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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지락필락] 시모노세키 전쟁과 아베의 무역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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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유신(1868년)이 성립되기 꼭 10년 전인 1858년, 미국의 강한 압력에 따라 도쿠가와 막부는 결국 완강하게 버티던 빗장을 열고 일·미통상수호조약을 맺는다. 그러자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던 네덜란드·러시아·영국·프랑스도 잇달아 통상조약을 요구해옴에 따라 이들 나라와도 비슷한 조약(안세이 5개국 조약, 安政五カ国条約)을 체결함으로써 막부의 쇄국 체제가 완전히 무너졌다.
그러나 당시 고메이(孝明) 일왕은 화친조약이든 뭐든 어쨌든 통상조약에는 반대한다며, ‘안세이 조약’을 공인하지 않았다. 또한 막부에 불만을 가진 양이파(攘夷派)는 조정의 양이파 신하들과 존왕사상으로 결합되어 서로 마음을 합치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1863년 6월이 되면 막부의 도쿠가와 이에모치(徳川家茂) 쇼군도 고메이 일왕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양이를 실행하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제번에 통보한다.
이와 함께 막부는 각국 공사들에게 개항장(開港場) 폐쇄와 외국인 퇴거를 서면으로 통보하여 양이 실행 체재를 갖췄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구두로 실제적인 폐쇄 실행 의지가 없다는 취지도 전하고, 9일 후에는 서면으로도 폐쇄 철회를 통보했다.
이처럼 막부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자, 존왕양이를 독자적으로 실천하고 나선 곳이 바로 조슈 번이었다. 조슈 번은 동해와 내륙을 연결하는 해운 요충지 시모노세키(下關) 앞 바다 간몬해협(関門海峡)에 포대를 정비하면서 병사를 주둔시켰다. 아울러 군함을 배치하고 해협 봉쇄 태세를 갖추었다.
첫 제물은 미국 상선 펨브로크(Pembroke) 호였다. 공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미국 상선은 해안 포대와 군함이 포격을 가하자 바로 도주했다. 외국 선박에 타격을 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조슈 번의 사기는 매우 올랐고, 조정에서도 즉시 포상 소식을 알려왔다.
이후 프랑스 연락선 키엔창(Kien-Chang) 호, 네덜란드 동양함대 소속의 메두사(Medusa) 호가 차례로 공격을 받아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 그러자 미국과 프랑스는 요코하마에 있던 군함들을 보내 해안 포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조슈 해군은 괴멸 상태가 되었다.
미국과 프랑스 군함의 잇따른 공격을 받고 조슈 번은 그제야 서양의 월등한 군사력을 실감했다. 무력으로는 양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영내에서 봉기가 발생해 자발적으로 외국 군대에 협력하고자 하는 사람들까지 나타났다.
이 내용이 메이지 유신의 성립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시모노세키 전쟁의 서막이다. 왜 지금 이 역사를 되돌아보는가. 그 이유는 아베 총리의 무역 보복이 바로 156년 전 시모노세키 전쟁과 똑 닮아 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과 유럽 함선에 대한 조슈 번의 포대 사격은 한 마디로 말해 우물 안 개구리, 뭘 모르는 철부지 어린애의 객기이자 만용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 그대로였다.

시모노세키 전쟁을 일으켰던 간몬해협의 해안 포대. 관광상품으로 복원돼 지금도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청맹과니라는 말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나 앞을 보지 못하는 눈, 또는 그런 사람을 뜻한다. 바로 156년 전의 조슈 번이 청맹과니였고, 지금의 아베가 청맹과니다.
묘하게도 조슈 번과 아베는 매우 진한 인연으로 얽혀 있다. 시모노세키는 조슈 번의 핵심 지역이고, 아베는 선거 지역구가 시모노세키다. 또한 그의 정치적 밑바탕도 야마구치(山口) 현, 바로 조슈 번이다. 아베야말로 서양 함선에 포격을 가했던 조슈 번 하급 사무라이의 적자 후손인 것이다.
아베는 지금 평화헌법 개정에 혈안이 돼 있다. 정한론(征韓論)의 본고장 조슈 번을 정치 기반으로 삼고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을 가장 존경하는 그답게, 어떤 전쟁도 할 수 없는 현재 헌법을 개정해서 전쟁 도발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베의 지상목표다.
그러자면 코앞으로 다가온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해 개헌선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의 지지도는 낮고, 자민당 또한 연이은 스캔들로 인해 인기가 별로다. 그래서 무역보복이란 참으로 무모한 카드를 꺼냈다. 극우세력의 결집을 노린 도발이다.
그런데 아베의 무역 규제는 남을 찌를 수 있지만, 자신도 찔리는 매우 위험한 양면의 칼날이다. 우선 WTO(세계무역기구) 자유무역 정신을 해치기 때문에 선진국의 제재가 따를 수 있다. 한국 주력사업에 타격을 줄 수 있지만, 일본 기업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도 만만치 않다. 자칫하면 한국(정부)에 피해를 주려다, 자기 기업들의 심장을 찌를 수 있다. 자살골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요미우리 등 극우신문을 제외한 상당수 일본 언론과 재계가 아베의 이번 무역제제에 대해 비판적인 이유다.
일본 내에서는 지금 “한국은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에서 부품을 스스로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일본상공회의소 미무라 회장),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가 소재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탈일본화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아사히신문), “결국 일본의 기술적 우위가 무너질 수 있다”(마이니치신문) 등의 다양한 우려가 나온다.
물론 한국도 당분간은 불편한 인고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어쩌면 매우 힘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아베의 이번 무역제제는 한국의 내년 4월 총선도 겨냥해 한국 여당에 타격을 줘서 일본에 고분고분한 친일세력이 의석수를 키우도록 도움을 주겠다는 의도도 담고 있기 때문에 참의원 선거 이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시모노세키 전쟁의 결과로 인해 조슈 번은 서양 연합군과 굴욕적인 강화조약을 맺고 ▽외국 선박들의 자유로운 해협 통과 보장 ▽석탄·물·식량 등 필수적인 물품 보급 ▽태풍 등으로 조난당할 경우 상륙 허가 ▽해안 포대 설치 금지 등을 약속해야 했다.
아베의 욕심이 빚어낸 무역전쟁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아마도 ‘시모노세키의 굴욕’을 또 한 번 경험하지 않을까 싶다.

조용준 digibobos@hanmail.net
작가 겸 문화탐사 저널리스트. 전 동아일보 기자, <주간동아> 편집장. <유럽 도자기 여행> 시리즈, <펍, 영국의 스토리를 마시다> 등 다수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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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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