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빚이면 7만원 변제돼…낮은 변제율에 판매자 '발끈'
남은 빚, 출자 전환·우발이익·추후 영업 이익으로 갚아 나간다
오아시스 "최저 수수료·익일 정산 도입"…신뢰 회복 나서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중소상공인들의 거센 반발 속에 오아시스의 티몬 인수가 결국 성사됐다. 회생법원이 총 채권 1조2258억 원 가운데 99.3%를 탕감하고 102억 원만 현금으로 변제하는 내용의 회생계획안을 강제로 인가하면서다. 피해액이 1,000만 원인 채권자에게 돌아오는 금액은 7만 원 남짓에 불과하다. 채권자들의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아시스는 '업계 최저 수수료'와 '구매 익일 정산 시스템' 등을 내세우며 티몬 정상화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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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마켓 본사 전경. [사진=오아시스마켓 제공] |
◆ 변제율 0.75%…1,000만 원 피해에 7만 원 회수
24일 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전날 티몬을 최종 인수했다. 실질 인수 금액은 약 181억 원으로 ▲인수대금 116억 원 ▲공익채권(미지급 임금·퇴직금 등) 30억 원 ▲퇴직급여충당부채 35억 원 등이 포함된다. 신주 발행을 통해 마련될 인수대금 116억원 중 매각 주간사 용역수수료 등을 제외한 약 102억원이 채권 대금 변제 재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당초 티몬이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티몬의 최초 변제 채권액은 원금 1조2083억원, 이자 175억원으로 총 1조2258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기업 회생 과정에서 채무 탕감 비율이 99.3% 정도로 높게 지정됐다. 통상 법원이 회생 개시를 결정하면 채권자 목록을 작성하고 채권 신고·조사 등을 거쳐 회생 계획안을 작성해야 한다. 이후 최종 회생 계획안이 제출되면 채권·담보권자 등의 동의를 거쳐 법원 인가를 받은 후 기업 회생 절차를 밟게 된다. 이때 대규모 미정산 금액의 탕감 비율도 정해진다. 통상 그 규모는 80~90% 정도지만 티몬의 경우 탕감 비율이 높게 설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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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티몬의 인수 희망 대금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티몬의 경우 오아시스를 제외한 나머지 인수 희망자가 없었고 오아시스도 지정된 금액으로만 인수를 희망했다. 결국 인수가가 낮게 결정되면서, 채권 변제 비율도 낮은 수준으로 형성됐다.
중소상공인이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전체 피해액의 0.7%~0.8%에 그친다. 피해액이 1000만원이라면 약 7만원 정도를 돌려받을 수 있는 셈이다. 정확히는 0.7~0.8% 정도를 현금으로 변제받은 후 나머지 금액은 출자전환(주식으로 전환) 후 소각된다. 사실상 받을 수 없는 돈이다.
일부 우발이익이 발생할 경우 이를 활용해 피해자에게 우선 변제하겠다는 계획도 제시됐지만 공염불에 그친다. 구영배 전 큐텐 회장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1,133억 원), 큐텐 싱가포르 청산 배당금(288억 원), PG사 정산 유보금(약 20억 원) 등이 그 예다. 손해배상 소송의 결과가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걸릴 수 있고, 회수 가능성도 불확실해 현실적인 기대는 어려운 상황이다.
법원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했지만, 채권자들에겐 아쉬움이 남는 결과다. 이에 일부 채권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티몬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인 '검은우산비대위'는 전날 법원의 강제 인가 결정 직후 "납득할 수 없는 변제율"이라며 "피해 회복 없는 인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에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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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검은우산 피해자 대책위원회 등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 피해자들이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전자상거래 사망 선고 집회를 하고 있다. 2024.09.08 choipix16@newspim.com |
◆ '셀러 포섭' 나선 오아시스…정상 운영 가능할까
오아시스는 향후 티몬을 별도 운영하며 정상화에 매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티몬의 오픈마켓 비즈니스에 빠른 배송 서비스를 결합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탑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동의하지 않은 채권단 분들도 계시기에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다"며 "인수가 확정된 이상 앞으로 티몬의 정상화를 위해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셀러들에게는 '업계 최저 수수료·구매확정 후 익일 정산시스템 즉시 도입'을 내세웠다. 구체적인 운영 계획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오아시스의 도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판매 채권자인 셀러 대부분이 돌아서 정상운영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있는 한편, 최저 수수료를 내세우는만큼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셀러들이 판매를 재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오아시스의 기업공개(IPO) 재도전 가능성도 주목된다. 오아시스는 유기농 신선식품 중심의 새벽배송 플랫폼 '오아시스마켓'을 운영하며, 비효율을 줄인 자체 물류 시스템과 높은 원가 절감 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워왔다. 이번 티몬 인수를 통해 기존 식품·생필품 중심의 유통 채널에서 벗어나, 비식품 분야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오아시스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자리를 잡게 되면 다음 스텝은 IPO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오아시스는 지난 2023년 IPO를 시도했으나 수요 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이번 인수가 IPO를 염두에 둔 결정은 아니지만, 기업공개는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