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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조작은 정작 트럼프가? 미 환시개입 가능성 배제 못 해” - 블룸버그

기사입력 : 2018년08월22일 21:20

최종수정 : 2018년08월22일 21:20

[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미달러 절하를 겨냥한 직간접적 개입을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 월가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985년 플라자 합의 당시 미국 측 대표로 협정에 참여했던 찰스 댈러라 국제금융연구소(IIF) 소장은 “무역 갈등이 점차 환율 문제로 비화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등을 겨냥해 환율조작국이라 비난하고 있는 가운데,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자유시장 원칙을 이끄는 미국에 대해 ‘환율조작’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꺼리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및 개입주의 정책이 ‘환시개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 위상이 약화되고 미국 자산에 대한 수요도 약해질 것이란 경고도 함께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달러스팟지수에 따르면, 미달러는 지난 4월 기록한 3년 만에 저점에서 6% 가량 반등했다. 지난 2분기 달러는 2016년 이후 최대 오름폭을 기록했으며, 6개 주요 통화대비 달러지수는 현재 13년 간 평균치를 11% 웃도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블룸버그 달러스팟지수 추이 [자료=블룸버그 통신]

역대 미 행정부들은 모두 강달러 정책을 추구했다. 또한 미국은 ‘경쟁적 절하를 자제하고 경쟁적 목적으로 환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주요20개국(G20) 협약을 주도한 핵심국이기도 하다.

하지만 항상 주류에 역행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미국 제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달러 가치가 하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수차례의 트윗을 통해 강달러 때문에 미국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불만을 늘어놓았다.

이에 따라 JP모간과 도이체방크 등 주요 은행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환시 개입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강달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이미 미국 자산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미 국채 입찰에서 수요가 등락을 보인 가운데, 외국 투자자들의 비중이 41%로 근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중국이 올해 들어 발을 빼기 시작했으며, 두 번째로 많이 보유한 일본도 규모를 최소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였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구두 개입 외에 어떠한 방법으로 환시에 개입할 수 있을까?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재무부에 지시해 외환안정자금을 이용해 달러를 팔고 엔화와 유로화를 매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외환안정자금의 규모가 달러 자산으로 220억달러밖에 되지 않아, 그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이보다 큰 규모로 개입하려면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자금 부족과 의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제약을 피할 수 있는 시스템 상의 허점을 이용할 수도 있다. 환시 개입을 ‘국가 위기’로 선포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에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매각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 이는 매우 극단적인 방법으로 보일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국가 안보'를 이유로 관세 전쟁을 벌인 전력이 있다.

이보다 덜 극단적이면서 보다 현실적인 방법으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처럼 향후 무역협상에 환율협의를 포함시키는 것이다.

실상 트럼프 행정부의 환시개입 가능성은 매우 낮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G20 회의에서 환시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플라자합의와 같은 달러에 대한 다자적 합의 가능성도 요원하다. 또한 미국이 독자적으로 개입하면 다른 국가들의 보복조치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상당수 관측가들은 지금의 상황이 플라자합의로 이어졌던 1980년대 초 상황과 유사하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플라자합의는 미국·독일·프랑스·영국·일본 등 G5 국가의 재무장관이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외환시장에 개입해 미달러를 일본 엔과 독일 마르크에 대해 절하시키기로 합의한 것을 말한다.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금리인상을 배경으로 강달러가 지속돼 미국과 다른 주요국 간 무역 마찰의 주요 원인이 됐다. 그 당시에도 수입 제품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공포에 보호무역주의가 부상했다. 다른 점은 당시 미국을 잡으러 오는 ‘귀신’은 중국이 아니라 일본이었다는 사실뿐이다.

이제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위안화마저 급격히 절하돼 미국이 외환시장에서 포문을 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위안은 미달러 대비 9% 급락, 1994년 폭락 이후 가장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어 중국 인민은행이 관세 공격의 여파를 상쇄하기 위해 고의로 위안화 절하를 유도하고 있다는 의심이 나오기도 했다.

유라이존 SLJ 캐피탈의 스티븐 젠은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의심이 증폭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가차없이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는 미국 자산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달러가 정책 수단으로 이용돼 의도적으로 절하된다면 누가 미국 자산에 투자하겠는가? 트럼프 행정부는 환시 개입에 있어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g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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