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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대 작가 "실상은 결국 허상…우리가 보지 못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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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 'Le Temps' 가나아트에서 6월 21일~7월 14일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눈에 보이는 실상은 결국 허상과도 같다. 실상은 존재하지만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이며 시간과 밀접한 개념이다."

설치미술가 안종대(62)의 철학이다. 이는 21일 서울 가나아트센터에서 여는 개인전 'Le Temps'에서 그의 작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 제목 'Le Temps'는 불어로 '시간'이란 뜻이다. 작가는 '실상'과 '시간'에 주목한다. 그는 '실상'은 존재하지만 알아채지 못하는 것으로 항상 존재하는 '믿음'과도 같다고 바라본다.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 23점이 가나아트에서 공개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안종대 작가. 색지 위에 돌이나 자기 조각을 올려두고 햇빛에 놔두고 시간이 지나면 색지는 흰색으로 바래고 빛이 통과하지 않은 오브제 아래 부분은 색지의 원색을 알 수 있다. 2019.06.20 89hklee@newspim.com

작가는 천과 종이, 쇠, 나무, 말린 식물, 깨진 도자기 그릇 등 일상적인 오브제를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스러운 풍화에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작업을 한다.

1전시장에서는 색지를 이용한 빛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의 작업 과정은 이렇다. 색지 혹은 아크릴물감, 녹차, 커피 등으로 염색한 한지를 겹겹이 쌓아 그 위에 돌이나 자기 조각을 올려 햇빛에 둔다. 시간이 지나면 종이는 흰색으로 변하게 되는데, 오브제를 올려둔 그 자리에는 사라진 종이의 원래 색이 남아있다. 이는 지나갔거나 잊힌 시간을 그대로 보여준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순지에 붉은색 아크릴 물감으로 물들인 설치작품. 농도를 다르게 한 것. 시간이 지나면 흰색으로 바뀌게 된다. 2019.06.20 89hklee@newspim.com

안종대 작가는 "빛 아래서는 다 하나다. 본다는 건 잠깐 나타나는 거지 고정된 게 아니다. 매일 거울을 들여다보지만 이는 곧 없어질 과거를 보는 거다. 그러니 미래와 과거는 하나다. 삶과 죽음이 하나이듯"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속에 존재하고 함께하면서도 느끼지 못하는 제일 영원한 게 실상이며 이는 시간이다. 존재하지만 알아채지 못하는 것. 이를 실제로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작가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은 '늙었다' '상했다'가 아닌 '성숙하다' '숙성되다'에 가깝다고 했다. 안종대 작가는 "부패의 개념이 아니다. 낡았다, 상했다가 아닌 아름다워지고 성숙해지고 순백이 되는 것"이라며 "색이 안 바랬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이건 여인이 주름이 안 생겼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 생명은 하루하루 변해간다"고 말했다.

2전시장은 물을 이용한 작업들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광목천을 작업실 지붕 위나 바닥에 펼쳐놓고 비바람을 맞힌다. 그 위에 축적된 물의 흐름과 정체에 의해 자연스러운 무늬를 형성하며 흩뿌려진 못은 녹으로 문양을 새겨 넣는다. 물의 흐름과 흙먼지가 만들어낸 무늬들은 특유의 고형으로 공간감을 형성한다. 작가는 그 위에 선을 긋거나 그림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오브제를 배치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색이 바랜 작품. 하지만 집게로 집어놓은 부분은 한지가 과거 무슨 색이었는지 보여준다. 2019.06.20 89hklee@newspim.com

이중 검은색 원은 작가가 바라보는 실상의 우주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간혹 은박도 있는데,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다. 이를 제외하고 주변은 희게 변하거나 바람이나 빛에 날려갈 것이다. 안종대 작가는 "여러가지 흔적을 제가 쫓아다닌 결과다. 직선과 자연이 만나 하나의 조화를 이뤘다. 자연은 아름답지만 사람이 없으면 원시다. 예술은 사람과 자연이 만나야하는 거다. 문명은 사람이 뭘 이뤘느냐에 따라 승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3전시장은 그 실상의 우주를 전시장으로 확장한다. 안종대 작가는 평면 작업 외에도 대형 걸개그림과 조각, 설치작업 등 장르의 구분 없이 실상 연작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사실 이와 같은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1988년 프랑스 파리 유진 에메페르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후다. 안종대는 1986년 파리국립미술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후 20여년간 프랑스에서 활동했다. 최근에는 홍콩과 서울 전시로 한국에 들어왔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작가의 작업실 마당에 뒀던 광천목과 그 위해 작업한 작품. 2019.06.20 89hklee@newspim.com

1988년 전까지 그는 회화를 그렸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가진 첫 개인전에서 소위 '대박'을 터뜨린 이후 '아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에 빠졌다. 아무리 자신이 솜씨가 좋아도 이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 그러다 캔버스, 물감, 갖은 미술 재료들에 물을 뿌리거나 구기면서 '아름다움'에 대해 깨달았다. '아름다움'은 멀리 있는게 아닌 가까이에 있는 것이었다.

안종대 작가는 "물자국, 녹자국, 탈색된 것에서 새로운 것을 보기 시작하면서 제 마음의 변화도 일어났다. 자연을 옮겨다놓고 예술이라 할 순 없다. 그동안 내가 배우고 닦은 실력이 모두 쓸모 없는 게 돼버리니 말이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어떻게 접목해야 하는지 고민하니 새로운 창조가 가능해졌다. 물론 철저한 규칙은 있다. 정도와 질서가 있는데 이에 어긋나지 않는 각별한 주의와 정돈들이 교합돼 조화를 이루는 게 예술이다. 그 철학이 메시지가 돼 전달돼야 한다"고 첨언했다.

안종대 작가의 작업에는 '대중과 가까이할 것'이란 철칙이 있다. 남녀노소, 배움이 모자란 사람들까지 모두가 이해하고 접근하기 쉬워야 한다. 대신 작가는 이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안 작가는 "작가의 재능만 내세우면 관객은 멀어진다. 최소한으로 보여주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최대 능력이 필요하다. 그건 제 몫이다. 부족한 게 많지만 정말 최선을 다한다. 그 방법으로는 밤새워 작업할 때다. 고통이지만 즐거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안종대 개인전 3전시실 전경 2019.06.20 89hklee@newspim.com

이어 "프랑스 전시였는데, 한 여자 아이가 색지 위에 올려진 막대기 작품에 대해 물어 방법을 알려줬더니 박수 치면서 재밌다고 하더라. 그래서 색지도 줬고, 아이가 자신도 그렇게 해보겠다고 했다. 그 아이가 이해하고 즐거워할 때 기뻤다. 그런 거다. '이렇게 쉬운 그림이냐'고 했을 때 스스로 보람을 느낀다"고 회상했다.

안종대 작가의 개인전은 오는 7월 14일까지 서울 가나아트에서 이어진다.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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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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