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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히토 "전쟁의 참혹함 전해야"…아버지 뒤잇는 평화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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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히토 일왕, 5월 1일 제126대 덴노 즉위
역사인식 뛰어나단 평가…평화주의자로 알려져
마사코왕비와의 결혼서 순정·뚝심보인 애처가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의 제 126대 덴노(天皇·일왕)에 나루히토(徳仁) 덴노가 1일 취임했다. 특히 이번 즉위는 전왕의 사망이 아닌 생전 퇴위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때와 달리 일본 국내는 축하 분위기로 들떠있는 모습이다. 

나루히토 덴노는 아버지를 닮아 평화주의자의 면모를 보여왔다. 2015년 자신의 생일 메시지에선 "전쟁의 기억이 흐려지려는 오늘날 겸허히 과거를 돌아보고 전쟁을 체험한 세대가 전쟁을 모르는 세대에 비참한 경험과 일본이 밟아온 역사를 바르게 전해야 한다"고해 역사인식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동시에 그는 왕실 내 문제 등에 대해 역대 덴노는 물론, 동시대 다른 어떤 남성 왕족보다도 진보적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때문에 그가 일본 왕실에 여성 미야케(宮家) 창설이나 여성덴노 탄생 등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갖고 올 것이란 기대감도 적지 않다.  

나루히토(徳仁) 일왕이 1일 즉위 행사 '소쿠이고초켄노기'(即位後朝見の儀)에서 첫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엄격한 제왕교육으로 성장…유학으로 견문넓혀

나루히토 덴노는 1960년 2월 23일 헤이세이(平成)덴노인 아키히토(明仁) 상왕의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이름은 할아버지인 쇼와(昭和)덴노가 지었으며, 사서오경 중용 제32장에서 따왔다고 전해진다.

본래 일본 왕실에서 덴노의 자식은 부모와 떨어져서 양육돼야 했지만, 아키히토 상왕 부부는 직접 자신들의 손으로 자식을 키우고 싶어했다. 이에 나루히토는 다른 일반 가정처럼 부모님의 밑에서 성장한 첫 왕자가 됐다.

미치코(美智子) 당시 왕세자비는 미국인 의사 벤저민 스포크 박사가 쓴 육아서적을 원서로 읽으며 교육법에 대해 공부했고, 이렇게 만든 육아지침은 '나루짱 헌법'(ナルちゃん憲法)이라 불리며 민간인들 사이에서 유행하기도 했다. 

출생한지 얼마 안된 나루히토(徳仁) 덴노와 어머니인 미치코(美智子)상왕후 [사진=NHK]

나루히토 덴노는 출생과 동시에 미래의 덴노가 될 후계자였기 때문에, 다른 두 동생과 달리 엄격한 교육을 받으며 제왕학을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영향인지 어릴 때부터 인내심이 깊고 예의가 바르다는 평을 받아왔다.

그는 소학교(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왕족의 교육기관인 가쿠슈인(学習院)에서 공부했다. 전공은 사학이었는데 자연과학 전공이 대부분인 왕실에선 다소 이례적이었다. 나루히토 덴노는 소학교 시절 일본 내 옛 길을 보며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현재도 일본 중세사 연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유학시절의 나루히토 덴노 [사진=NHK]

대학 졸업 후 나루히토 덴노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 2년 간 유학해 18세기 템즈강의 수운사를 공부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그는 옥스퍼드에서도 높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학시절 자신의 갇혀있던 세계관이 확장되는 경험을 했다고 밝혀왔다. 특히 모두의 관심을 받으며 살던 일본과 달리, 영국에서 그는 평범한 생활을 보냈다. 자기 손으로 물건을 사고 청소를 하며, 펍에서 맥주를 마시는 등 자유로운 생활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는 점이 큰 수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2018년 12월 가쿠슈인(学習院)대학 OB 관현악단 정기연주회에서 비올라를 연주하고 있는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그의 취미는 비올라다. 학창시절 가쿠슈인 관현악단에 소속될만큼 수준급이며, 현재도 실내악이나 관현악 연주회에 종종 참석하고 있다. 특히 2004년엔 한일 우호 특별 기념음학회에서, 2007년엔 한중일 합동 실내악 콘서트에서 정명훈 등 유명 음악인과 협연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운동에도 남다른 소질을 갖고 있다. 어릴 때부터 검도와 야구 등을 배웠으며, 어린시절부터 자주 등산에 다녔던 일본의 산을 자주 등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루히토 덴노가 어린시절, 아버지 아키히토 상왕의 손을 잡고 처음으로 등산에 나선 모습 [사진=NHK]

◆ 왕족 자존심도 버린 '7년 구애'의 애처가

1991년 그는 정식 왕세자 책봉을 받는다. 나루히토의 왕세자 즉위는 일본의 큰 경사였지만, 동시에 큰 고민거리기도 했다. 당시 만 31세였던 그가 미혼인데다 결혼을 약속한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나루히토 왕세자의 마음은 일본 외교관 오와다 마사코(大和田雅子)에게 향해 있었다. 

마사코는 1963년 외무성 고위관료의 장녀로 태어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외무성에 입성한 엘리트였다. 그것도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뒤, 도쿄(東京)대학에 편입해 단번에 외무고시에 합격한 희대의 수재였다.  부녀(父女) 외교관의 탄생은 일본에서도 화제라 외무성 입성 당시 마사코는 언론 취재를 받았는데, 그녀는 "일본을 남녀차별이 없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말할 정도로 당찬 커리어우먼이었다.

나루히토는 1986년 스페인에서 우연히 마사코를 만나 첫눈에 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마사코에게 청혼했지만, 그녀는 커리어우먼으로 살 생각이었기 때문에 거절했다. 오와다 집안도 반대했기 때문에 나루히토는 처음엔 단념했지만, 이후 그녀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에 7년에 걸친 고집스런 구혼을 시작한다.

1993년 6월 9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부부가 결혼식 카퍼레이드에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왕족의 자존심을 버린 구혼에 결국 마사코는 결국 왕세자를 받아들이고, 1993년 두 사람은 약혼을 발표한다. 당시 약혼 기자회견에서 나루히토는 "최선을 다해 마사코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 말은 유행어가 돼 그 이후 일본 남성들의 단골 프로포즈 멘트가 됐다. 

나루히토 덴노는 이후 평생 "마사코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지킨다. 비록 마사코 왕비가 일본 왕실과 궁내청의 구시대적 여성관에 시달리다 심신의 병을 얻게 됐지만, 나루히토는 자신의 지위가 흔들리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아내의 편에 서서 아내를 지켰다. 

대표적인 사건이 '인격부정 사건'이었다. 2004년 그는 공식 석상에서 "왕실에 마사코의 인격을 부정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이 발언에 대해 아키히토 당시 덴노는 실망감을 표했고 일각에선 나루히토를 비판했다. 나루히토도 자신의 발언이 불러올 파문을 몰랐던 건 아니었지만, 그보다는 아내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앞섰던 것으로 풀이된다. 

왕세자 시절 마사코 당시 왕세자비와 등산에 나선 나루히토 [사진=NHK]

나루히토 덴노 부부는 아들없이 외동딸 아이코(愛子)공주만 뒀다. 늦은 나이에 결혼한 탓도 있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마사코 왕비의 잦은 유산도 이유였다. 일각에선 나루히토가 이혼하고 젊은 여자와 재혼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루히토는 이런 주장에 한번도 귀를 기울인 적이 없다.

그는 딸에 대한 애정도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있다. 2001년 아이코 공주가 탄생했을 당시 왕실에선 바로 아들을 낳을 준비를 하라고 나루히토 부부를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나루히토는 "아이코가 부모에게 사랑을 받는다고 느낄 수 있도록 3살이 될 때까진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일본 왕족 남성 중에서도 유달리 자녀 교육에 신경을 쓴 사람이었다. 아이코 공주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은 물론,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 아이코 공주의 등·하교에 자주 동행했다. 이런 애정의 결과 아이코 공주는 부모를 닮아 기품있고 예의바르다는 평가는 물론, 성적도 상위 0.1%로 추정되는 등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일본에선 나루히토가 외동딸만을 두고 있단 점과 그의 진보적인 성향을 들어, 여성 미야케 창설과 여성 덴노 즉위가 실현될 수 있단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나루히토 새 일왕 부부와 외동딸 아이코(愛子) 공주.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 아버지의 뒤이은 '일본의 양심'될까

나루히토 덴노는 사학 전공자인 만큼 역사인식도 남다르다. 2014년 아베 내각이 개헌 움직임을 보이자 "현재의 일본은 전후 일본 헌법을 기초로 쌓아 올려졌고 평화와 번영을 향유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헌법을 지키는 입장에 서서 필요한 조언을 얻으며 일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후 70년이었던 2015년엔 "전쟁으로 일본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많은 이들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으며 많은 이들이 고통과 큰 슬픔을 겪어 매우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며 "전쟁의 참혹함을 두 번 다시 반복하는 일 없도록 과거의 역사를 깊이 인식하고 평와를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나루히토 덴노가 그의 아버지의 뒤를 이은 '일본의 양심'이 되어줄거란 기대감을 자아낸다. 전임인 아키히토 상왕은 과거 일본이 공격했던 아시아 지역을 방문하며 상대국 위령비를 참배하는 등 일본의 과오를 수습하는데 전력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의 덴노는 정치적 발언이 금지된 '상징'이란 점에서 운신의 폭이 좁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가 아버지처럼 평화주의적 언행과 과거사 반성 행보를 보일 가능성은 높다. 이를 통해 우경화 행보를 보이는 일본에 브레이크 역할을 해주지 않을지, 주변국의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keb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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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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