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해제 이후 집값·거래량 상승
거래량 늘었지만 매물 오히려 늘어
"호가 높인 매물 더 쏟아질수도"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지난달 토지거래허가구역제도(토허제) 해제 이후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퍼진 집값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매물들이 늘어나고 있다.
토허제 해제를 기점으로 매수심리가 살아나면서 집주인들이 그동안 억눌렸던 집값을 만회하기 위해 호가를 높인 매물들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이 과열되면서 정부와 서울시가 토허제 재지정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규제 강화 이전에 호가를 수억원 올린 매물들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당분간 매물 적체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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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토지거래허가구역제도(토허제) 해제 이후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번진 집값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매물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송파구 잠실 아파트단지와 강남구 일대 건물 및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핌DB] |
◆ 토허제 해제 이후 집값·거래량 상승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서울시가 토허제 재지정을 검토하면서 집주인과 예비매수인들의 거래가 한층 활발해 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가 지난달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이후 서울 강남권과 한강변 아파트에 이어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 등 서울 외곽 집값까지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3월 둘째 주(10일) 기준 서울 집값은 전주보다 0.2%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6주 연속 오름세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지역이 포함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값은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해 12월부터 하락하던 도봉, 강북, 동대문, 중랑, 은평, 금천, 관악 등 서울 외곽 지역의 가격도 상승 전환됐다.
집값이 오르면서 거래량 역시 대폭 늘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는 5171건으로, 지난해 8월(6537건)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후 서울 거래량은 매월 3000건 수준에 불과했다. 아직 신고기간이 2주가량 남아있는 점을 감안하면 6000건 이상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남구가 429건으로 1월(198건)의 2.2배 수준으로 거래량이 급등했다. 송파구도 전달 438건이 거래되며 전달(318건)보다 100건 이상 거래가 늘었다. 마포구(162→290건), 용산구(69→106건), 성동구(180→326건), 강동구(190→344건)도 한달새 2배 가까이 거래가 증가했다.
◆ 거래량 늘었지만 서울 매물 오히려 늘어…"호가 높인 매물 더 쏟아질 수도"
실제로 서울 거래량이 대폭 늘었지만 여전히 매물이 시장에 많이 남아있는 모양새다. 토허제 해제 이후 한달이 넘었지만 서울의 매물은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달 1일 기준 8만5726건이었던 서울 매물은 이날 기준 9만 200건으로 5.2% 증가했다. 전년 동기(8만2025건)과 비교하면 10.0%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대출규제 이후 얼어붙었던 매수심리가 회복되면서 집주인들이 그동안 억눌려있던 집값을 만회하기 위해 호가를 높인 매물을 시장에 내놓고 있는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울 전역에서 집값 과열 조짐이 보이면서 정부와 서울시는 토허제 재지정 추진을 시사하며 진화에 나섰다. 서울시는 지난 13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과 함께 진행한 '부동산 시장 점검 TF'에서 "비정상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할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을 즉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같은날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토허제 해제가 집값 상승 기폭제가 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주택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서울시와 면밀히 검토해 필요한 상황이 온다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절한 행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규제 강화 가능성이 나오면서 서울 지역의 매물을 당분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강남권이나 한강변 고가 아파트들의 경우 더 높은 가격으로 팔기 위해 호가 높인 매물이 더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호가가 수억원 이상 오른 매물들이 늘어나면서 매물 적체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강남구 W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토허제 재지정 가능성에 지금이 아니면 가격을 더 높이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으로 집주인들의 호가를 더 높이고 있다"면서 "반대로 현재 집값이 오르고 있는 상태인 만큼 차익을 보기 위해 매수 의향이 있는 매물의 집주인들은 조금씩 내려주기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