 고백으로부터 27년이란 세월이 지나 올해부터 우리 정부는 할머니의 용기 있는 고백을 기려 8월 14일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로 지정했다. 14일 천안에 있는 망향의 동산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비 제막식과 함께 정부가 주관하는 기념식이 열린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2015년 12월 28일의 한일 외교장관 합의(12.28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 엔을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기 위해 예비비를 편성했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체계적인 연구와 교육 등을 위한 연구소를 설립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만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 만들어진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의 예비비 편성은 한일 위안부 ‘합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라고 반발했으며, 연구소 설립에 대해서는 한일 간의 ‘합의 이념’에 반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12.28 합의 내용의 적절성은 차치하더라도 한일 양국 정부와 국민들 사이에 합의 자체에 대한 인식의 차이도 적지 않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외교부 장관 직속으로 설치된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는 지난해 12월 27일 12.28 합의가 피해자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정치적 합의로 민주적 절차와 과정이 결여된 비밀협상이며, 한국 정부 내의 유기적 소통과 정책 조율이 결여된 합의라고 규정했다.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은 12.28 합의는 절차와 내용 면에서 ‘중대한 흠결’이 있으며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에도 반하기 때문에 12.28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견해를 분명하게 밝혔다.

‘피해자 중심 해결과 국민과 함께하는 외교’라는 원칙에 따라 후속조치를 마련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올해 1월 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2.28 합의에 대한 기본방침을 밝혔다. 12.28 합의로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했지만, 12.28 합의를 파기하겠다는 것도 존중하겠다는 것도 아닌 아주 애매모호한 것이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방향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뉴스핌 DB

구체적으로 강경화 장관은 우선 12.28 합의의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한국 정부가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 회복과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노력할 테니 일본 정부도 ‘스스로’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표현만 봐서는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어느 정도 노력해왔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었다.

둘째, 일본 정부가 거출했던 10억 엔은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할 것이며, 12.28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의 처리는 피해자와 관련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연구회 등 12.28 합의 파기와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을 요구했던 단체나 연구자들과는 일선을 그은 것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본 정부가 ‘스스로’ 무엇을 해주길 기대하는가이다. 강 장관은 피해자들이 바라는 것은 ‘자발적이고 진정한 사과’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10일의 신년회견에서 일본이 ‘진실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진심을 다해 사죄하고’ 국제사회와 노력해가면 피해자도 용서할 것이며, 그것이 ‘완전한 합의’라고 말했다. 두 발언 모두 12.28 합의 이후 일본 국회에서 아베 총리가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죄할 의사가 ‘털끝만큼도’ 없다고 말해 한국 국민의 분노를 샀던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지만, 무엇을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일 것인지 사회적 합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구체성이 결여된 추상적인 말은 일본 국민들의 반발로 불신을 초래하여 일본 내의 ‘사죄 피로’ 현상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전후 일본의 총리는 과거사에 대해 적어도 50회 이상 사죄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중국이 그 진정성을 의문시했던 것은 사죄가 국가 또는 국민의 대표로서 공식적인 것이며 재발 방지를 위한 구속력이 있었던 것으로 비춰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민감한 문제임에도 한일 양국에서 위안부 문제가 국내정치적 요인에 의해 처리되어온 측면도 있어, 그것이 상호간의 불신감을 증폭시켜왔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신방침 발표 이후 7개월이 지났지만 정부는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표방할 뿐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후속조치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사죄와 반성과 더불어 피해자 구제는 12.28 합의의 핵심축이다. 후자를 위해 한국 정부가 설립한 화해치유재단에 일본 정부는 10억 엔을 거출했으며, 이것을 가지고 양국 정부가 협의하여 ‘모든’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 회복 및 상처 치유 사업을 양국 정부가 ‘협의하여’ 추진하기로 했었던 것이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뉴스핌 DB

그런 사업의 일환으로 현금 지급 사업이 시작되어 합의 당시 생존 피해자 47명 가운데 34명, 사망 피해자 199명 가운데 58명의 유족에게 현금이 지급되었다. 이 돈은 일본 정부 예산에서 거출된 것이다. 10억 엔 상당의 예비비를 편성했지만 일본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한 이상 우리가 일방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왕에 이뤄진 조치들도 다 우리 정부 돈으로 대체”하면 할머니들이 ‘떳떳하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지만, 할머니들에게는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생활안정지원금(일시금 4300만원과 매월 약 130만원)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생계급여 등 다양한 지원이 제공되고 있다.

생존 피해자에게 1억원, 사망 피해자 유족에게 2000만원을 정부 예산으로 지급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법적 근거가 필요하며, 일제 강점기의 다른 유형의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가족 등에 대한 지원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현금 지급 사업은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하고 그 증표로서 일본 정부 예산에 의해 제공되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민주주의와 인권 등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일 뿐만 아니라 연간 천만 명의 양국 국민이 왕래할 정도로 양국관계는 긴밀해졌다. 일본 정부가 강조하는 한일 위안부 ‘합의 정신’은 한국 정부의 ‘피해자 중심주의’와 크게 다를 수 없으며 달라서도 안 된다.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는 한일 양국 정부에 부여된 책무다. 가해자로서 일본은 피해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반성하는 진지한 태도를 보여야 하며, 피해자인 한국도 가해자의 반성을 받아들이고 용서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생존 피해자는 90세가 넘은 고령자다. 2016년과 2017년 각각 7명과 8명이 사망한 데 이어 올해 들어와서도 5명이 사망해 생존 피해자는 27명으로 줄었다. 올해 내에 일본의 총리가 한국을 방문하여 망향의 동산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추모비를 찾아 머리 숙여 반성하고, 일본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관련 자료를 한국 측이 설립한 연구소에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일은 한낱 꿈에 지나지 않을까. 일본 총리의 용기 있는 행동은 한국 국민만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것이다. 일본 국민들도 그런 일본의 총리를 기대하고 있으며,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라 믿는다.

◆조진구 박사 약력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일본 도쿄대학 대학원 법학정치학연구과 법학박사(국제정치 전공). 민주평화통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 정책연구위원,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연구교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SPC "8시간 넘는 야간근무 없앤다"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SPC그룹이 27일 대표이사 협의체인 'SPC 커미티'를 열고 장시간 야간 근로를 폐지하고, 앞으로 생산직의 야근 시간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PC그룹은 야간 생산이 불가피한 일부 필수 품목을 제외하고, 가능하면 야간 가동 자체를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그룹 관계자는 "8시간 초과 야근 폐지를 위해 △인력 확충 △생산 품목 및 생산량 조정 △라인 재편 등 전반적 생산 구조를 완전히 바꿀 계획이다. 각 (계열)사별 실행 방안을 마련해 10월1일부터 전면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흥 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주간 근무 시간 역시 단계적으로 단축해 장시간 노동에 따른 피로 누적과 사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이번 근무체계 전환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조와 협의를 병행하고, 내부 교육 및 매뉴얼 정비 작업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SPC는 "생산 현장의 장시간 야간 근로에 대한 지적과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 근무 형태를 비롯한 생산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근로자 안전이 최우선시되는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 개선하고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지난 25일 이재명 대통령이 SPC삼립 시화공장을 직접 찾아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며 야간 노동과 과도한 업무 강도를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SPC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여성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수십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노동자가 죽고 있다"며 "같은 방식의 사고가 반복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돈과 비용 때문에 안전과 생명을 희생하는 구조라면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며 "이번을 계기로 산재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김용범 정책실장, 문진영 사회수석 등 청와대 주요 인사들이 배석했으며, SPC 측에선 허영인 회장과 김범수 SPC삼립 대표, 김지형 컴플라이언스위원장, 김희성 안전보건총괄책임자, 김인혁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CJ푸드빌, 크라운제과 등 타 식품업체의 현장 책임자들도 함께 자리를 했다. wonjc6@newspim.com 2025-07-27 13:22
사진
특검, '공천개입 의혹' 윤상현 의원 소환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27일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을 소환했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9시 25분께 서울 종로구 KT광화문웨스트빌딩에 위치한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현장에 모인 취재진이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자 윤 의원은 "진실되고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과 관련한 연락을 받은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 부분은 조사에서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윤 의원은 2022년 6월 치러진 경남 창원 의창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으며, 특검은 김건희 여사가 당시 전략공천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 윤 의원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집중 수사 중이다. 김 여사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직후 '정치 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대가로, 같은 해 6월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창원 의창에 전략공천되도록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공개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 9일 국민의힘 보궐선거 공천 발표를 하루 앞두고 명태균 씨에게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며 "상현이(윤 의원)한테 내가 한 번 더 이야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달 8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윤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공천 개입 의혹을 받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전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2025.07.27 mironj19@newspim.com wonjc6@newspim.com 2025-07-27 10:01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