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알선 대가로 부하직원과 금품 주고받은 혐의도
"금융사 직무 관련성 없어…동업 따른 수익분배"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재직 당시 취득한 미공개 정보로 부동산을 사들이고 대출 알선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된 전직 메리츠증권 임직원 측이 재판에서 "업무와 무관한 부분"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오세용 부장판사)는 1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전 메리츠증권 전무 박모 씨와 전 직원 김모 씨, 이모 씨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핌DB] |
박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대해 "전체적으로 부인하는 취지"라며 개인회사에 가족을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횡령한 혐의만 일부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의 전제는 피고인들이 동업해서 사업을 운영했다는 것이고 금원이 오간 것도 사업 운영에 따른 수익분배"라며 "(금융회사 임직원) 직무와 관련한 대출 알선 업무로 돈을 주고받은 관계가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박씨가 이용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보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른 정보교류 차단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씨와 이씨 측 변호인도 "공소사실에 기재된 행위들은 피고인들이 메리츠증권 직원으로서의 직무 수행이나 직원의 지위를 이용한 것이 아니고 '내 사업', '내 일'을 위한 것으로 대가 취득이나 범죄수익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검찰은 "처음 메리츠증권이 의뢰받은 자금 조달 건을 피고인들이 설립한 회사에서 수행한 것"이라며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반박했다. 또 이 과정에서 메리츠증권에 손해를 입혔기 때문에 업무상 배임죄도 성립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한 행위가 법령상 금융기관 임직원으로서 허용되는 영역에 들어가는지 여부가 쟁점"이라며 "향후 증거조사를 통해 양측이 입증해달라"고 했다.
박씨는 직무와 관련된 부동산 PF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을 취득하고 부하 직원이던 김씨와 박씨에게 취득 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 알선을 청탁한 뒤 대가를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와 이씨는 지난 2014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박씨로부터 급여와 퇴직금 명목으로 각각 4억6000만원과 3억8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지난해 증권사 5곳에 대한 부동산 PF 기획 검사 실시 결과 이들의 사익 추구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금감원은 당시 박씨가 가족회사를 통해 900억원 상당의 부동산 11건을 취득·임대하고 3건을 처분해 100억원 상당의 매매차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