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한강 노벨상 강연..."내 모든 질문은 사랑"

기사입력 : 2024년12월08일 07:29

최종수정 : 2024년12월09일 08:53

세계는 왜 폭력적이고 동시에 아름다운가
"사랑은 우리의 가슴과 가슴을 연결해주는 금실"
여덟 살에 쓴 시 공개... 차기작은 세상 떠난 언니 이야기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 사랑이란 무얼까? /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 소설가 한강이 7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에서 자신이 여덟 살 때 썼던 시를 공개하면서 '빛과 실'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펼쳤다. 한강은 "지난해 1월 이사를 위해 창고를 정리하다가 낡은 구두 상자 하나가 나왔다"고 운을 뗐다. 그 상자 안에서 일기장들과 함께 여덟 편의 시를 묶어 '시집'이라고 이름 붙인 종이들을 발견했다며 그 안에 적혀 있던 시를 공개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소설가 한강이 7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 로이터 뉴스핌] 2024.12.08 oks34@newspim.com

한강은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라고 밝혔다. 한강은 장편소설을 완성할 때마다 질문 안에 살면서 "질문들의 끝에 다다를 때"마다 소설을 한 편씩 썼다고 회고했다. 그는 인간의 폭력과 사랑, 삶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사슬처럼 포개어지고 이어지며 새로운 소설을 시작하게 된다고 말했다.

◆ 마침내 우리는 살아남아야 하지 않는가

그는 채식을 거부하는 주인공 영혜와 그에게 육식을 강요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 '채식주의자'를 쓸 때 "한 인간이 완전하게 결백한 존재가 되는 것은 가능한가? 우리는 얼마나 깊게 폭력을 거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는 "마지막 장면에서 죽음과 폭력으로부터 온 힘을 다해 배로 기어나오는 그녀의 모습을 쓰며 나는 질문하고 있었다"면서 "마침내 우리는 살아남아야 하지 않는가. 생명으로 진실을 증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물음은 폭력을 거부하면서도 폭력으로 이루어진 세상 속에서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는 이야기를 담은 장편 '바람이 분다, 가라'와 '희랍어 시간'이 됐다. 한강은 "인간의 가장 연한 부분을 들여다보는 것, 그 부인할 수 없는 온기를 어루만지는 것, 그것으로 우리는 마침내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닐까"라고 질문하면서 "이 덧없고 폭력적인 세계, 그 질문의 끝에서 나는 다음의 소설을 상상했다"고 말했다.

그의 질문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면서 정점에 달한다. 한강은 1980년 1월 가족과 함께 광주를 떠난 뒤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그곳에서 학살이 벌어졌을 때 9살이었다고 회고했다. 한강은 비밀리에 제작하여 유통된 '광주 사진첩'이라는 책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에 저항하다 곤봉과 총검, 총격에 살해된 시민들과 학생들의 사진"과 "총상자들에게 피를 나눠주기 위해 대학병원 앞에서 끝없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봤다고 떠올렸다.

◆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그는 1980년 5월 당시 전남도청 옆 YWCA에 남아 있다가 살해된 박용주의 일기 한 구절을 소개했다. 한강은 박용주가 마지막 밤에 쓴 "하느님 왜 저에게는 양심이 있어 이렇게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라는 문장들을 읽은 순간 이 소설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벼락처럼 알게 되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소년이 온다'에 대해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강은 줄곧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이후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실제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있다고,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은 인간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가,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두 질문이 충돌해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됐다"고 털어놨다.

◆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사랑은 무얼까?

소설마다 이어진 질문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그는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라는 두 질문이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2021년까지 글쓰기의 동력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강은 "2∼3년 전부터는 그 생각을 의심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낡은 구두 상자에서 찾아낸 중철 제본에서, 1979년 4월의 나는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사랑은 무얼까?' 두 개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음(背音)이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말했다.

한강은 이날 집필 중인 작품과 앞으로의 계획도 설명했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뒤 3년이 흐른 지금, 아직 나는 다음의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음에 쓸 다른 소설도 오래 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세상을 떠난 언니에게 내 삶을 잠시 빌려주려 했던, 무엇으로도 결코 파괴될 수 없는 우리 안의 어떤 부분을 들여다보고 싶었던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되는 소설"이라고 집필 중인 작품을 소개했다.

◆ 나는 느린 속도로나마 계속 쓸 것

한강은 또 "완성 시점을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처럼 불가능하지만, 어쨌든 나는 느린 속도로나마 계속 쓸 것"이라며 "지금까지 쓴 책들을 뒤로하고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어느 사이 모퉁이를 돌아 더 이상 과거의 책들이 보이지 않을 만큼, 삶이 허락하는 한 가장 멀리"라고 덧붙였다.

그는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 줄 소설을 쓸 때 신체를 사용한다"면서 "필멸하는 존재로서 따뜻한 피가 흐르는 몸을 가진 내가 느끼는 그 생생한 감각들을 전류처럼 문장들에 불어넣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그 실에 나의 질문들이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 실에 연결되어 주었고, 연결되어 줄 모든 분들에게 마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한 한강의 이날 강연은 8일 새벽(한국 시간) 1시부터 약 1시간 10분 동안 질의응답 없이 진행됐으며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oks34@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사진
내란특검, 尹재판 증인 72명 신청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증인 72명을 추가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3일 내란우두머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의 9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 [사진=뉴스핌DB] 특검 측은 앞서 1차로 38명의 증인을 신청한 데 이어 이날 재판부에 증인 72명을 추가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10일 열릴 10차 공판에서는 이날 증인신문을 마치지 못한 고 전 처장에 이어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준장), 김영권 방첩사 방첩부대장(대령)을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정 전 처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선관위 전산실 통제와 서버 확보를 지시받은 인물이며 김 부대장은 비상계엄 당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받을 당시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은 조은석 특검이 검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절차가 위법해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특검은 "법과 상식에 비춰봤을 때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sykim@newspim.com 2025-07-03 20:47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