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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담장 낙서' 20대 모방범, 집유 3년…"교화 기회 주겠다"

기사입력 : 2024년06월28일 10:59

최종수정 : 2024년06월28일 10:59

"국민 공분 일으킨 범행 다음날 모방범죄…죄질 불량"
"정신질환 영향·복구비용 1900만원 변상 완료 등 고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해 12월 국가지정 문화재인 경복궁 담장에 사주를 받고 스프레이로 낙서를 한 10대를 모방해 2차 낙서를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2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28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설모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집행유예 기간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1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인근 담장에서 낙서 복구 작업으로 설치됐던 가림막을 철거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날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됐던 경복궁 담벼락 낙서 제거 작업을 마친 담장을 공개한다. 2024.01.04 mironj19@newspim.com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경복궁이 가지는 역사적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고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경복궁을 보존해 아름다움을 수호하려 노력해왔다"며 "다른 범죄자가 저지른 낙서 사건이 발생해 전 국민을 경악하게 한 바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날 모방범죄를 저질렀고 행위예술로 봐 달라고 주장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설씨가 평소 겪던 정신질환이 범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당시 자의적으로 상당 기간 약을 복용하지 않아 정신상태가 온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 후 다시 약을 복용해 자신의 범죄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깨달았고 수사 단계에서 구속된 이후 6개월 정도 구금돼 참회의 시간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문화재 보존이 가장 중요한데 다행히 피고인이 효용을 해한 부분은 모두 복구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저지른 부분에 대한 복구비용은 1900만원을 이미 문화재청에 변상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격리해 처벌하는 것이 적당한지, 사회 내에서 개선하고 교화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 적합한지 고민했다"며 "범죄가 중하지 않기 때문에 석방하는 것이 아니므로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설씨는 지난해 12월 17일 오후 10시20분경 국가지정문화재인 서울 경복궁의 서문(영추문) 좌측 돌담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와 앨범 이름을 쓰는 등 낙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설씨는 불법 온라인 사이트 운영자의 사주를 받고 경복궁 담벼락에 1차 낙서를 한 고등학생들의 범행 다음 날 이 같은 모방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범행 직후 달아났다가 하루 만인 12월 18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출석해 자수했다. 또 같은 달 20일에는 자신의 블로그에 '미스치프가 말하는 짓궂은 장난을 좀 치고 싶었다. 죄송합니다. 아니 안 죄송해요. 전 예술을 한 것뿐이에요'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미스치프는 2019년 결성된 미국 아티스트 그룹이다.

shl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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