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정치권·정부 협력 안하면 1997년 외환위기 재현"
최상목 "경제미치는 영향 제한적…경제팀 총력 다할 것"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한국의 '경제 위기론'을 주장했다.
경제 수장인 최상목 부총리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수습에 나선 상황에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이다.
◆ 한덕수 총리, 1997년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 언급…"경제 위기 절박"
한덕수 국무총리는 하루 전(11일) 국회 현안 질의에서 "우리 정치권이 정부하고 협력을 하지 않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을 때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외환위기) 당시에도 큰 기업이 무너지고 여러 기업이 무너지면서 전 세계에서 우리 금융권이 곧 파산 위기에 도달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면서 "당시 대선이 있었는데, 여야 간 협의가 잘 안되다 보니 회기가 끝났을 때 우리 외환 보유고는 급속히 줄었고, 외국의 투자가들은 일탈하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18차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이 가결된 후 정부 측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2.10 leehs@newspim.com |
실제 한국 경제는 1981년부터 1997년 외환위기 직전까지 연평균 8%대 경제성장률을 유지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성장률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외환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1988년 한국의 실질성장률은 -5.1%까지 하락했다. 당시 700원대이던 원·달러 환율은 2000원을 넘어서며 도산하는 기업이 넘쳐났다.
한 총리는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건 결코 현재 상황을 과장하거나 어렵게 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며 "의원님들께 간곡히 부탁드리려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현재에 이르는 과정에 아무리 불합리하고 어려운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제까지 우리가 쌓아온 우리의 경제, 대외적 신인도 이런 것들은 무너지면 안 되겠다는 절박감을 느끼고 있다. 주가도 환율도 그렇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가 느닷없이 한국 경제 위기론을 꺼내 든 이유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불안한 정국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또 한국이 성장 위기에 빠른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경제 전반이 휘청거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걱정도 섞여 있을 것이다.
물론 한 총리가 강조한 경제 위기론은 정부와 정치권의 협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를 전제로 한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현재까지 분위기로는 정부와 정치권 간 '빅딜'이 성사될 가능성이 아주 낮다.
한 정치평론가는 "현 상황에선 어떠한 내용의 협치도 기대해보기 어렵다"면서 "정국이 조속히 안정화된 이후 여당 실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협치 가능 여부를 점쳐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욱이 정부여당과 거대 야당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줄곧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야당이 입법을 추진한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3법, 김건희 특검법 등에 대해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고, 그 횟수만 31회에 이른다. 이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횟수를 모두 합한 수치(16회)에 두 배에 이른다. 또한 이재명, 조국 등 야당의 유력 대권주자들의 검찰 수사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가진 야당은 정부여당 입법 거부로 맞서고 있다. 당정 주도로 추진 중인 상속세·종부세 개편안 등 세법개정안 거부가 대표적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자본시장법 개정 등에 대해서도 야당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내년 예산, 예산안과 함께 처리해야 할 부수법안 처리를 놓고 정부여당과 야당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결국 정부가 편성한 내년 예산 677조4000억원 중 4조1000억원 감액한 예산안이 지난 11일 야당 주도로 의결됐다.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 검찰 특정업무경비와 특활비, 감사원 특경비와 특활비, 경찰 특활비 등이 전액 삭감되며 사실상 주요 사법기관들의 기능이 마비될 위기에 놓였다.
◆ 최상목 부총리 "과거 외환위기와 사정 달라…비슷한 위기 재발 가능성 없어"
그나마 다행인 점은 경제 수장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 부총리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 질의에서 "(비상계엄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제한적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과거 외환 위기 때는 우리가 순채무국이었지만, 최근에는 순채권국으로 과저의 어떤 위기 상황과는 외환 사정이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12.11 pangbin@newspim.com |
또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인터뷰에서는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7년과 비슷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 시장은 큰 충격에서 벗어나 현재는 비교적 안정적 상태"라며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 10일 서울 은행연합회관에서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과 가진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최 부총리는 "최근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경제 분야만큼은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돼 경제팀이 총력을 다해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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