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경비 전문 자회사 18곳, 모회사 출신에 억대 연봉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하랬더니 임원들 보은 수단 악용
[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 방침에 따르기 위해 자회사를 설립한 뒤 임원들을 대거 보내 고액의 연봉을 지급해온 공기업들이 39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한전 자회사인 한전MCS와 한전FMS가 모기업 출신 임원들에게 지급한 기본급과 성과급 총액은 2억원을 넘겼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모회사 임원들을 자회사 경영진으로 내려보낸 뒤 억대 연봉으로 배를 불린 셈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51개 공공기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8곳의 자회사 중 68%인 39곳이 모회사 출신 임직원을 자회사로 보내 고액의 연봉과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관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자회사를 설립한 공공기관이다.
정부는 지난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파견 용역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방식은 자회사를 통한 고용과 기관의 직접고용, 제3섹터를 통한 고용 세가지로 나뉘었는데 많은 공공기관들이 자회사를 설립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안을 택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관세청·조달청·통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2021.10.12 kilroy023@newspim.com |
장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회사 58개 중 82% 가량인 48개 자회사의 대표이사 등은 모기업 인사 출신이다. 이중 연봉 1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을 지급받는 대표이사와 상임이사는 최소 34명 이상으로 확인됐다.
이들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주체는 대부분 자회사(50개)다. 모기업이 지급하는 경우는 겨우 8곳에 불과했다. 평균 지급액도 8000만원을 상회하는 등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자회사에서 기본급만 지급하는 경우 평균 지급액은 8777만원, 기본급과 성과급을 모두 지급하는 경우에는 각각 8836만원과 4977만원이 지급됐다.
기본급과 성과급 총액이 2억원을 넘는 곳도 있었는데, 모두 한전 자회사였다. 검침업무를 하는 한전MCS가 총 2억2300만원을 모기업 인사 출신들에게 지급하고 있었고, 한전의 청소경비 업무를 맡은 한전FMS도 이들의 총 연봉이 2억원을 넘었다. 고속도로 통행료 수납 업무를 맡은 한국도로공사서비스는 기본급만 1억5500만원을 지급했다.
공공기관 운영을 감독하는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자회사의 임원에 대한 고액 연봉 지급에 대해 법령상 감독 권한과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총연봉 및 기본급 최상위 지급 자회사 목록 [자료=장혜영 의원실] 2021.10.20 soy22@newspim.com |
이에 대해 장혜영 의원은 "공공부분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자회사 설립은 실질적 사용자는 모기업임에도 불구하고 100% 출자한 자회사를 내세운 기만적인 정책이다"며 "자회사 설립 이유는 그동안 간접고용되었던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과 고용안정성 보장인데 모회사 출신 임원에게 고액 연봉과 성과급을 주는 것은 자회사 설립 목적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이 결국 모회사의 낙하산 자리만 늘리게 되는 작금의 행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공기관의 운영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이런 실태에 대해 제대로 파악도 하지 않고 있지만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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