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한반도가 펄펄 끓고 있다. 35도를 웃도는 낮 기온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은 한반도에 티베트 고기압과 태평양 고기압이 이중으로 형성되어 흡사 두꺼운 이불 두 겹을 씌운 것처럼 열돔이 형성되면서 8월 중순까지 폭염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고했다.
연일 35도를 넘나드는 극한 더위가 이어지고 밤엔 열대야가 지속되자 사람들은 앞다투어 바다나 계곡으로 피서를 떠난다.
그렇다고 바다나 산도 쏟아지는 폭염을 온전히 식혀주지는 못한다.
울진군은 최근 울진의 바다와 계곡을 찾는 피서 관광객들을 위해 '야(夜) 울진'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야(夜) 울진'은 울진군이 '울진 철도 시대' 개막에 맞춰 야심 차게 마련한 체류형 관광 활성화 프로그램이다.
가없이 펼쳐진 울진의 5곳 지정 해수욕장과 성류굴, 월송정, 후포항, 국립해양과학관 등 울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청정한 해양환경과 명소 10곳을 밤 9시까지 연장 개방하고 피서와 야간 체험·문화·먹거리 콘텐츠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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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의 천연석회동굴인 울진 성류굴이 수학여행 추억을 담은 '국민동굴' 넘어 '역사동굴'로 새롭게 주목받으면서 여름 피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져 즐거운 비명을 올리고 있다.[사진=울진군]2025.07.31 nulcheon@newspim.com |
◇ 성류굴, 수학여행 추억 담은 '국민 동굴' 넘어 '역사 동굴'로
이렇게 연일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쏟아지자 '국민 동굴'로 불리는 울진 성류굴을 찾는 피서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생태 탐방을 겸한 '동굴 피서'가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울진군이 이번 여름 피서 관광객들을 위해 마련한 '야(夜) 울진' 프로그램을 통해 성류굴은 '랜턴 야간 동굴 탐험' 프로그램을 새롭게 선보이며 '여름 야간 여행' 명소로의 가능성을 열었다.
국내 천연 동굴 중 가장 으뜸은 "국민 동굴"로 불리는 경북 울진군 근남면 왕피천 변에 자리한 '성류굴'이다.
천연기념물 제155호인 성류굴은 울진 근남면 구산리 왕피천에 자리한 천연 동굴로 약 2억 5천만 년 전 퇴적된 석회암이 모암으로 발달한 대표적인 석회 동굴로, 종유석, 석순, 석주, 베이컨 시트와 동굴 진주, 석화, 동굴 산호, 동굴 방패 등 다양한 생성물이 발달해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 "지하 금강"으로 불린다.
우리나라 최초의 "동굴 탐사기"인 이곡(李穀, 1298~1351)의 '관동유기(關東遊記)'의 현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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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 성류굴(천연기념물 제155호) 내부 제8광장에서 '진흥왕이 560년 6월에 성류굴을 다녀'간 기록 등 다수의 각석 명문(銘文)이 발견되면서 성류굴은 우리나라 고대사의 비밀을 캐는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다.[사진=울진군] 2025.07.31 nulcheon@newspim.com |
◇ 성류굴 내부 제8광장에서 '진흥왕 명문' 등 신라기 각석문 70여 점 발견
특히 성류굴(천연기념물 제155호) 내부 제8광장에서 '진흥왕이 560년 6월에 성류굴을 다녀간 기록' 등 다수의 각석 명문(銘文)이 발견되면서 성류굴은 우리나라 고대사의 비밀을 캐는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다. 명문은 금속이나 돌 등에 새긴 글이다.
문화재청과 울진군, 사학계는 최근 발견된 울진 성류굴 각석문을 '경진 진흥왕 명문'으로 명명하고 대대적인 학술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성류굴 내부에서 확인된 명문은 70여 점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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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천연석회동굴인 울진 성류굴이 수학여행 추억을 담은 '국민동굴' 넘어 '역사동굴'로 새롭게 주목받으면서 여름 피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져 즐거운 비명을 올리고 있다.[사진=울진군]2025.07.31 nulcheon@newspim.com |
◇ 올해 6~7월 탐방객 5만 830명...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500여 명 증가
국내 유일의 천연 석회 동굴인 성류굴이 수학여행의 추억을 담은 '국민 동굴'을 넘어 '역사 동굴'로 새롭게 주목받으면서 여름 피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져 즐거운 비명을 올리고 있다.
상춘지절(賞春之節)인 봄철보다 오히려 폭염이 쏟아지는 여름철에 성류굴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6~7월, 연일 폭염이 쏟아지는 속에서도 울진 성류굴을 찾은 관광객은 5만 83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만 2277명에 비해 8500여 명이 늘어난 수치이다.
또 올해 6월의 경우 2만 346명에서 7월에는 3만 484명이 방문한 것으로 나타나 점차 증가 추세를 보였다.
울진 성류굴이 폭염 속 전국 최고의 피서 관광명소로 각광받는 데는 울진군의 각별한 마케팅이 자리 잡고 있다.
울진군은 동굴 내부 관람 편의와 안전성 확보를 위해 이동 통로(관람로)를 전면 개 보수했다.
또 관람 동선을 종전의 좌측 통행에서 우측 통행으로 조정해 관람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조성했으며, 동굴 내 조명의 눈부심 방지와 체험 학습이 가능하도록 (사)한국 동굴연구소의 협조로 종유석의 설명 및 사진 패널 등을 동굴 곳곳에 배치해 단순히 보는 관광에서 체험 학습이 가능한 동굴로 탈바꿈시켰다.
울진군은 또 성류굴 미 공개 구간인 11~12광장 개방 여부 판단과 함께 관람로 동선 향상을 위해 국비 지원사업으로 현재 설계 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용역 결과에 따라 미 개방 광장이 일반에게 공개되면 동굴 탐사와 체험 등 새로운 관광명소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는 10광장까지 개방하고 있으며 동굴 생태 관광 소요 시간은 약 40분~1시간 가량이다.
또 울진군이 관광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위해 시책 프로그램으로 시행하고 있는 '울진 여름 관광 핫 스팟(hot spot)' 프로그램과 '울진여행 스탬프 투어' 프로그램, '울진 관광 서포터즈' 프로그램도 한몫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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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군이 올해 여름 피서관광객들을 위해 야심차게 마련한 '야(夜) 울진' 프로그램. 성류굴을 무대로 야간에 랜턴을 활용한 동굴 탐방의 묘미를 새롭게 선 보이면서 동굴여행의 새로운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사진=울진군] 2025.07.31 nulcheon@newspim.com |
여기에 울진군이 올해 여름 피서 관광객들을 위해 야심 차게 마련한 '야(夜) 울진' 프로그램은 야간에 랜턴을 활용한 동굴 탐방의 묘미를 새롭게 선보이면서 동굴 여행의 새로운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
◇ "여름철 성류굴 내부 평균 온도 섭씨 14도"...연못 5곳, 12광장, 50여만 개의 종유석군
성류굴은 울진의 젖줄인 왕피천에 자리한 천연 동굴로 약 2억 5천만 년 전에 퇴적된 석회암이 모암으로 발달한 대표적인 천연 석회암 동굴로, 국내 50대 이상 국민이면 한 번쯤 수학여행으로 다녀간 "국민 동굴"로 사랑받고 있는 천연 동굴이자 전문 학계로부터 "동굴 생태계의 보고"로 평가받고 있는 곳이다.
성류굴은 미 개방 권역을 제외한 5개의 연못과 12개의 광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크고 작은 석순과 석종 등 50여만 개의 종유석군과 석주열(石柱列), 거형 석순, 종유벽 등 크고 다채로운 퇴적 경관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12광장 중 10광장까지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다. 특히 주굴의 50m쯤에는 최대 깊이 8m에 이르는 "마(魔)의 심연(深淵)"으로 불리는 큰 동굴호가 있어, 주위 벽면에 발달한 대규모의 종유석들이 수면에 잠기는 절경을 맛볼 수 있다.
동굴 내에는 종유석, 석순, 석주, 베이컨 시트와 동굴 진주, 석화, 동굴 산호, 동굴 방패 등 다양한 생성물이 발달해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 "지하 금강"으로 불린다. 또 지금까지 발견된 동굴 동물로는 박쥐, 곤충류 등 10강 24목 43과 49속 54종이 서식하고 있다.
지난 2007년 한국 동굴연구소의 조사에서 국내 최초로 발견된 약 85m 규모의 수중 구간은 대형의 종유석, 석순 등의 동굴 생성물이 물속에 잠겨 있으며, 이는 과거 빙하기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돼 그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학계는 평가하고 있다.
주굴의 길이는 약 330m, 지굴의 길이는 약 540m로 전체 길이는 약 870m이다. 이 중 개방 구간은 270m가량이다.
동굴의 내부 평균 온도가 여름철에는 섭씨 14도, 겨울철에는 섭씨 16도를 유지하고 있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서 사계절 많은 관광객에게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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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천연석회동굴인 울진 성류굴이 수학여행 추억을 담은 '국민동굴' 넘어 '역사동굴'로 새롭게 주목받으면서 여름 피서관광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 위는 여름 성류굴, 아래는 가을 성류굴.[사진=울진군]2025.07.31 nulcheon@newspim.com |
◇ 조선 중기 기행 작가 옥소 권섭...성류굴 비경 담은 '동굴 기행기' 남겨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여행가인 옥소(玉所) 권섭(權燮, 1671~1759)은 1907년 성류굴 등 울진지방을 기행하며 울진, 평해지방의 명승지에 대한 감회를 기록한 '유행록(遊行錄)'을 남겼다.
권섭은 '유행록'의 '유상품제록(遊賞品題錄-놀러 다니며 감상한 것의 우열을 평가해 기록하다)' 편에서 한반도의 중심인 지금의 제천지방과 영월지방을 두루 돌아 삼척을 지나 울진, 평해지방을 여행하며 울진 지방 명승 44개소와 평해 지방 명승 7개소에 대해 위치와 경관을 사실적 표현으로 노래했다.
권섭은 울진과 평해 지방을 돌며 "월송정에 오르고 망양정을 지나 성류굴에 들어가서 종고암을 두드려 보았다.
또 천축산에 들어가 불영사를 찾고 주천대에 올라 마을 아이들이 멱 감고 노는 것도 구경하였다. 비래봉에 올라 많은 배들이 바다를 뒤덮은 광경을 보았고 또 백사장을 지나 장유대에 올랐다"고 여정 별로 기록했다.
유행록에서 권섭은 당시 성류굴의 비경을 아래와 같이 기록했다.
"성류굴(聖留窟)은 수산 서쪽에 있으니, 곧 관동별곡에 말하는 '단혈'이며, 앞에 큰 내가 있고, 덕신역에서는 25리며, 수산역에서는 10리다. (聖留窟在水山西, 卽關東別曲, 所謂丹穴, 前有大川, 自德身驛爲二十五里, 自水山驛爲十里)"
"운제(雲梯), 장암(場岩), 대소 천생탑(大小天生塔), 인현(因峴), 지옥문(地獄門), 종고암(鐘鼓岩)은 모두 성류굴 안에 있는데 굴 입구로부터 7, 8리 들어가면 종고암에 다다른다. (雲梯, 場岩, 大小天生塔, 因峴, 地獄門, 鐘鼓岩, 竝在聖留窟中, 自窟口入七八里, 而至鐘鼓岩)" <권섭 '유행록'>
nulche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