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모가체육관에 마련된 유족대기실 여기저기 '눈물바다'
[이천=뉴스핌] 순정우 이지은 기자 = 지난달 29일 근로자 38명이 사망한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 화재 희생자 유가족들은 1일 임시 대기실로 사용하고 있는 모가체육관 주변에서 허망한 모습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들은 저마다 가슴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이천=뉴스핌] 이석구 기자 =38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기 이천의 물류창고 화재현장에 1일 오전 10시 40분께 한 유가족이 주저앉아 오열하고 있다. lsg0025@newspim.com |
이천 화재가 발생한 신축공사현장의 작업자들은 모두 현장직 노동자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130주년 세계노동절(근로자의 날)이다.
◆ 늦은 결혼 앞둔 가장 "돈 벌어올게" 출근 이틀만에 참변
이번 화재에서 3명의 외국인 희생자 중 한 명인 A(47·중국국적)씨. A씨의 친척인 중년남성 B(48)씨는 담배를 태우며 조용히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다. 그는 "그냥 다니던 곳에 남아있지 왜 돈을 더 벌겠다고 해서..."라고 탄식하며 자신을 사망자의 조카라고 소개했다.
A씨는 이번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임시직으로 일을 시작한 지 불과 이틀만에 참변을 당했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인천에 거주하며 자동차 부품업에 종사했지만, 가족을 위해 해당 일을 그만두고 더 많은 임금을 받기 위해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방수작업을 했다.
불과 5살난 어린 자식의 아버지였던 A씨는 오는 10월 배우자와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다. A씨는 중국에 있는 아이와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 생계를 위해 노동하는 가장이었다.
B씨는 지난밤 건우 시공사 대표는 불과 5분간 사과만 남기고 구급차를 타고 이동했다고 말하며 "사과하면 무엇하냐. 죄송하다고만 하면 모든 일이 해결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사과하지 말고 미리 방지 했어야지"라고 하며 "감리도 없고 안전감식원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 화마가 앗아간 새직장 꿈꾸던 청년의 꿈
젊은 나이에 허망하게 세상을 마감한 사망자 C씨의 유가족들은 먹먹한 표정으로 체육관 밖에서 서로를 위로했다. 젊은 한 여성은 고인을 떠나보낸 슬픔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유가족들은 C씨가 자신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거주지인 안산을 떠나 이천 현장숙소에 머무르며 방수 업무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C씨는 형의 결혼식을 보름여만 남겨둔 채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유가족들은 "형이 이번달 16일이면 결혼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천=뉴스핌] 정종일 기자 = 30일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유가족이 주저앉아 절규를 하고 있다. 2020.04.30 observer0021@newspim.com |
◆ "추가 확인된 희생자가 내 가족일 줄이야"
다른 유가족은 모가실내체육관 앞에서 가족에게 전화통화로 사고 상황을 설명하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해당 유가족은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길지 몰랐다"고 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확인된 D씨는 3층에서 엘리베이터 관련 작업을 하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 졌다.
이번 화재로 숨을 거둔 노동자는 38명이며 이날 4명의 추가 신원이 확인돼 사망자 중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작업자는 5명이다.
한편 지난 29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모가산업단지내 물류센터는 한익스프레스 소유로 지하 2층, 지상 4층, 건물면적 1만1043㎡ 규모다. 완공을 2개월여 앞 둔 가운데 지하 2층에서 우레탄 폼 작업을 하던 중 폭발을 동반한 화재로 38명이 숨지고 10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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