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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톡] 국립극장 '우리 읍내', 모두가 만나고 싶은 공연의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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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기획공연 '우리 읍내(Our Town)' 초연이 잠시 들렀다 가는 산책같은 삶의 가치와 따뜻한 이웃,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오는 25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연극 '우리 읍내'가 공연 중이다. 미국 극작가 손턴 와일더의 동명희곡을 한국적으로 각색하고, 장애인을 가족·친구로 둔 사람들의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으로 한글 자막과 음성 해설, 수어 통역이 함께하는 무장애(배리어 프리) 공연으로 선보인다. 극중 농인, 청인 등 다양한 배우들이 함께 공존하며 마치 판타지 같은 평화로운 80년대 시골 마을 일상을 그려내며 따뜻함과 감동으로 모두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국립극장 기획공연 '우리 읍내'의 한 장면 [사진=국립극장] 2023.06.22 jyyang@newspim.com

◆ 마치 '전원일기'의 한 장면 같은 정겨움…배리어 프리 공연의 이색 감동

'우리 읍내'는 미국 극작가 손턴 와일더의 동명희곡을 원작으로 하는 만큼, 국내 초연을 위해 한국 정서에 맞게 작품의 시대적·지역적 배경을 1980년대 경상북도 울진군 평해 읍내로 옮겨왔다. 여기에 등장인물의 설정을 바꿔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사람들의 일상과 애환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존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농인 배우 2명과 청인 배우 14명, 수어통역사 5명, 음성 해설사 1명이 무대에 함께 올라 다른 공연에선 볼 수 없는 이색 형식과 표현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주인공인 현영과 민규, 현영 아버지 혁찬과 그의 가족, 민규 아버지 의사와 그 가족들, 주변인들을 표현하는 16명의 배우들은 직접 대사와 찰진 연기는 물론, 수어를 익혀 대사 곳곳에서 농인 배우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현영 역의 배우 박지영은 실제 농인으로 최초로 제58회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여자연기상 후보에 올라 연기력을 인정받은 재원이다. 이밖에 농인 예술단체 핸드스피크 소속의 김우경 배우는 신문배달부 역으로 활약한 뒤 극 해설을 위해 등장하는 무대감독의 수어 통역을 도맡는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국립극장 기획공연 '우리 읍내'의 한 장면 [사진=국립극장] 2023.06.22 jyyang@newspim.com

'우리 읍내'를 보면서 놀라운 점은, 수어 대사를 보고 이해하는 과정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그간의 즉각적이고 직관적인 표현이 익숙한 관객들은 수어로 대사를 하는 배우를 유심히 보고 자막으로 나오는 대사를 통해 그를 이해한다. 국립극장에선 FM 수신기를 제공해 수어 대사를 볼 수 없는 이들이 청각으로 들을 수 있게 배려한다. 자연스럽게 현실에서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의사소통하는 이들을 유심히 살피고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치있는 관람 경험이라 할 만하다.

◆ 차별과 갈등이 없어 판타지 같은 마을…삶의 기쁨과 행복, 회한이 담긴 이야기

'우리 읍내'에서는 역경이나 고난, 슬픔에 관한 에피소드가 거의 없다. 작은 시골마을의 역사와 환경, 1980년대 초반의 상황이 언급되지만 굴곡의 현대사나 차별, 갈등에 관한 얘긴 찾아볼 수 없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우러져 서로를 위해주고 아껴주는 일상을 살아가는 장면들은 보는 것만으로 특별한 힐링의 시간으로 다가온다. 동시에 현실엔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적인 설정으로도 느껴진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국립극장 기획공연 '우리 읍내'의 한 장면 [사진=국립극장] 2023.06.22 jyyang@newspim.com

'우리 읍내'에서는 바로 이 판타지를 통해 모두가 어디서든 겪고 싶어하는 따뜻한 일상을 펼쳐낸다. 장애가 있어도 공부를 하고 일상을 살아내는 데 어려움이 없는, 연애도 하고 사랑도 하는 주인공은 별다른 설명이 없이도 보는 이들에게 놀라운 깨달음을 안겨준다. 판타지처럼 보이는 극중 상황은 사실은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 할 곳이란 깨달음이다. 극 후반엔 등장인물의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게도 한다. 천상병의 '귀천'으로 시작과 끝을 장식한 '우리 읍내'는 우리 모두가 살고 싶은 삶, 또 만나고 싶은 공연의 이정표다.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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