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강원도 산불 '미약'…눈·봄비 덕택
기상청 "인공 강우 통해 산불 예방하겠다"
구름씨 뿌려 비 내리게 하는 인공 강우
기상관측 항공기, 드론 등으로 실험중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이번 봄 강원 영동에서는 유독 산불이 나지 않았다. 올해 강원도내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17건으로, 피해 면적은 6.65헥타르(ha)다. 지난해 강원도에서 227.09헥타르 면적의 산림이 불탔음을 고려하면 이번에 대폭 줄어든 수치다. 대규모 산불이 나지 않은 이유는 지난달 중순까지 영동지역을 중심으로 쏟아진 눈과 봄비 때문이었다. 습기를 머금은 산에서 난 불길은 미미했다.
'땅을 미리 적셔서 산불을 예방하자'는 기상청의 계획은 이러한 상황에 힘을 얻었다.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난 유희동 기상청장은 "올해는 인공 조절 강우를 통해 영동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습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기상청은 인공 강우가 산불 예방 효과가 있을지를 향후 5년간 실험하겠다는 계획이다.
유희동 기상청장이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상청] |
강원 영동지역은 특히 산불에 취약하다. 최근 10년간 발생한 대형산불 10건 중 9건이 영동에서 발생했다. 기후변화로 강원도가 받는 타격도 크다. 지역 전반적으로 상대습도가 낮아졌고 강수량 및 적설량 최저 순위 연도가 최근 몇년간에 몰려 있다. 우선 영동에서 인공 강우를 통해 겨울 가뭄을 막는 데 집중하고, 역량이 쌓이면 다른 지역까지도 확장할 수 있게 된다.
기상청에서 강조하는 '인공 강우'란 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은 구름에 구름씨를 뿌리는 개념이다. 공기 중 수증기에 요오드화은이나 드라이아이스, 소금 등을 투하해 눈과 비를 수확한다. 없는 구름을 만들 수는 없기에, 사실상 구름이 적은 맑은 날에는 인공 강우를 내릴 수 없다. 실제로 지난 2일 기상청이 드론을 날려 구름씨를 뿌렸을 때 허공에 날린 가루는 빠르게 사라졌다. 기상청이 설명하는 인공강우란 산불을 예방하는 개념에 가깝지 불이 나는 상황에서 비를 내리는 것이 아니다. 한 마디로 만능 열쇠는 아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인공강우 실험은 점진적으로 발전해 왔다. 기상관측 전용 항공기 '나라호'는 특히 많은 역할을 했다. 5시간 정도 비행할 수 있어 드론보다 효과가 좋다. 양 날개에서 구름씨를 살포할 뿐 아니라 구름입자, 구름응결핵 등의 물리적 특성을 관측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실시간으로 인공강우 효과까지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상항공기 나라호 [사진제공=기상청] |
실제로 기상항공기를 도입한 2018년 이후 인공강우 효과 확인율은 그전의 40%에서 77%로 훌쩍 뛰었다. 평균 증우량도 0.8mm에서 1.5mm까지 늘었다. 일견 낮아보이는 수치지만 여의도에 1mm 강수를 유발할 경우 8톤급 초대형 헬리콥터 360만 대가 물을 채우는 효과를 낸다.
기상청은 다음달부터 두 대의 전용항공기를 추가로 들여 인공강우 효과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전용항공기는 기상항공기와 달리 구름씨만 뿌릴 수 있어 업무가 제한적이다. 다만 기상청에서 거는 기대는 크다. 기존과 달리 전용항공기에서 구름씨를 연속적으로 뿌려 실험 범위를 넓힐 수 있게 된다. 전용항공기와 기상항공기의 역할을 적절히 분배함으로써 수행 횟수도 30~40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에도 인공강우에 대한 과제는 이어진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집중호우를 조금씩 내리게 할 수 있는 것까지도 도전 과제"라며 "기후변화를 기술적인 부분으로 막는 것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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