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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냐, 복지냐...최저임금 혼선 빚는 노인일자리사업

기사입력 : 2018년08월22일 06:00

최종수정 : 2018년08월22일 09:36

'시장형 노인일자리' 근로로 볼 경우 8530원 최저임금 적용
"정부 지원금보다 지급 수당 4배 많아..사업장 폐업도"
복지부 "보호된 일자리", 고용노동부 "특별법 만들어야"

[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으로 '고용 쇼크'가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정체성 혼란을 겪는 노인일자리사업에 대한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여권 내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①노인일자리사업(시장형)을 통해 일하는 노인은 근로자일까. ②정부의 보호를 받는 복지 수혜자일까. ③업무능률과 관계없이 최저임금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등의 고민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2000년대 초 노인의 안정적인 소득기반 마련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도입된 '노인일자리사업' 중 '시장형사업' 분야가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복지냐, 근로냐에 따라 적용되는 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장형 사업'은 노인들의 '지하철택배사업'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으며, 공동작업장 운영(쇼핑백제조) 사업이나 매장운영사업 등 제조판매형과 서비스제공형, 인력파견형, 고령자 친화기업, 기업연계형으로 나뉘져 있다. 

사진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21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주최한 '노인일자리 정책토론회, 시장형노인일자리 사업의 노동관계법상 문제와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2018.08.21. / giveit90@newspim.com

'노인복지법'에 근간을 두고 있어 '복지 수혜자'로 볼 수 있는 반면 근로 노인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근로기준법 상의 노동관계법령'을 적용 받을 수 있다.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사업장들은 두 개의 법 사이에서 혼란이 가중, 정책의 취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나 정작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등 정부기관이 해답을 내놓지 못하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근로' 적용할 땐 2019년 최저임금 8350...사업장 폐업 수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과 같은 상임위 소속인 기동민 더불어민주당·최도자 바른미래당·김광수 민주평화당·윤소하 정의당 의원 등은 21일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정책토론회, 시장형 노인일자리 사업의 노동관계법상 문제와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노인일자리사업에 대한 본질적인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시장형사업은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핵심정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면서도 "최근 현장에서는 최저임금 및 노동관계법 개정과 노인일자리사업 중 공익활동의 수당만이 대폭 인상됨에 따라 시장형사업 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사업장에 지급하는 정부 예산이 턱 없이 적어 폐업 수순을 밟거나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복지 대상자로 판단, 지원금을 주고 있지만 또 다른 부분에선 근로자로 판단해 최저임금 적용은 물론 퇴직금, 실업급여, 근로세액공제(EITC), 주휴수당까지 요구하는 모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박주형 서울강남시니어클럽 관장은 "일반 김밥 전문직 종사자가 1시간에 김밥을 70개 이상 만든다면 참여노인은 약 20개를 만든다"며 "생산성 측면에서 일반 근로자와 같은 최저임금 적용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관장은 이어 "근로자성을 인정하되 최저임금에 노동력을 통한 인건비+보충적 정부 지원이 이뤄지고 예외 조항을 통해 노인일자리사업을 운영하는 비영리기관은 노동관계법령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윤섭 노무법인 의연 공인노무사가 수행기관이 한 명의 참여노인을 월 60시간 근로하는 상용 '근로자'로 1년간 고용하는 경우, 법상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를 표로 나타낸 사진. / 2018.08.21

박윤섭 노무법인 의연 공인노무사는 "어르신들을 노동법에서 이야기하는 근로자로 볼 것인지 아니면 사회복지사업의 수혜 대상자로 볼 것인지 아직도 첨예하게 다툼이 있는데 정리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근로자로 인정하고 제도적 보완조치를 통해서 사업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고용보험료를 부과, 상시근로자수 산정기준에 대해서 법 기술적으로 예외를 신설해 노인일자리 수행기관에 적용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보호된 일자리", 고용노동부 "특별법 만들어야"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대상자들은 늘어난 반면 정부기관들은 아직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노인일자리사업이 본래 취지를 잃고 후퇴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주현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 과장은 "소득보전과 사회참여 독려 목적이지,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계약이 아닌 '보호된 일자리'라는 성격이 있다"며 "(이런 배경에서) 사업장도 고용주의 지위를 명확하게 가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고 (일반 시장경제에 적용되는) 근로자라고 인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편도인 고용노동부 일자리정책평가과 과장은 "현재 공익형 일자리사업보다 (사업장에 직접 고용되는) 직접 고용형 시장형일자리 사업의 비중이 높다"며 "(보건복지부가) 근로자 개념으로 파악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하면 특별법을 만드는 게 궁극적인 해결책이라는 데 동의한다. 여러 지원제도들로 사업이 지속 가능성을 갖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인일자리사업은 지난 2003년 참여정부 시절 노인복지 4대 국정핵심 과제에 포함되면서 시작됐다. 2004년 국민공단 내 노인인력운영센터 설치 후 3만 5127명으로 시작한 노인일자리사업은 2017년 기준 47만 4949명으로 무려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 예산의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시장형 일자리사업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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