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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문가들 "한국 '줄타기 외교' 위태로워…대중국 공동전선 합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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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중국의 경제보복 등 강압 외교 좌시하지 말아야"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중국 위협에 대한 공동 대처를 약속한 한·미 정상회담과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 정부가 어정쩡한 '줄타기 외교'를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7일 보도했다. 법치와 자유민주주의의 편에 서서 국제 질서를 위협하는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기로 약속한 만큼,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 속에서 애매한 태도를 보여온 한국의 '줄타기 외교'가 위태로워졌다며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의 대중국 공세에 한국도 합류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오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G7 확대정상회의 두 번째 세션, '열린 사회와 경제' 세션 참석해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등 G7 국가정상들과 함께 논의하고 있다.[사진=청와대] 2021.06.13 photo@newspim.com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특히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호전적 행동에 대한 역내 우려가 날로 커지는 가운데, 한국은 많은 아시아태평양 국가와 마찬가지로 미중 경쟁과 중국의 경제적 지리적 영향력 속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매닝 연구원은 "그동안 한국은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중간 길에 걸쳐 앉아 있었지만, 미한 정상회담에서 기술 투자와 5G 등 첨단기술 분야 협력을 약속함으로써 지리경제학적으로 미국 쪽으로 기울었다"며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경제 관계를 다변화하려는 한국의 시도를 중국은 감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신장위구르, 타이완, 남중국해 등 중국에 대한 강도 높은 견제 내용이 포함된 G7 공동성명이 공개되자 "한국은 공동성명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민주주의와 보편적 인권 등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내용들로 채워진 '열린사회와 경제' 공동성명에 한국 정부가 이름을 올린 데 대해서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내용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워싱턴에서는 대외용과 국내용 발언이 일치하지 않는 듯한 이런 대응이 G7에 초청될 정도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실상 G8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자평하며 참가한 중요 회의의 결과와 곧바로 거리를 두려는 행동으로 간주돼 외교 무대에서 한국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비판이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한국이 G7 정상회의에 초청된 것은 한국이 G7에서 다뤄질 모든 사안에 기꺼이 협력하고 지지할 것이라는 주최국과 회원국들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중국 문제에 대한 한국과의 공감대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타이완, 남중국해뿐만 아니라 미국·호주·일본·인도의 4국 연합체인 쿼드(Quad), 반도체·배터리 첨단기술 분야 협력 등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을 공동성명에 담았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초청국은 공동성명에 서명하지 않았다는 한국 정부 관계자의 말은 맞지만, G7 정상회의 참여에 동의한 것은 한국이 국제 정치 영역에서 어디에 서 있는지 보여준다"고 피력했다.

"한국이 G7 공동성명에 공식 서명하지 않았더라도,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은 민주주의 진영의 일원으로서 국제 질서를 위협하는 독재 정권에 기꺼이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중 경쟁 사이에서 모호한 태도를 취해왔지만, 주변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이뤄지는 중국의 강압적인 외교와 중국을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는 서방국가들의 연합이 대립하는 현 시점에서 '줄타기 외교'는 더욱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독일마샬펀드 보니 글레이저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중국은 여러 나라가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결집하는 것을 우려하고 반중국 연합이 형성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지적했다.

글레이저 국장은 "이는 한국과 같은 나라에 미국의 장단에 맞추지 말라는 경고로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이 중국, 미국과의 관계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미국의 중국 압박에도 불구하고 미중 사이에서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습니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쿼드'에는 참여를 주저하면서도 지난 4월 중국이 주도하는 보아오 포럼에는 미국 동맹국 중 유일하게 참석했다.

특히 이수혁 주미대사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70년 전에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고 발언한 것은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 대사는 지난해 6월에도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서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는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당시 미 국무부는 VOA에 "한국은 수십 년 전 권위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이미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며 이례적으로 동맹국 대사의 발언을 특정해 구체적인 논평을 전하기도 했다.

워싱턴 한반도 전문가들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로 한국은 동맹이자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 편에 서기로 오래 전 약속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중국이라는 공동의 견제 세력이 부상한 현시점에서 이런 선택은 더욱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는 "미한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읽어보면 한국은 이미 미국을 선택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며 "그것이 미한 정상회담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역설했다. "한국이 미국과 같은 방향으로 전략적 조정을 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 좌우 진영을 포함한 많은 이들의 정상회담에 대한 결론이고 이는 상당히 명백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맥스웰 연구원은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함으로써 중국의 경제 보복을 완화하기 위한 시간을 번 측면도 있다"고 봤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경제 시스템을 강화할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이제는 생각이 같은 민주주의 국가들과 연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것"이라는 진단이다.

하지만 "이제 줄타기 외교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며 "한국은 원칙적 입장과 옳다고 믿는 가치가 무엇인지 택해야 한다"며 "자유 민주주의와 개인의 자유, 자유시장경제, 규칙에 근거한 국제 질서, 인권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이 정말 '미들파워'가 되고자 한다면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갖는 동시에 이런 가치를 옹호하고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전문가들은 동시에 미국도 주요 아시아 동맹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 등 강압 외교를 좌시하지 말고 단호한 공동 대응 의지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국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됐을 때 미국이 보인 소극적 태도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비판이다.

중국은 롯데그룹이 2017년 2월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내주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롯데 계열사 중 중국에 가장 많은 점포를 운영 중이던 롯데마트를 표적으로 삼고 보복을 본격화했다. 또한 한국 단체관광 제한, 한국 대중문화 금지 조치 등도 잇따라 내린 바 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주변국 등을 겨냥한 중국의 이런 공격적 행보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중국은 한국뿐 아니라 G7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의 입장에 언짢아하고 있으며, 이들 나라의 언행에 일종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 당시처럼 긴장을 높이지 않기 바란다"며 "같은 일이 발생할 경우 미국은 한국의 동맹으로서 한국 지원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맥스웰 연구원은 "미국이 한국에 대한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응하지 않은 것은 전략적 실수였다"며 "미국은 향후 민주주의 진영과 함께 한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전 여파를 경감시키는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특히 이런 기류를 G7과 쿼드 회의 등을 통해 볼 수 있다"며 "한국이 속해있는 민주주의 진영은 국제사회에서 패권을 행사하면서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준수하지 않으려는 독재 정권에 맞서기 위해 동원되고 결집하기 시작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매닝 연구원은 중국에 대한 이런 공동 대응 기류에도 불구하고 인접국인 한국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계속 가시밭길을 걷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매닝 연구원은 "G7 정상회의에서 봤듯이, 한국은 앞으로도 중국의 무역 관행과 인권 침해에 대한 서방의 비판에서 거리를 둘 것"이라며 "걷기 어려운 길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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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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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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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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