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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의 체험기] 코로나보다 무서운 폭우...수해현장에 갔다

기사입력 : 2020년08월18일 23:38

최종수정 : 2021년04월29일 15:31

[구례=뉴스핌] 전경훈 기자 =  "기자님 제 이야기 좀 들어주시렵니까? 우리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좀 제발 누가 관심 좀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흙탕물 범벅인 옷을 입은 중년의 남성이 다가왔다. 한 눈에 보기에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마을 사진을 찍고 있는 기자에게 눈물을 머금고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마을의 이야기를 꼭 세상에 전해달라며.

구례군 어디를 돌아다녀봐도 폭우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8.18 kh10890@newspim.com

17일 임시공휴일을 맞아 찾아간 전남 구례군. 이곳은 지난 7~8일 380mm의 기록적인 폭우로 섬진강 지류인 서지천 제방이 붕괴돼 오일시장과 양정마을 등이 모두 물에 잠겼다. 침수된 주택만 1184동에 이른다. 전국에서도 폭우 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으로 꼽혔다.

구례 5일 시장은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길가에는 침수 흔적이 가득한 차량들만 널브러져 있었다. 10여일이 지났지만 그날의 참담한 현장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 폭우에 침수된 마을...마음까지 침수됐다

지난 7~8일 내렸던 폭우는 마트 전체를 잠기게 할 정도로 참혹했다. 마트에서 판매 중이던 물건은 판매할 수 없어서 전부 버려할 정도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8.18 kh10890@newspim.com

구례 읍내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흙탕물이 마을의 모든 걸 집어삼킨 듯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마을 초입에 위치한 마트는 물이 가득차 판매 중이었던 상품들을 전부 버리고 있었다. 물 먹은 두유팩, 깨진 맥주병 등이 당시 참혹했던 현장을 말해주는 듯 했다.

주변의 가게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단 한 곳도 정상 영업을 하고 있는 가게는 없었다.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한 가전제품 등을 버리는 것 뿐이었다.

이들은 이번 피해 원인이 섬진강 댐 수위조절의 실패라고 주장하고 있다. 단체장들은 수자원공사가 집중호우에 대비해 미리 방류하지 않다가 폭우 상황에 2000t에 가까운 물을 긴급 방류하면서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반면 수자원공사는 댐의 운영 기준을 지켰다는 입장이다. 다만 기상청 예보가 불확실했고 댐을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3개 기관이 공동으로 관리해 운영에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기상청과 한수원은 수자원공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반박하며 정부 기관끼리의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기관들끼리 네 탓 공방이 이어질 동안 피해는 고스란히 구례군민들의 몫이 됐다. 피해를 입은 군민들은 "자연재해는 어쩔 수 없지만 기관들끼리 서로 네 탓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인재(人災)라는 것이고, 그럼 분명히 막을 수 있는 재해였다"고 하소연 했다. 

◆ 애지중지 키운 표고버섯 2t이 물에 잠겼다

출하를 앞두고 있던 버섯 농가에 몰아친 물벼락은 농가 주인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것이 농가에서 애지중지 키운 '표고버섯 배지'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8.18 kh10890@newspim.com

까만 스티로폼처럼 생긴 동그란 물체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표고버섯 배지였다. 구례군 마산면의 버섯 농가 주인인 중년의 남성은 물에 젖은 배지를 포대에 버리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7~8일 내렸던 폭우는 버섯만 쓸어간 것이 아니라 농가 주인들의 인생까지 송두리째 앗아갔다. 스마트팜의 건물은 무너졌고, 제어시스템 등은 침수 돼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했다.

배지에 대해 잘 모르던 기자에게 그는 배지에 대해 설명했다. 버섯 배지는 참나무 톳밥을 뭉쳐 만든거라고 했다. 약 10일부터 14일까지 수확을 거친 후 약 3주기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보통은 1주기를 약 한 달로 본다.

3번 수확을 거치면 버섯이 힘을 못써서 새로운 배지로 갈아 치운다고 했다. 이렇게 애지중지 키운 표고버섯은 출하를 앞두고 있었다. 버섯의 무게만 무려 2t이나 됐다.

폭우로 피해 입은 것도 상심이 큰데 2톤이나 되는 양을 혼자 치워야 할 상황이 오니 더욱 암담했다. 그렇게 끙끙 앓던 중 버섯 농가를 돕겠다는 이들이 나타났다. 구례 산동청년회 회원들이었다. 40여 명의 회원들은 자신들도 폭우 피해를 입은 구례에 살고 있지만 더 큰 피해를 입은 버섯 농가를 위해 기꺼이 찾아왔다고 했다.

◆ 폭염·코로나 겹쳐 일손도 부족했다

농가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봉사자들이 사비를 모아 살수차 4대를 끌고 왔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8.18 kh10890@newspim.com

오전 9시 밖에 안됐지만 바깥 날씨는 30도가 넘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하고 싶어도 스마트팜 안은 '찜질방' 수준이었다. 마스크는 다들 쓰고 있었다. 전국에서 연일 수백명의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고, 광주에서도 유흥주점발 코로나 확진자가 확산하면서 외부활동이 위험하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들은 농가의 어려움을 모른척 할 수 없었다.

코로나의 위험보다 농가를 돕겠다는 마음이 앞섰다. 산동청년회 회원들은 흙탕물로 뒤덮인 스마트팜 내부를 청소하기 위해 사비로 살수차 4대도 끌고왔다. 그러면서 "우리 뉴스에 나오는거냐. 그럼 사진 많이 찍어달라"며 웃었다. 마음이 고왔다.

이 버섯 농가는 스마트팜 9개실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폭우로 9개실에서 키우던 모든 버섯은 상품화가 불가능 했다. 바닥에 떨어진 표고버섯 배지를 줍기 위해 20여 명씩 조를 짜서 들어갔다. 면장갑을 끼고, 쌀포대를 들었다.

물을 머금은 배지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바닥에 떨어진 수백개의 배지를 줍고 허리를 펴니 '뚜둑' 소리가 났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8.18 kh10890@newspim.com

가만히 있어도 숨 쉬기 힘든 날씨에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스마트팜 안에 있으니 죽을 맛이었다. 바닥에 떨어진 배지를 줍는 것도 일이었다. 물을 머금고 있어서 더욱 무거워진 배지는 1개실 당 20여 명이 투입 됐지만 이 많은 양을 치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을 더 부를 순 없냐고 물었더니 "코로나 때문에 전남 지역 외에서는 자원봉사자를 군에서 받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5일째 치우고 있지만 여전히 끝이 안보인다고 했다. 도울 수 있는 인원이 최대한 빨리 와서 돕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런 말들을 듣고 있고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서 카메라를 내려놓고 이들을 도왔다. 부서진 배지와 흙탕물이 섞여서 운동화가 푹 잠겼다. 질펀한 바닥에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했는데도 넘어졌다. 다들 장화를 신고 작업복을 입은 이유가 있었다. 

◆ 자원봉사자 '덕분에'

마음만큼은 20대인 산동청년회 회원들이 배지를 줍고 있다. 힘은 진짜 20대인 기자 보다 좋았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8.18 kh10890@newspim.com

떨어진 배지를 빨리 줍기 위해 삽도 이용해봤지만 엄청난 양에 끝이 보이지가 않았다. 허리 한번 펴는게 사치일 정도였다. 이 많은 양을 언제 치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온몸에서 흘리는 땀은 구멍이란 구멍에서 정말 비 오듯 줄줄 흘렀다. 옷은 물론 마스크까지 땀에 젖었다.

웃음 많던 봉사자들도 어느새 말이 없어질 정도로 지쳐가고 있었다. 모두가 힘들어 하고 있는 순간에도 "힘드면 좀 쉬세요"라며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이들이었다. 그들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었기에 괜찮다며 더 열심히 포대에 배지를 담았다. 

◆ 사비 털어 김밥을 준비해온 봉사자들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김밥이지만 보람차게 땀 흘린 뒤 먹는 김밥은 꿀맛이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8.18 kh10890@newspim.com

1~2개실의 청소가 다 끝나갈 무렵 정오가 됐다. 밥부터 먹고 하자고 했다. 뜨끈한 국물의 컵라면과 김밥은 자원봉사자들이 사비로 준비했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농가에서 식사라도 대접한다고 했는데 봉사자들은 부담 느끼지 마라며 사비로 준비해 왔다고 했다.

산동청년회 회원들은 "기자님 취재를 하시지 왜 일을 하고 계시냐"며 "고생 하시니까 두줄 드세요"라고 했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 음식들인데 땀 흘린 뒤 먹는 김밥·라면은 최고였다. 거기에 봉사자들의 마음씨까지 더해져 최고의 음식이 됐다.

배불리 먹고 나니 햇빛은 더욱 뜨거워졌다. 살이 익어가는게 느껴질 정도의 더위였지만 다들 아랑곳 하지 않고 밥 먹었으니 오후에도 열심히 일해보자며 파이팅을 외쳤다.

◆ 처참했던 수해 현장이 조금은 밝아졌다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치우는데 얼마가 걸릴지 모르던 현장이 깨끗해졌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8.18 kh10890@newspim.com

오후 1시부터 다시 배지를 줍는 작업이 시작됐다. 점심 식사 전에 그래도 다들 쉬지 않고 배지를 가득 채운 포대를 수십, 수백번 나르다 보니 선반과 바닥에 가득 찼던 배지를 다 치웠다. 이제는 살수차를 이용해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는 작업을 해야했다.

1개실당 산동면 청년들 2명이 들어가서 깨끗하게 씻어주는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삼촌뻘 회원이 보이기에 청년회 나이 기준이 몇 살까지냐고 물었더니 '50살'까지라고 했다. 시골에서는 50살도 총각 소리 듣는다며 웃었다.

마음만은 20대처럼 젊은 청년회 모두가 부지런히 움직인 덕분에 오후 4시쯤 하루 작업이 마무리 됐다. 엄청나게 쌓인 포대를 보니 열심히 일했다는 기쁨도 잠시 이 많은 양을 다 버려야 하는 농가 주인들의 마음을 떠올리니 마냥 좋아할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섯 농가 주인은 내부는 봉사자들 덕분에 깨끗해졌지만 스마트팜 외부는 복구가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들 5일 시장이나 읍내만 관심 갖지 농가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사진=전경훈 기자] 2020.08.18 kh10890@newspim.com

버섯 농가 가족들은 "그래도 봉사자들 덕분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어느정도 깨끗해진 모습을 보니 봉사자들이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폭우로 침수된 시설과 버섯 값만 해도 6~7억원 정도의 재산 피해를 봤다고 했다.

그는 "정부에서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긴 했지만 우리들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피해를 봤는데 재정은 한정 됐으니 얼마나 지원이 될지도 모르겠다"며 "지원 금액을 떠나서도 어디서부터 뭘 해야할지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 휴가 대신 봉사를 택한 가족들

버섯 농가 외에도 손이 닿지 않은 다른 수해현장을 찾아보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이진선씨 가족이다. 휴가를 반납하고 뜻 깊은 일을 하고 싶다며 중학교 2학년 딸과 봉사활동에 참여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8.18 kh10890@newspim.com

버섯 농가를 돕는 작업이 끝났지만 아직 날이 밝았다. 봉사자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들이 아직 많을 것이라 생각해서 수해 현장을 더 찾아다녔다.

무작정 차를 끌고 골목 구석구석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구례터미널 인근 철물판매점에서 안전모를 닦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였다.

수해 피해를 입은 가족들이냐고 물었더니 광주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라고 했다. 이진선씨 가족은 중학교 2학년 딸과 여름 휴가 대신 봉사활동을 택했다고 했다.

이씨는 SNS에서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구례의 참혹했던 현장들을 보고 곧바로 구례군에 전화를 걸었다. 수해복구에 동참하겠다고.

임시공휴일이었지만 편안한 휴식 대신 타인의 고통을 덜어내고자 하는 봉사자들이 많았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8.18 kh10890@newspim.com

하지만 야속하게도 광주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전날 저녁 봉사자들의 접수를 제한한다는 연락이 오면서 봉사에 참여하지 못할뻔 한 해프닝도 있었다고 했다. 다행히 발열체크를 실시하고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서야 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씨 가족처럼 공휴일까지 반납하고 봉사를 한 이들은 17일에만 1400여 명이 모였다고 했다.

철물점 주인은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할 때 전국에서 모인 수 많은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세상에 쓸쓸히 나 홀로 남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고 했다.

물이 5미터 넘게 차오르면서 버섯 농가에서 키우던 철창 안 강아지가 죽었다. 농가 주인은 자신은 목숨을 건졌지만 가족이나 다름 없던 강아지가 죽은 슬픔에 세상 모든걸 잃은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8.18 kh10890@newspim.com

에필로그(epilogue). 첨단기술이 발전하고, 세상이 좋아졌어도 대자연의 힘 앞에 한 없이 사람은 한 없이 약해지는 모습을 봤다. 정부 기관이 네 탓 공방을 벌일 동안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들은 세상에 혼자 남았다고 포기하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 자원봉사자들이 모였다.

과거 태안 기름유출때도 그랬다. 전문가들은 깨끗했던 바다로 돌아오려면 100년이 넘게 걸릴 것이라고 했지만 전국에서 몰려든 123만여 명의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고작 10년도 되지 않아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았다.

물론 그때 상황과 또 다른 측면은 있지만 그래도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이 말이 하고 싶었다. 힘든 이들에게 "힘내라!" 이 말만큼 잔인한 말도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래도 혹독한 겨울을 지나 새싹을 틔우고 봄꽃이 만개하듯 좋은 날이 반드시 올테니. "힘내시라"

kh108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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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콕 집은 트럼프...축산농 반발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다음 달 1일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 상호관세' 부과를 앞둔 상황에서 한미 간 막판 협상에 돌입했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철폐를 강하게 요구하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 측의 압박으로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허용 등 농축산물 비관세장벽 카드를 협상테이블에 올리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다만 농민단체의 반발과 국민 신뢰가 흔들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2의 광우병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 美,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압박…韓, 농산물 카드 검토 28일 정부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주가 미국산 소고기를 개방했다는 점을 연일 언급하며 한국에도 같은 수준의 개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호주가 미국산 소고기를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며 "이제 우리는 호주에 (미국산) 소고기를 많이 팔 것"이라고 게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7.25 mj72284@newspim.com 이어 "우리의 훌륭한 소고기를 거부하는 다른 나라들도 (개방) 요구를 받은 상태"라며 "이 좋은 흐름을 이어가자. 지금은 미국의 황금기"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고기 개방을 거부하는 국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관세협상을 앞둔 한국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브룩 롤린스 미국 농무부 장관 또한 트루스소셜을 통해 "지난 20년간 비과학적인 무역 장벽 때문에 우리 소고기가 호주 소비자들에게 판매되지 못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미국 농축산업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건강한 소고기를 생산하고 있다"며 "USTR은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타파하고 미국 국민이 주요 시장에 배제되지 않도록 미국의 무역 파트너들과 계속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협상을 진행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연일 30개월 이상 소고기 개방을 압박하면서, 한국도 소고기 카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5일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해 "협상 품목 아래 농산물도 포함돼 있다"며 "농업이나 디지털 분야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간 협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정부는 한미 관세협상에서 농업분야 보호를 우선으로 두고,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개방 등 비관세 장벽을 해소할 카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한 대형마트의 미국산 쇠고기 진열대 모습 <뉴스핌 DB> 그러나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고위급 '2+2 통상협의'가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의 일정 사유로 전날 취소되면서 미국이 한국의 협상 태도에 불편을 느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미국은 우리나라에 대해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오는 8월 1일부터 적용되며, 한미 양국은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대해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 ▲쌀 시장 추가 개방 ▲유전자변형(LMO) 감자·사과 검역 완화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 농민단체 "관세협상에 농업 희생양 삼지 말아야"…대정부 투쟁 돌입 정부로서는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우선 한국은 현재도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이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은 22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체 수입액(38억4700만달러) 대비 57.4%를 차지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은 지난 2004년 1억300만달러에서 2012년 5억2200만달러, 2016년 10억3500만달러로 20억달러를 넘기다 2022년에는 26억24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의 연평균 증가율은 17.5%다. 이재명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우리나라는 이른바 '광우병 파동' 이후 30개월령 미만 미국산 소고기만 수입하고 있다. 지난 2008년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됐고, 우리 정부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까지 수입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열렸다. 당시 이명박 정부 지지율은 취임 2개월 만에 20%대로 폭락했고, 결국 정부는 미국과 소고기 협상을 일부 재협상했다. 다시 말해 현재 국내 소비자들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섭취에 대해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기반에 깔려 있다. 또 우리나라 연간 쌀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은 40만8700톤으로, 미국 물량이 이중 13만2304톤(32%)을 차지한다. 쌀 개방은 WTO 규약에 묶여 있기 때문에 한미 양자 간 협상체계가 불가능하다. 다만 미국이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을 미루는 국가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는 점을 연일 강조하면서 국익 측면에서 조선·철강·반도체 등 산업을 보호하고 농산물을 희생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농민단체는 정부의 기류에 대거 반발하고 있다. 한국농축산연합회,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농민의길 등 농축산업 단체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대정부 투쟁에 나선다. 이들 단체는 "미국산 농축산물은 이미 한미 FTA로 전면개방을 한 마당에 관세 추가 인하 및 비관세장벽까지 철폐된다면 농민 생존권 말살과 함께 국내 농업생산 기반 붕괴는 시간문제일 것"이라며 강하게 규탄한다. 이어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수입연령 제한과 사과에 대한 식물검역은 국내법과 WTO 등 국제협정 등에 따른 정당한 조치이며, 국민건강과 직결된 것으로 절대 포기해선 안 되는 문제"라며 "농축산물을 협상대상에서 제외해 식량주권과 국민건강권을 반드시 사수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단체 관계자는 "한미 관세협상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요구가 묵살될 경우 대대적인 추가 농민항쟁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쌀값정상화법 공포 촉구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4.03 leehs@newspim.com plum@newspim.com 2025-07-28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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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8시간 넘는 야간근무 없앤다"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SPC그룹이 27일 대표이사 협의체인 'SPC 커미티'를 열고 장시간 야간 근로를 폐지하고, 앞으로 생산직의 야근 시간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PC그룹은 야간 생산이 불가피한 일부 필수 품목을 제외하고, 가능하면 야간 가동 자체를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그룹 관계자는 "8시간 초과 야근 폐지를 위해 △인력 확충 △생산 품목 및 생산량 조정 △라인 재편 등 전반적 생산 구조를 완전히 바꿀 계획이다. 각 (계열)사별 실행 방안을 마련해 10월1일부터 전면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흥 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주간 근무 시간 역시 단계적으로 단축해 장시간 노동에 따른 피로 누적과 사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이번 근무체계 전환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조와 협의를 병행하고, 내부 교육 및 매뉴얼 정비 작업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SPC는 "생산 현장의 장시간 야간 근로에 대한 지적과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 근무 형태를 비롯한 생산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근로자 안전이 최우선시되는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 개선하고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지난 25일 이재명 대통령이 SPC삼립 시화공장을 직접 찾아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며 야간 노동과 과도한 업무 강도를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SPC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여성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수십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노동자가 죽고 있다"며 "같은 방식의 사고가 반복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돈과 비용 때문에 안전과 생명을 희생하는 구조라면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며 "이번을 계기로 산재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김용범 정책실장, 문진영 사회수석 등 청와대 주요 인사들이 배석했으며, SPC 측에선 허영인 회장과 김범수 SPC삼립 대표, 김지형 컴플라이언스위원장, 김희성 안전보건총괄책임자, 김인혁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CJ푸드빌, 크라운제과 등 타 식품업체의 현장 책임자들도 함께 자리를 했다. wonjc6@newspim.com 2025-07-2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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