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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차이나] <7>중국과 결혼한 한국 며느리, 강윤아 법무법인(유) 광장 베이징 수석대표 <下>

기사입력 : 2023년10월28일 12:24

최종수정 : 2023년11월08일 10:34

그러던 중 본격적으로 중국 문화 속으로 깊게 들어가게 된 것은 중국인 남편과 만나고 나서부터였다. 중국 변호사인 남편과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법률 이야기를 통해 많은 공감대를 형성해서 금방 가까워질 수 있었다. 두 번째 만남은 조양공원에서 였는데 석양이 공원 호수에 비쳐 어른거리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남편은 '보광린린(波光粼粼)' 이라는 표현을 알려주었다. 해질 녘 아름다운 노을이 반사되어 황금빛으로 변한 물결이 하늘하늘 거리며 반짝이는 모습을 단 네 글자로 표현할 수 있는 중국어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이 절로 일어났다.

그 '린(粼)'자 발음을 통해 물고기 비늘(鳞)도 연상이 되었는데, 잔 물결의 모양이 마치 물고기 비늘과도 유사한 모양이었기에 그 표현이 더 멋스럽게 느껴졌다. '중국어가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자상하고 친절하게 중국에 대해 설명해 주는 남편, 황홀한 조양 공원의 노을 풍경이 어우러지면서 남편과 중국 모두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2년의 열애 끝에 남편이 나고 자란 충칭 산골 조부모님댁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춘절이나 큰 축제가 있는 날에만 한다는 돼지를 잡고 손수 식재료를 다듬고 가로등과 주차장을 만들고 호텔을 준비하며 편도 3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를 직접 운전해서 공항까지 하객을 맞이하는 등 온 가족 친척들 모두가 분주하게 준비했다.

마을 아이들도 함께 사탕 박스를 만들고 풍선을 불며 신혼방을 꾸며 주었고 친구들 중에는 24시간 운전해서 오는 이들도 있었다. 사회자와 신랑 신부 들러리들과 함께 리허설을 하고 불꽃 축제를 벌이고 나서야 모든 준비가 끝났다. 결혼식 당일에는 신랑과 신랑 들러리들이 여러 관문을 통과하여 신부인 나를 데리고 결혼식 장소까지 긴 차량 행렬을 지어 이동하고 밤늦게까지 떠들썩하게 축하를 이어갔다.

통상 한두 시간 안에 끝나는 한국 도시 결혼식과 비교하면 중국 산골에서의 결혼식은 신랑 신부 가족과 하객이 긴 시간 이동하고 다방면에서 참여해야 하기에 많은 시간과 체력이 요구된다. 그래서 긴 연휴 중간에 결혼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참석하는 하객들은 긴 연휴를 반납하고 참석하는 것이라 정말 친한 사람들만 와서 긴 절차를 지켜보며, 그 과정에서 평생토록 함께 나눌 특별한 추억을 만들게 된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강윤아 법무법인 광장 북경대표처 수석대표의 중국 현지 결혼식 사진.  2023.10.28 chk@newspim.com

연애 초반 중국 춘절(음력 설)을 맞이하여 남편의 조부모님댁에 처음 방문했을 때는 적응하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조부모님댁은 산턱에 위치해 물을 끌어오기가 어려워 빗물을 저장해 사용하는데 겨울인 춘절에는 그마저도 얼어붙어 찬물로 샤워해야 했다.

나무 장작에 불붙여 만든 화롯가를 벗어나면 난방 기구가 없어 온 집안에 한기가 서려 실내에서도 두꺼운 겨울 외투를 입어야 했다. 화장실도 방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야밤에는 빛이 없어 화장실 가는 것도 무서웠다. 도시의 편리함에 익숙한 나에게는 적응하기 쉬운 환경이 아니었다.

그러나 북경에서도 그러했듯 나를 사랑으로 맞이해주는 가족 친척, 그리고 마을 사람들 덕분에 나는 농촌에도 곧 익숙해졌다. 할아버지는 경상도 남자처럼 정은 깊지만 평소 과묵한 표정에 표현이 무뚝뚝하신 분이신데 충칭 방언도 잘 못 알아듣는 나에게 만큼은 언제나 활짝 웃어주신다.

언젠가 한 번은 감기에 드신 할아버지를 위해 한국 감기약을 드렸는데 평소 편찮으셔도 약 없이 버티시는 할아버지께서 내가 드린 약은 곧바로 손에 움켜줬다 물도 없이 꿀꺽 드셨다. 이 외에도 시댁과 친척, 마을 사람들과 쌓인 추억이 셀 수 없이 많다. 춘철에 하루 종일 귤을 까먹으며 했던 마작, 이제는 금지되었지만 수없이 반복했던 폭죽놀이 사촌동생들과 재잘재잘 떠들면서 노닐었던 충칭의 산골 자연 등 매 순간이 따뜻한 추억이 되었고 우리는 진정한 가족이 되었다.

중국의 농촌은 아직 여러 가지 극복해야 하는 문제가 많다. 할아버지께서 급히 병원을 가실 일이 있었지만 병원까지 차로 3~4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이기 때문에 갈 수 없었던 적이 있었다. 남편이 처음 다닌 학교는 벌써 폐교되었고 전학한 학교도 곧 폐교되어 선생님은 실직하고 아이들은 훨씬 먼 거리의 학교를 다녀야 한다.

춘절에 남편이 난롯가에 앉아 무료 법률 자문을 했는데 변호사의 조력을 받지 못해 의료 사망 사고 위자료를 형편없이 낮은 금액인 몇 만 위안(한화 약 몇 백만원)으로 청구하여 판결을 선고 받고 법원에 집행 신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몰라서 못하고 있던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

대부분의 농촌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성적이 우수하지 않은 한 농촌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거나 도시에 나가서도 낮은 학력으로 언제든 대체 가능한 인력이 되어 치열하게 삶을 살아간다. 남편과 나는 크고 작은 농촌의 문제를 접하며 언젠가 농촌 환경의 개선에 작게나마 보탬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지게 되었다.

학생 때 사평으로 향했던 작은 발걸음이 중국에서 사회 활동을 하며 가정을 이루고 중국 문화 속으로 당찬 걸음을 해 나갈 수 있는 단단한 밑거름이 될 지는 꿈에도 몰랐다. 대부분의 동아시아인이 그렇듯 중국에 오기 전의 나는 공부와 업무로 점철된 하루를 살아가던 사람이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강윤아 대표가 북경사무소 회의실에서 동료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3.10.28 chk@newspim.com

어떤 거대한 힘에 이끌리듯 변호사가 되어 다시 찾은 중국에는 무한한 격려와 응원을 해 주는 중국인 친구와 지인들이 있었고 그들과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는 것이 곧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졌다.

특히 남편과의 만남은 중국의 매력을 발견하고 중국을 이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고 중국 가족들의 사랑과 응원 속에 더 자신감을 가지고 중국인들과 관계를 맺다보니 중국 문화도 더욱 잘 이해하게 되었다. 중국과 한국 간의 법률 자문 또는 분쟁 사건을 다룰 때 이러한 문화적 경험들이 징검다리가 되어 한중간 법률 또는 실무의 차이를 접했을 때 보다 조화로운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또 그러한 경험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고객들이 늘어나고 2021년에는 북경대표처 수석대표로 승진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법률 뿐만 아니라 관리 업무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고 각계 각층의 중국 한국 분들과 교류하며 시각을 더욱 넓혀갈 수 있는 것 같다.

업무를 하다 보면 중국과 한국은 법률 실무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종종 느낄 때가 있다. 예컨대 한국에서 소송할 때는 원칙적으로 제출된 증거가 원본임을 믿고 상대방의 이의제기가 없는 한 제출자가 일일이 증거가 원본임을 입증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중국에서 소송할 때는 절차상 제출자가 증거 원본을 일일이 제시하여 제출된 증거가 원본임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중국법에는 양 당사자가 계약 위반 시 위약금을 약정하더라도 실제 손해가 더 크다면 손해액을 배상하도록 규정하여 실제 상황에 따른 구제를 강조하는 반면 한국법에는 양 당사자가 위약금을 약정했다면 실제 손해가 더 크더라도 약정 손해액 이상을 배상청구 할 수 없도록 규정하여 당사자 간의 약정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그동안 중국인 가족, 중국 친구들과의 문화적 차이를 조화롭게 해결해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한국과 중국 간 법률 실무의 간극으로 인한 오해와 분쟁도 조화롭게 잘 해결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 더 나아가 여러 측면에서 나를 성장시켜 준 한국과 중국 사이 바로 그 곳에서 굳건히 자리를 잡고 양국 간 이해를 증진하는데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쓰일 수 있기를 희망한다.

글쓴이= 강윤아 법무법인 광장 북경대표처 수석대표

2021년 법무법인(유) 광장 북경대표처 수석대표
2018년~2020년 법무법인(유) 광장 북경대표처 대표

2016년~현재 법무법인(유) 광장
2020년~현재 중국한국상회 법률자문고문
2020년~현재 중국한국상회 법률자문고문

2014년~2016년 LG전자㈜ 사내변호사
2013년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2010년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 학사 졸업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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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세협상, 명백한 중국의 승리"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미중 관세협상에 대해 중국내에서는 미국에 대항해 '승리'를 거뒀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중국의 매체들은 13일 일제히 미중관세협상 결과를 보도하고 나섰다. 관영매체들은 '승리했다'는 표현을 자제하고 있지만, 협상이 성공적이었다는 논조를 유지했다. 중국의 SNS상에서는 미국에 대항해 중국이 승리했다는 반응 일색이다.  12일 미중 양국의 협상단은 스위스 제네바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은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145%에서 30%로, 중국은 미국에 대한 관세율을 125%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추가적인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5년전인 2020년 1월 타결됐던 미중 관세협상 결과와는 차이가 크다. 당시 중국은 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 구매할 것을 약속했고, 강도 높은 지재권 보호 , 금융 서비스 시장 개방, 환율 투명성 강화 등을 보장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미국은 관세를 일부 인하했다. 하지만 이번 미중 관세협상에서는 양국이 모두 동등하게 115%의 관세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중국의 미국산 물품 구매나 시장개방에 대한 약속은 없었다. 양보 일변도였던 5년전과 달리 이번 미중 관세협상은 공평하고 평등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이번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은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결과를 얻었고, 미국은 끝내 양보했다"며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강대강 전술이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중국 매체 관찰자망은 "양국의 제네바 경제·무역 회담 공동성명 발표는 중국이 무역 전쟁에서 거둔 중대한 승리이자 중국이 투쟁을 견지한 결과"라며 "미국의 무역 괴롭힘에 맞서 항쟁할 용기가 조금도 없는 국가들과 비교하면 이번 승리의 무게가 더 무겁다"고 논평했다. 광다(光大)증권은 13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국제 무역 투쟁에서 패권을 두려워하지 않고 굳건하게 맞선 결과 단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가장 먼저 미국에 대등한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국내적 국제적으로 대응조치를 내놓았다"고 덧붙였다. 자오상(招商)증권은 "중국은 미국과 공평하고 평등한 협상을 진행했으며,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호평했다. 이어 "중국은 우호적인 국가들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중국 경제의 대미 의존도를 낮췄고, 기술 진보와 군사력 확충 등이 이뤄졌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같은 성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여론이 지나치게 고무되는 것을 경계하는 논설기사도 나왔다. 신화사는 '중미 경제무역 회담이 세계 경제 압박을 낮추고 신뢰를 증진시켰다'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양국의 대화 재개는 기쁜 일이지만, 양국간의 의견 차이 해소는 복잡하고 어려우며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오성홍기와 미국 성조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ys1744@newspim.com 2025-05-1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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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대법원장 청문회 출석 곤란"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대법원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오는 14일 예정된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12일 기자단 공지를 통해 "재판에 관한 청문회에 법관이 출석하는 것은 여러모로 곤란하다는 입장"이라며 "출석 요청을 받은 16명의 법관 모두 '청문회 출석요구에 대한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조희대 대법원장. [사진=뉴스핌DB]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 사건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심리·선고해 사실상 대선에 개입했다며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7일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과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 등을 의결했다. 청문회 증인으로는 조 대법원장과 판결에 관여한 대법관 11명이 전원 채택됐으며 대법원 수석·선임재판연구관, 대법원장 비서실장, 법원행정처 사법정보화실장 등 판사들도 포함됐다.  shl22@newspim.com 2025-05-1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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