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어느 종목이든 정상에 오르는 건 어렵다. 정상을 지키는 건 더 어렵다. 2010년 세계 1위에 올랐던 신지애는 2023년 세계 23위에 올랐다. 올 시즌 69위로 출발한 신지애는 일본투어 2승을 보태 커리어 통산 64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전성기 뺨치는 기량으로 세계 랭킹을 다시 끌어올렸다. 많은 1988년생 동갑내기 골퍼들은 은퇴하거나 황혼기를 맞고 있다. 올 US오픈서 고별전을 치른 미셸 위는 신지애보다 한 살 어리다. 신지애는 최종 합계 6언더파 준우승을 차지했고 미셸 위는 14오버파로 컷탈락했다. 신지애의 '아름다운 역주행'이다.
신지애가 지난 10일 US여자오픈 마지막날 18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넣고 손을 들어 기뻐하고 있다. [사진 = LPGA] |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에서 태어난 신지애는 엄마 교통사고 보험금으로 골프에 매진한 걸로 알려졌다. "한 번의 미스 샷으로 평생을 후회할 수도 있다"는 각오로 지독하게 연습하며 엄마 잃은 슬픔을 잊었다. 송곳같은 정확성과 강철같은 멘털로 155cm 단구의 핸디캡을 극복했다. 2008년 세계 4대 투어인 LPGA, JLPGA, KLPGA, LET의 대회에서 한 해에 모두 우승하는 최초의 골퍼가 됐다. 한국 여자선수로 첫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골프 지존'으로 불리며 2000년대를 풍미했다.
신지애는 2009년부터 LPGA에서 11승을 거두고 2014년 미국그린을 떠나 일본으로 옮겼다. 허리 부상과 스윙 교정으로 슬럼프를 겪었다. 스폰서 기업을 구하지 못해 로고 없는 모자를 써야했다. 다시 몸을 추스리고 샷감각을 되찾아 일본무대에 적응했다. 2018년 일본 투어 사상 최초 한 시즌 메이저 대회 3승을 거뒀다. 올해 벌써 2승을 챙겼다. JLPGA 통산 30승 고지를 밟고 상금랭킹 2위에 올랐다. 신지애가 상금랭킹 1위에 오른다면 한·미·일 3국에서 상금왕을 차지한 최초의 선수가 된다.
신지애는 2019년 대회 출전 이후 4년 만에 다시 US여자오픈에 참가했다. 여자 메이저대회 사상 처음으로 열린 페블비치에서, 힘과 스피드에서 달리지만 젊은 선수들과 겨뤄보고 싶었다. 3라운드를 마친 신지애는 "페블비치는 내 꿈의 코스 중 하나였다. 마침내 이곳에 왔기 때문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하루밖에 남지 않아서 슬프다. 내일은 최선을 다 하겠다"고 털어놓았다.
신지애는 노련한 코스운영과 자신감 넘치는 쇼트게임으로 강풍과 고난도 코스 세팅으로 유명한 페블비치를 정복했다. 신지애는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잘 쳤다. 3라운드에서 2타를 줄였고 4라운드에선 4타를 줄이며 공동 2위까지 올랐다. 마지막 날, 마지막 18번홀 5m 버디 퍼트를 넣은 신지애는 오른손을 하늘 높이 올리며 기뻐했다.
4년 만에 미국에 온 이유를 묻는 기자 질문에 신지애는 "사실은 할머니께 이곳에서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지난 달에 돌아가셨다. 하지만 이 곳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실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와 함께 계신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사실 2주일 전쯤 내 꿈에 나타나셨다. 그리고 지난달 일본 어스몬다민컵(일본투어 최다 상금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꿈에서 식사를 함께 했다. 그러고보니 인터뷰가 끝나면 뭘 좀 먹어야겠다.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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