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 총장, 김건희 소환 계획 질문엔 '묵묵부답'
"업무 대리는 통상업무만...김건희 수사 늦어질듯"
"김건희 수사 문제 인정하는 것...무책임한 행동" 비판도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해당 사건에 연루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소환을 고심하는 시점에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불기소 지휘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전격 사의하기로 하면서, 명태균 사건 수사와 도이치 주가 조작 재수사도 타격을 입게될 전망이다.
이 지검장과 함께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도 사의를 표했다. 법무부가 이들의 사표를 수리하면 중앙지검 수뇌부가 공석이 되는 탓에 김 여사의 소환 역시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전 소환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지검장의 사의를 두고 대선 이후 김 여사 사건 관련 자신에 대한 징계를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김건희 수사, 수뇌부 판단 불가피..."대행은 할 수 없어"
심우정 검찰총장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전날 이창수 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에 대해 "검찰은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림 없이 역할을 수행할 것이고, 총장으로서 그렇게 일선을 지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진 "김건희 여사를 대선 전 소환할 계획이 있냐"란 기자의 질문엔 심 총장은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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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사진=뉴스핌DB] |
지난 14일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김건희 여사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김 여사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란 소환 통보를 했지만, 불발됐다. 이후 검찰이 6월 3일 대선 이전에 추가적으로 소환 통보를 한 후 강제 조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통상 검찰은 3회까지 소환조사를 통보하고 피의자가 이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발부해 강제 조사를 진행한다.
한 부장검사 출신 법조인은 "지검장과 사건 담당 차장이 사표를 내면 누군가 업무를 대리할 순 있지만 대리는 통상적인 업무만 진행하고 예민하고 민감한 사건은 못 한다"면서 "사의를 표명한 시점이 시기적으로 비정상적이라 정치적 배경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지검장의 사의표명으로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는 대선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검찰 입장에선 이창수 지검장의 사의 표명으로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이 지검장의 사의표명은 다른 의미로 서울중앙지검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잘못 수사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를 경호처 부속건물에서 출장조사를 했고 두 사건 모두 불기소 처분을 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또 이 지검장은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단 점 역시 문제가 됐다.
국회는 이 지검장을 김건희 여사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하고 범죄 정황이 있는데도 불기소해 검사로서의 직무 유기를 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5일 국회에서 탄핵 소추했다. 헌재는 지난 3월 13일 이 지검장에 대해 탄핵 기각 판결을 내리며 이 지검장은 업무에 복귀했다. 서울고검도 지난달 도이치 모터스 재기 수사를 결정했다.
탄핵소추는 기각됐지만, 헌재는 탄핵 심판 판결문에 "김건희에게 공동가공의 의사(고의보다 강력한 의도)가 있었는지, 정범이 시세조종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김건희 문자나 메신저 내용, 피시(PC)의 기록 등을 확보할 필요가 있을 수 있음에도 이와 같은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적절한 수사를 했거나 지휘·감독했는지 다소 의문이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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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사진=뉴스핌DB] |
◆ 징계 피하려 사의표명? "정권따라 보복성 징계, 앞날 보여"
이창수 지검장은 사의 결정과 관련해 "탄핵을 겪으면서부터 억울함을 풀고 그만두려고 생각했었다. 탄핵안이 기각된 이후 바로 그만두기에는 후배들에게 미안해 미뤄왔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선 오히려 이 지검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김건희 여사 수사 관련 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징계를 피하기 위해 사전에 사의를 표명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잇따른다.
정권교체 이후 징계를 위한 감찰이 진행되면 사표 수리가 안 돼 검찰을 떠나는 것도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징계법 제7조의4는 검사가 퇴직을 희망할 경우 징계사유가 있는지 대검이 확인하도록 규정한다. 검사가 징계를 면하기 위해 사직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항이다.
검찰 감찰본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한 법조인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 내부에선 보복성 징계가 이어졌는데, 검찰 개인 입장에선 징계 때문에 그만둘 수도 없고 젊은 나이에 조직에서 어떤 역할도 못하고 시간만 흐를 수 있단 불안감이 있을 수 있다"면서 "앞날이 눈에 보이니 사표라도 편히 낼 수 있을 때 나가자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