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50년간 평면조건 탐색한 최명영…‘고요한 말없음표 미술’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서울=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 = 구구절절 많은 말을 들려주는 그림이 있는가 하면 그의 회화는 말이 없다. 단조롭다 못해 적막하다. 아무런 형상도, 주장도 없다. 그저 끝없이 반복되는 수직 수평의 붓질(스트로크)과 켜켜이 쌓인 질료만 있을 뿐이다. 한국 현대추상미술의 주요 갈래인 단색화그룹의 화가 최명영(1941~)의 작품이다.

최명영은 서울 성동구 서울숲길의 더페이지 갤러리(THE PAGE GALLERY) 초대로 지난 21일 개인전을 개막했다. 전시 타이틀은 ‘Conditional Planes’로, 오는 7월 28일까지 계속된다. 더페이지 갤러리에서의 작품전은 지난 2015년 이후 4년 만이다.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최명영 [사진=서진수, 더페이지 갤러리]

이번 전시에는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최명영의 ‘수직수평’ 시리즈가 다채롭게 나와 작가의 작품세계를 본격적으로 살펴보게 한다. 특히 1990~2000년대에 제작한 미공개 작품을 대거 전시함으로써 작가의 완숙기를 한자리에서 음미할 수 있다. 아울러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인 ’평면조건(Conditional Planes)’ 시리즈 탄생의 단초가 된 1970년대 초·중반의 ‘등식(Signs of Equality)’ 시리즈도 함께 내걸려 최명영 미적 논리의 변천과정을 가늠해볼 수 있다.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최명영은 1964년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대학원 졸업 후, 1974년부터 2007년까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했다. 대학시절 정상화, 이규상, 김환기 등 기라성같은 작가들의 지도를 받았던 그는 한국현대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탐색하며 1962년 동료들과 함께 오리진(Origin)협회를 창설했다. 1969년에는 화가, 조각가, 비평가 등 당시 한국미술계를 이끌던 각 분야 구성원들과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를 결성하고 한국미술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조형미학을 모색했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최명영은 1970년대 중반 한국의 대표적 추상미술운동인 ‘단색화’의 태동과 형성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최명영 ‘sign of equality 85-F’. 1985. 캔버스에 유채 [사진=더페이지 갤러리]

최명영 작품세계의 지향점은 ‘평면으로서의 기본적인 존재방식’의 탐색이다. 그는 특히 평면 위에서의 회화의 비(非)조형성에 주목해왔다. 반복되는 수행성에 초점을 맞춘 최명영의 작업은 대단히 담담하고 적막하다. 작가 스스로 “1970년 중후반 이래 ‘평면조건’이란 명제의 나의 작업은 단조로움과 무미함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명영의 그림은 행위의 주체를 배제한 채 무미건조하게 이뤄지는 게 아니라, 일상 속 맞닥뜨리는 모든 내외부 자극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즉 평면 상에서 일궈진 모든 표현은 작가의 내면세계, 일상의 리듬과 궤를 같이 한 것. 이는 궁극적으로 질료로 대변되는 물질성이 정신적인 차원으로 환원된 것이기도 하다.

더페이지 갤러리의 이번 개인전을 통해 최명영의 ‘평면조건’이 크게 네 단계로 변화돼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데뷔초인 1970년대 중반에는 색면 위에 지문의 흔적을 반복적으로 남기며 평면을 형성했는데 이로써 반복을 통한 물성의 정신화와 내면공간의 확장을 꾀했다. 롤러를 사용한 1970년대 후반의 시리즈는 캔버스 위에 질료를 도포하는 행위를 거듭함으로써 평면의 확장과 층위를 형성했다.

이어 최명영은 1980년대 중반부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수직∙수평’ 작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씨줄과 날줄의 반복적인 교차를 통해 새로운 회화적 지평을 만들어냈는데 1990년대 후반부터는 ‘몸을 드리는’ 수행적 층위로 작업을 더 확장했다.

전시를 기획한 김용대 전 대구시립미술관장은 “대다수 화가들이 붓질을 통해 양(陽)을 드러내는데 비해 최명영은 음(陰)을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끝없는 반복과 수행을 거쳐 소지, 곧 본래의 바탕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는다”고 평가했다.

최명영은 2015년 이후 그간 시도해온 ‘평면조건’을 다시 불러들여, 이를 한없이 거듭함으로써 물질과 정신의 화학적 결합과 동세를 머금은 부동성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그 결과 최명영의 회화는 작가의 치열한 사유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이 적막하고 덤덤한 그림을 마주한 감상자들은 삶 속 매 순간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최명영 ‘Conditional Planes 18621’, 2018.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사진=더페이지갤러리]

이번 최명영 개인전 개막식에는 단색화 거장인 박서보(1931~), 하종현(1935~) 화백을 비롯해 서승원 심문섭 이강소 한만영 지석철 등 한국현대미술계 대표작가들이 대거 참석해 활기를 띄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지칠줄 모르는 수행자’라는 타이틀로 회고전을 열고 있는 박서보 화백은 인사말에서 “나는 가방끈이 짧아 최명영 선생에게 한수 배우러왔는데 50년을 저렇게 미련할 정도로 반복적 작업을 하고 있으니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부산 수영구의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하종현 화백 또한 “춥고 배고팠던 1970년대 중반부터 최 선생과 AG운동을 같이 하고, 작업실도 같이 쓰며 물감과 재료를 나눠 쓰곤 했는데 오늘 와서 보니 감개무량하다”고 밝혔다.

최명영은 “참으로 오랜 시간동안 ‘평면조건’이라는 하나의 명제를 붙들고, 2차원의 평면이 필요로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탐구해왔다. 마치 수직 수평으로 가득찬 미로의 숲에서 끊임없이 수행하듯 평면의 본 바탕인 소지와의 접촉을 거듭했다”며 “모호하다고들 하는 내 그림은 쉼없는 호흡과 육신의 움직임으로 가득찬, 그 어떤 사물과 상념에도 묶이지않는 바로 내 자신의 존재 자체”라고 말했다.

최명영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부산시립미술관, 도쿄도미술관, 시모노세키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의 루이비통파운데이션의 패밀리컬렉션에 작품이 소장됐다.


art29@newspim.com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펜싱 구본길, 25년 선수 생활 마침표 [서울=뉴스핌] 한지용 기자 = 올림픽 금메달 3개와 아시안게임 금메달 6개를 목에 걸었던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의 전설 구본길(37)이 25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구본길은 지난 2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전국체육대회를 끝으로 25년간 이어온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며 현역 은퇴를 발표했다. [서울=뉴스핌] 파리 올림픽 펜싱 사브르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구본길. [사진=대한체육회] 지난 5월 인천에서 열린 SK텔레콤 그랑프리를 끝으로 태극마크를 내려놓은 구본길은 이달 16일부터 21일까지 열린 제107회 전국체육대회에 부산광역시청 소속으로 출전했다. 남자 일반부 개인전과 단체전을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2008년 성인 국가대표로 발탁된 구본길은 18년간 한국 남자 사브르의 중심에서 활약했다. 한때 개인 세계랭킹 1위에 올랐으며,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수많은 메달을 수확했다. 특히 2012 런던, 2020 도쿄,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하며 3연패를 이끌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았다.  아시안게임에서도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2010 광저우,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남자 사브르 개인전 3연패를 달성했다. 단체전에서도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 대회까지 3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 아시안게임 통산 금메달은 6개다. 남자 수영 박태환, 여자 펜싱 남현희 등과 함께 한국 선수 역대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단체전 금메달 4개를 차지했고,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개인전 7개와 단체전 10개를 포함해 총 17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선수 생활을 마친 구본길은 지도자 등 새로운 역할을 통해 한국 펜싱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football1229@newspim.com 2026-10-25 14:42
사진
김정은, 1년만에 중국 방문 [서울=뉴스핌] 송은정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신압록강대교를 거쳐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북한매체 종합]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평양에서 열차를 이용해 신의주를 방문한 후, 신의주에서 신압록강대교를 이용해 단둥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압록강대교는 북중 최대 교역 거점인 단둥과 평안북도 신의주를 잇는 왕복 4차로 교량이다. 지난 15일 공식 개통된 바 있다. 앞서 일본 교도통신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단둥의 일부 지역에서 엄격하게 교통을 통제했고 북한 고위급 인사 방문과 관련된 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지 약 1년 만에 이루어진 전격적인 행보다. 오는 25일은 한국전쟁 당시 중국이 북한에 지원군을 보내 참전한 지 76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를 기념해 김 위원장이 중국에 방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지난 6월 시 주석의 평양 방문 이후 4개월 만의 북·중 정상 회동이 된다. yuniya@newspim.com 2026-10-24 15:57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