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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헤어질 결심' 박해일, 박찬욱 감독의 '충돌의 미학'을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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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박해일이 '헤어질 결심'으로 가장 그다운, 품위있는 형사 캐릭터를 완성했다.

박해일은 최근 '헤어질 결심' 개봉 기념 인터뷰에서 박찬욱 감독, 탕웨이와 첫 영화 작업을 한 소감을 밝혔다. 이번 작품은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은 물론, 감독상까지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칸 영화제에서 영화를 하는 영화인을 굉장히 환대해주고 있다는 기분을 느꼈어요. 더불어 한국 영화가 많이 소개되고 알려져서. 모두가 오랜 시간동안 일궈놓은 것들을 아주 잘 누리고 왔어요. 저도 조금이나마 일조했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감사할 따름이죠. 칸의 룰을 모르고 갔는데 '정말 가차없구나' 싶었어요. 감독님이 전작들 대부분 칸에 초청 받았고 수상도 하셨는데 저와 함께 한 작품이 좋은 평가받았으면 했죠. 수상이 호명되고 맘 졸였던 게 해소되는 순간이어서 '이제 됐다' 하는 표정이 나왔나봐요. 송강호 선배도 함께 수상하셔서 순간 국내 영화제인가? 싶을 정도로 좋았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헤어질 결심'에 출연한 배우 박해일 [사진=CJ ENM] 2022.06.28 jyyang@newspim.com

칸의 선택을 받은 봉준호 감독과 '괴물' '살인의 추억'에서 호흡을 맞춘 것과 달리 박 감독과는 이번이 첫 작업이었다. 영화적으로 스타일리시하면서도 비주얼적으로 시시각각 멋을 추구해온 감독의 취향과 요구가 박해일에겐 어떤 식으로 투영됐는지를 물었다.

"해준에게 저를 장착시키실 때 일단 슈트였죠. 정장에 넥타이 차림인데 의상 피팅을 할 때 수많은 양복을 입어보고 감독님이 계속 체크하셨어요. 해준스러운 느낌을 찾고 계셨죠. 대부분 클래식한 의상이었고 구두보다는 형사란 직업 특성상 구두 색의 운동화를 신는단 설정이었어요. 또 스마트 워치로 녹음해서 증거, 자료, 메모들을 모으는, 클래식하지만 테크놀로지한 부분도 활용한다는 두 가지 측면이 있었죠. 또 해준은 상의 12개, 바지에 6개의 주머니를 가진 준비된 남자죠. 순간마다 상황에 맞는 무언가가 바로 바로 나오는, 그게 또 극적 장치로도 녹아들어갔고요."

극 중 해준에게 '품위있다'고 말하는 서래의 대사가 그의 캐릭터성을 어느 정도 설명하는 측면이 있다. 형사치고 고상한 말투와 침착한 캐릭터를 구축해나가며 그는 "박찬욱 감독 특유의 충돌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형사라는 캐릭터와 충돌되고 모순되는 말의 내용과 말투를 느꼈어요. 단어 선택도 남다르죠. 그런 문학적이고 시적인 표현이 형사와 표면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데, 그게 감독님 색깔이구나 했어요. 그래서 첫 형사역인데도 낯설거나 불편함보다 흥미롭고 호기심이 강한 질감으로 다가왔죠. 시나리오에서 해준의 대사들을 보고 연습을 잘 해서 잘 해내고 싶어졌어요. 서래가 한국어가 부족한 중국인인데, 마침내, 단일한 같은 문어체적인 대사들이 나와요. 그런 부분에서 서로의 동질감을 표현하게도 되죠. 형사가 이런 말투를 구사한다는 게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매력적이었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헤어질 결심'에 출연한 배우 박해일 [사진=CJ ENM] 2022.06.28 jyyang@newspim.com

특히 박찬욱 감독이나 박해일의 전작들을 익숙해하는 관객들에겐, 이 영화의 장르 자체가 반전일 수 있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스릴러나 서스펜스를 계속해서 기다리던 관객들은 "이게 진짜 멜로였다니"라고 낯설어할 법하다. 박해일은 그런 반응들이 재미있다며 웃었다.

"다들 계속 마음이 긴장된다고 하더라고요. 일부러 긴장 좀 놓고 담백하게 편하게 보라고 말씀드려요. 어차피 그런 감정을 느끼시겠지만 전작들과는 좀 다른 결과 톤들로 이번 영화는 이루어져있죠. 오히려 그래서 여러 시선으로 다시 보고 싶다는 말씀도 하시더라고요. 해준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캐릭터가 변화하는데 그 감정의 파고가 잔잔했다가 말 그대로 해일이 몰아치는 느낌까지 감정이 극대화돼요. 순전히 자기 직업의 품위와 자긍심과 직장인이 성과도 잘 내고 열심히 살아가는 직장인에서 송서래를 만나서 모래탑이 서서이 금이 가듯 변화를 겪죠. 붕괴라는 단어를 쓰는 상황까지 벌어지니까요. 이 작업이 쉽지 않았지만 매력있었죠."

박찬욱 감독이 "고생 좀 해야 하는 영화"라고 언질을 준 것과 더불어, 박해일은 이번 역을 해내며 몸 고생과 마음 고생을 둘 다 겪었다. 함께 연기한 탕웨이와도 언어 장벽을 넘어 배우로서 교감하는 순간을 거쳤고 감동받고, 배운 점도 있었다.

"탕웨이씨와는 소통의 문제나, 해준 역의 배우를 어떻게 생각할까 긴장감, 궁금함도 있었죠. 일단 굉장히 자기 고집이 있는 배우고 자신만의 방식을 꽤 고수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타입이에요. 해준의 대사를 녹음을 해달라고 부탁을 받았는데 리딩할 때 한국어, 중국어, 영어 세 버전의 대본을 내려놓는 걸 보면서 정말 어려운 과정을 거쳐 서래를 펼쳐내는 거겠구나 싶었죠. 얼른 녹음해서 주고 저도 중국어를 녹음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심심찮게 도움이 많이 됐죠. 연기가 갑자기 되는 게 아니라 켜켜이 내면에서 스스로를 괴롭히면서 송서래가 나오게 되는 거죠. 쉬운 방식이 아니예요. 연극, 연출을 전공했다는 얘길 들었는데 퍼즐처럼 조합이 맞춰졌어요. 감독님과 소통하고 이해가 돼야 카메라 앞에서 연기가 되는 그런 배우였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헤어질 결심'에 출연한 배우 박해일 [사진=CJ ENM] 2022.06.28 jyyang@newspim.com

영화를 접한 이들은 박해일의 해준을 두고 '가장 멋지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가장 바보'라거나 '잡놈'이라거나 다양한 견해를 내놨다. 직접 연기한 박해일은 그런 반응이 다채롭고 재밌다고 털어놨다.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라고 이 영화를 소개한 박찬욱 감독의 의도 역시 영화에 에둘러서, 모두가 단번에 눈치챌 수 없는 방식으로 담겨있다.

"세상에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봤어요. 어쨌든 둘은 가상의 세계에 사는 사람같지 않고 현실에 발을 붙인 채로 살아가고 있죠. 그럴듯 했어요.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를 제 식대로 얘기해보면 일에 충실하다가도 자기도 모르게 넋을 놓는 순간이 있지 않아요? 라고 묻고 싶어요. 알아채거나 인지하지 못한 채로 뭔가에 빠지는 거죠. 영화는 어쨌든 사람 사는 얘기를 하는 건데, 누군가로 인해 넋을 놓게 만드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거죠. 나랑 이렇게 비슷한 사람도 있네? 자긍심을 가졌던 직업과 신념을 뒤로하게 되기도 하고요. 얼빠진 사람처럼 헤어나올 수 없는 경우도 있겠죠. 그러다 새 삶을 살기도 하고요. 그런 조각같은 이야기들을 하나의 에피소드로 또 깊고 넓게 감독님 식으로 표현하신 게 아닌가 싶어요. 어쩐지 시간대별로 나이대별로 꺼내서 보고 싶은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인생이 담겨있는 느낌이거든요."

박찬욱 감독이 박해일, 탕웨이를 통해 빚어낸 '헤어질 결심'은 해준같은 느낌의, 또 서래같은 존재감의 영화로 완성됐다. 영화 속에 나오는 수많은 대사들은 대부분 단번에 한 가지 감흥만을 전달하지 않기에 더없이 영화적이다. 덕분에 중의적이고 또 비유적인 표현들을 오래도록 곱씹게 된다.

"'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라는 말이 감독님만의 이 장르를 보여주는 색깔의 문장같아요. 보신 분들이 그 표현을 곱씹으시더라고요. 감정 표현에 대해 묻기도 하고요. 여운이 많이 남기도 하고 다시 생각하게 되는 대사이기도 하죠. 해준의 대사 중에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오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는 거야'라는 게 있는데 그걸 잠복 중에 하거든요. 그런 말투와 상황, 설정, 관계가 정말 재밌었어요. 영화에 안개 설정이 있는데 요즘 날씨를 보니까.(웃음) 영화를 즐기시고 여운이 남으시면 엔딩곡까지 가사와 함께 음미해주시면 그 밤이 안개같은 밤이 되지 않을까 해요. 꼭 엔딩곡까지 듣고 가시면 좋겠다는 추천을 드립니다."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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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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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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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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