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들 줄줄이 목표주가 하향
MS "전기차 아닌 AI 빅테크"
ARK 급락에 대량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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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테슬라(TLSA) 비관론자 중 대표적인 인물은 미국 자산운용사 거버 가와사키 웰스 앤드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로스 거버 최고경영자(CEO)다.
테슬라 초기 투자자 중 한 명이지만 그는 2월 말 비즈니스 인사이더와 인터뷰를 갖고 2025년 주가 반토막을 경고했고, 최근 또 한 차례 비관론을 제시했다.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고, 연말까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테슬라 주가가 2010년대 후반 추세적인 상승을 보이기 전 수 년간 주식을 보유했던 그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와 스페이스X, X 및 xAI 등 전기차 사업 이외 다양한 분야에 관여하면서 주력 사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총 운용 자산 30억달러인 거버 가와사키를 이끄는 그는 2024년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테슬라 물량을 31% 축소했다. 남은 지분은 26만2000주로 파악됐다.
한 때 테슬라 강세론자를 자처했던 거버는 최근 주가 급락에도 테슬라의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추세적인 주가 반등을 위한 조건은 명료하다. 이익이 늘어나야 한다는 것. 하지만 국내외 시장에서 차량 판매가 둔화되는 상황에 주가와 밸류에이션 상승을 정당화 할 만한 이익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테슬라의 2024년 주당순이익(EPS)는 2.04달러로, 전년 대비 52% 급감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2025년과 2026년 이익 전망치를 각각 주당 2.75달러와 3.65달러로 내놓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의견이 꼬리를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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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주가 추이 [자료=블룸버그] |
미국 경제의 하강 기류가 뚜렷하고, 침체 리스크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번지고 있지만 이익 전망에 악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견이다.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 정책 기조가 국내 소비자들의 반감을 사는 데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로 인한 교역 상대국들의 보복이 테슬라를 집중 겨냥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거버는 최근 비즈니스 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150배에 달하는 주식의 급락에 놀랄 이유가 없다"며 "여전히 선행 주가수익률(PER)이 65배에 달하고, 이는 S&P500 지수의 세 배를 웃도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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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차량과 옵티머스 2 [사진=블룸버그] |
주가 급락을 빌미로 저가 매수 기회라고 말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투자은행(IB) 업계가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 오히려 추가 하락할 여지가 높다고 거버는 주장했다. 그는 "최근 나스닥 시장이 조정 영역에 진입한 데 따라 엔비디아(NVDA)의 밸류에이션이 20배로 떨어졌다"며 "2025년 75% 이익 상승이 기대되는 엔비디아를 매입하는 쪽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강조한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테슬라의 약한고리가 확인된다고 그는 말한다. 출시 5년차인 제품이 2년차 제품만큼 성능을 보여 상대적으로 신형에 해당하는 제품이 인기를 얻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얘기다. 아이폰 성능이 개선되면서 소비자들의 업그레이드가 줄어드는 애플(AAPL)과 흡사한 문제를 보인다는 지적이다.관세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원자재부터 완성제까지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여지가 높고, 이 역시 테슬라의 판매 전망을 흐리게 하는 요인이라고 거버는 말한다.
투자은행(IB) 업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2025년 판매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JP모간은 테슬라의 12개월 목표주가를 230.58달러에서 135달러로 대폭 낮춰 잡았다. 최근 종가 대비 46% 급락을 예고한 셈이다.
은행은 보고서에서 "정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머스크의 해법이 정치권을 만족시킬 수는 있겠지만 미국의 실물경기와 소비자 심리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웰스 파고 역시 보고서를 내고 테슬라 목표주가를 135달러에서 13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투자 의견은 '매도'로 유지했다.
웰스 파고는 2025년 1분기 테슬라의 차량 판매가 36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조금 폐지가 미국 전기차 판매를 위축시킬 수 있고, 중국 시장에서도 현지 업체들의 약진에 테슬라의 존재감이 떨어질 여지가 높다는 판단이다.
웰스 파고는 2025년 연간 판매 전망치도 180만대 이상에서 170만대 미만으로 낮춰 잡았다. 2분기 모델 Y의 업데이트 제품과 비용 부담을 낮춘 모델 2.5를 앞세워 판매 실적이 개선될 수 있지만 추세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베어드와 UBS, CFRA 등 주요 투자은행(IB)이 일제히 테슬라의 1분기 판매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베어드와 CFRA는 테슬라에 '매수' 투자 의견을 제시한 반면 JP모간과 UBS는 '매도'를 추천했다.
구겐하임 역시 보고서를 내고 테슬라 주가가 현 수준에서 30%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목표주가를 175달러에서 170달러로 내린 것. 보고서는 더 늦기 전에 발을 빼야 한다고 조언한다.
테슬라의 1분기 판매량이 35만8000대에 그칠 것으로 구겐하임은 예상한다. 정치적인 소음으로 인해 소비자들 사이에 불매 움직임이 확산되면 타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CNBC가 투자자들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서 머스크의 정치 활동이 테슬라에 부정적이거나 심각하게 부정적이라고 판단한 응답자가 85%에 달했다.
모간 스탠리는 강세론에 힘을 실었다. 보고서에서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426달러로 제시해 12개월 이내 70% 상승 가능성을 열어둔 것. 은행은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 테슬라 주가가 200달러까지 떨어질 수도 있고, 강세론이 현실화되면 800달러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테슬라를 더 이상 전기차 업체가 아니라 인공지능(AI) 빅테크로 봐야 한다고 모간 스탠리는 강조한다.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등 굵직한 성장 촉매제가 인공지능(AI)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설명이다.
머스크와 엔비디아(NVDA)의 젠슨황 최고경영자(CEO)는 중장기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스마트폰 만큼 대중화될 것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낸다.
최근 주가 급락에도 밸류에이션 논란이 여전하지만 인공지능(AI)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겨냥해 길게 보고 매입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의견이다.
월가의 성장주 투자 아이콘으로 통하는 캐시 우드의 ARK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도 테슬라에 낙관론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최근 주가 급락에 비중을 늘린 것.
ARK 이노베이션 ETF(ARKK)는 3월10일(현지시각) 주가 폭락에 테슬라를 6만8164주 매입했고, ARK 오토머너스 테크놀로지 앤드 로보틱스 ETF(ARKQ)도 1만1154주를 사들였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