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어제의 인문학] 제주 4·3, 무명천 할머니의 비극은 사라졌을까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총탄에 날아간 턱을 무명천으로 가린 채 산 55년 세월
할머니가 겪었던 야만의 시간은 이 땅에서 사라졌을까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몇 해 전에 제주 둘레길 걷기에 나섰다. 둘레길 걷기는 대개 제주 바다의 풍광을 즐기면서 건강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여정이다. 그런데 무심코 들어간 마을에서 제주섬이 품고 있는 역사적 비극을 마주하고 망연자실한 적이 있었다. 제주시 한림읍 월령마을의 진아영 할머니 생가. '무명천 할머니 삶터'라는 이정표를 보고 들어간 그곳에서 만난 건 제주 4·3의 뼈아픈 흔적이었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지난해 9월 진아영 할머니의 20주기를 맞아 펼쳐졌던 추모문화제 포스터. 무명천으로 턱을 감싼 할머니의 모습이 애처롭다. 2025.04.03 oks34@newspim.com

이곳은 진아영 할머니가 노후에 살았던 집이다. 진아영 할머니의 젊은 시절 사진부터 집안살림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진아영 할머니는 누구인가? 할머니는 4·3 항쟁 때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에 턱을 잃고 55년을 살다가 세상과 작별했다. 평생 누구에게 책임을 묻지도 못한 채 비극적인 삶을 이어나가야 했다. 적어도 그 사고 이전에 진아영 할머니는 이름처럼 순박한 아름다움을 가진 처녀였다.

1949년 1월, 한경면 판포마을에 한 무리의 토벌대가 들이닥쳤다. 아버지가 다급하게 딸에게 어서 피하라고 말했다. 토벌대가 무차별적으로 학살에 나섰다고 소문이 났었기에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진아영 할머니는 집 밖으로 나와 어둠 속으로 뛰었다. 그러나 토벌대가 쏜 총탄을 맞고 그대로 꼬꾸라졌다. 며칠 뒤에 깨어났을 때 진아영 할머니는 총탄에 턱이 날아간 상태였다. 하필 거기 살고 있었다는 죄밖에 없는 할머니는 무명천으로 얼굴을 감싼 채 살아야 했다. 턱 전체가 없어져서 밥을 제대로 씹을 수가 없었다. 소화도 되지 않아서 늘 진통제와 약에 의존한 채 살았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진아열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 [사진 = 위즈덤하우스] 2025.04.03 oks34@newspim.com

살아생전 할머니는 주변에 틈틈이 선인장을 심었다. 선인장들은 할머니에겐 무료한 시간을 함께하는 벗이었다. 그 열매들을 채취하여 약값에 보태기도 했다. 2004년 9월 향년 90세의 나이로 세상과 작별했다. 결혼도 한 바 없고 자식도 없었다. 늘 혼자였다. 할머니는 집안에 있을 때도 항상 자물쇠를 꼭꼭 걸어 잠갔다. 토벌대의 총에 맞았지만 사과나 배상을 하겠다는 정부도 없었다. 작고하기 직전에야 국가의 책임에 대하여 대통령이 공식 사과했다. 기막힌 할머니의 삶도 다시 재조명됐다.

다시 봄이다. 지금 이 땅에서는 진아영 할머니가 영문도 모른 채 당했던 야만의 시간이 사라졌을까. '그렇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기 힘든 오늘이다.  oks34@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李대통령 오늘 '첫 청와대 국무회의' [서울=뉴스핌] 김종원 선임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이전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청와대 세종실에서 케이티비(KTV)로 생중계되는 56회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어떤 발언을 하고 국무위원들과 어떤 발언을 주고받을지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로 첫 출근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본관에서 김용범 정책실장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참모진과 아침 차담회(티타임)를 주재하며 주요 현안과 업무 계획을 보고받았다. [사진=대통령실] 청와대 이전 후 첫 국무회의가 대국민 생중계로 진행되고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이기도 해서 이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고 내각에 주문할지 관심사다. 청와대 출근은 이튿날이지만 내각의 전체 국무위원이 모두 참석한다는 의미에서는 사실상 청와대 이전 후 이재명 정부의 첫 상징적인 대국민 공식 일정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로 첫 출근한 29일 오전 첫 일정으로 청와대 지하벙커인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찾아 안보와 재난 분야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청와대로 이전과 함께 집권 2년차를 시작하는 병오년 2026년 새해 공식 일정도 예정돼 있겠지만 다시 청와대 시대를 여는 첫 국무회의의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인 여민1관에서 주한 베냉공화국 대사 내정자 아그레망를 청와대 이전 후 첫 재가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특히 국무회의 생중계는 국정 운영의 투명성과 공개성, 책임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국민과 함께 국정의 철학을 공유하고 공직사회에 긴장도를 불어넣는 측면에서 이재명 정부가 손꼽는 큰 성과 중에 하나다. kjw8619@newspim.com 2025-12-30 06:45
사진
이혜훈 "내란은 민주주의 파괴"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내란은 민주주의 파괴하는 일이며 실체파악 잘 못했다"라며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5.12.30 yym58@newspim.com   2025-12-30 10:27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