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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빛] ②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빚...마음도 함께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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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로 고통받는 신용유의자 3명 심층 인터뷰

자본주의 사회에서 빚은 목숨과 직결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인 한국에서 경제적 어려움은 자살 원인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경제적 어려움 중 가장 큰 고통은 채무, 즉 빚이다. 뉴스핌은 자살 요인으로서 빚을 바라보고, 빚이 채무자들의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더 나아가 경제 문제가 자살로 이어지지 않을 방법을 모색해 본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윤채영 신도경 기자 = 빚은 갑자기 들이닥친다. 특히 예상치 못한 외부 변수가 삶을 뒤흔들 때 채무를 질 가능성이 커진다. 빚 때문에 마음이 무너지고 때로는 마음이 무너져 있어서 빚을 지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28일 뉴스핌은 채무로 고통받는 3명의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의 사례를 통해 빚의 특징을 짚어봤다. 또 채무자들이 어떤 정신적 고통을 안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빚, 빛] 글 싣는 순서

1. 그 죽음 뒤엔 빚이 있었다…자살 원인 2위
2.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빚…마음도 함께 무너졌다
3. 위기에 취약한 삶…제도권 대출도 헤어나오기 힘든 '늪'
4. "회생 신청자는 그나마 나아"…벼랑 끝 불법사금융 채무자들
5. "돈(Money) 워리, 비 해피"…경북, 상담사가 경제위기군 직접 발굴
6. 자살예방 최전선 응급실 사례관리자들…자살사망률 3분의 1로 '감소'
7. [단독] 자살위험군 연계사업 첫 가동부터 삐걱…실태 파악 손 놓은 정부
8. 새 정부 서민금융·자살예방책 살펴보니…"정책 간 연계성 고민해야"
9. 채무자에게 필요한 것은…"조기발굴·정서 지원 등 원스톱 서비스"

◆ 시련, 빚으로 이어지다

김재연(가명, 44) 씨는 남편의 외도로 삶이 180도 바뀌었다. 2018년 1월 배우자의 외도를 처음 알게 된 후 재연씨는 두 자녀와 집을 나왔다. 남편은 2019년 7월 모든 생활비를 끊었다. 산후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네일아트 기술을 배워둔 게 천만다행이었다. 2019년 8월 겨우 친정의 도움으로 1000만원을 지원받아 네일숍을 차렸다. 가게 인테리어 비용 등 부족한 돈은 카드론으로 메꿨는데 한달 만에 연체가 됐다. 프리워크아웃(신용회복위원회가 운영하는 사전채무조정 제도)을 신청할 수 있다는 상담사의 말에 곧장 신청하고 기초생활수급자 인정을 받아 일정 금액을 지원받기 시작했다. 남편의 주거지가 불분명해 한부모 혜택도 받을 수 있었다.

가게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매출도 올랐다. 주요 고객은 인천공항 근무자들이었다. 가게 주변 버스정류장에서 공항으로 출퇴근하는 통근객이 많아 승무원들 여행가방 바퀴 소리가 소음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희망이 보였다. 그리고 그해 겨울 코로나19가 터졌다.

코로나19로 공항 직원들이 직격타를 맞았다. 재연씨의 네일숍도 연쇄적인 충격을 피할 수 없었다. 공항 인근 호텔 직원들의 숙소도 가게 근처에 있어 주요 고객이었는데 호텔도 직격타를 맞긴 마찬가지였다. 매출이 확 떨어졌다. 월 600만원 이상 벌었던 달도 있었는데 월 50만원까지 매출이 떨어졌다. 100만원이던 가게 월세도 못 내는 수준이었다. 재연씨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코로나 때 나라에서 '묻지마 대출'식으로 자영업자들에게 쉽게 대출을 해줬다. 그때 빚이 불어났다"고 했다. 생활은 더 빠듯해져서 2021년에는 월세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곳으로 가게를 이전했다. 새로 옮긴 곳은 월세 80만원이었다.

이후 재연씨는 두번째 채무조정을 받았다. 코로나19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채무 조정을 돕는 새출발기금을 통해 당시 1억원까지 불어난 빚의 75%를 탕감 받은 것. 남은 금액은 채무 조정을 통해 매달 23만원씩 10년 간 갚기로 했다.

빚이 많이 탕감됐지만 겨우 하루 벌어먹고 사는 상황이 언제쯤 나아질지 빛이 보이지 않는다. 재연씨의 코로나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달 기준으로는 300만원도 못 벌었다. 매출에서 가게 월세, 관리비, 네일아트 재료비를 제외하면 매번 세 가족이 생활하기 버거운 돈이 남는다. 아니 계속 마이너스다. 지금 살고 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전세임대주택 이자도 내야 하는데 이미 많이 밀렸다.

박예린(가명, 29)씨는 2019년 변호사의 꿈을 안고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 어머니를 일찍 여읜 탓에 집안의 지원을 못 받았지만 고등학교 졸업 직후 고객 상담을 전담하는 CS(Customer Service) 업무를 하며 모아둔 돈으로 법학과에 입학한 터였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생활비가 필요해 같은 업종 야간 근로자로 입사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야간에 근무하는 게 월 100만원 정도 더 벌기도 했고 학업에도 지장이 없었다.

예상치 못한 건 직장내 괴롭힘이다. 2021년 연차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수차례 시말서를 쓰라고 하더니 직접적인 욕설을 하고, 하나 둘 괴롭히는 사람이 늘었다. 그러다 학업과 병행이 불가능한 주간 근무자로 보직을 변경해 버렸다.

혈혈단신으로 살아오던 예린씨는 자신이 일을 못하는 상황에 처하자 모든 게 망가졌다. 대학 졸업 때까지만 참아보려고 했는데 2022년 7월 퇴사와 동시에 모든 수입이 끊겼다. 그해 12월 고용노동부에서 산업재해로 인정해주기까지 5개월 간 빚이 쌓였다. 대부분 생활비였다. 2023년 1월 노동부의 화해권고로 재입사 했으나 이미 마음이 다칠 대로 다친 상태였다. 회사 때문에 쇼크가 와서 쓰러지기도 했다. 결국 같은 해 3월 31일자로 최종 퇴사했다.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들이닥치곤 한다. 퇴사 후 기분전환 겸 갔던 스키장에서 추돌 사고를 당했는데 CPRS(복합부위 통증 증후군)라는 낯선 희귀병까지 얻었다. 큰 외상 이후 면역력이 좋지 않고 "운이 나쁘면" 발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치료비 1500만원 가운데 보험처리가 안되는 비용이 또 빚으로 쌓였다.

현재 예린씨의 빚은 3000만원가량. LH 행복주택 전세자금 2000만원을 제외하면 1000만원 남짓이다. 프리워크아웃 신청은 고민 중이다. 마땅한 수입원이 없는 상황에서 한달에 갚아야 하는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그리고 아직 새로운 직업을 구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최소민(가명, 34)씨는 어머니(53)를 이해할 수 없다. 고등학생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가정이 망가졌다고 생각한다. 소민씨는 "어머니는 아버지 사별 후 남동생과 둘이 살다가 '고립'됐다"고 했다. "빚이 반복되면서 사람이 작아졌다." 어머니는 무기력에 빠졌다. 남동생도 병역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일용직 노동으로 가끔 돈을 번다. 소민씨는 결혼을 하면서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집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어머니다. 일을 하지 않고 복지급여를 받고 있는데 휴대전화 요금을 미납하고 가전 렌탈비를 밀린다. 어머니 채무를 관리하는 건 소민씨다.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롤링주빌리며 무료 법률상담이며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개인회생을 하려면 일을 하고 있어야 해서 개인파산 절차를 대신 신청해줬다. 파산은 주로 소득이 없는 사람들이 택하는 회생제도다. 개인변호사를 선임했고 파산관재인과 면담 후 재판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엔 어찌어찌 해결한다고 해도 어머니의 무기력이 또다시 빚을 불러올까 두렵다. 어머니는 11년 전 우울증을 진단받았지만 치료를 거부하고 있다. 소민씨는 금융 상담·지원보다 심리 지원이 이뤄져야 어머니가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 돌볼 새 없는 마음

채무에 갇힌 사례자들은 공통적으로 마음을 돌보지 못했다. 정확히는 재연씨는 마음을 돌볼 여유가 없었고, 예린씨는 마음을 추스를 겨를이, 소민씨 어머니는 마음을 다독일 의지가 없었다.

재연씨는 요즘도 아침에 눈을 뜨면 심장이 쿵쾅쿵쾅 요동친다. 긴장되는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고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으로 '예약 현황'을 확인한다. 가게 손님을 대부분 포털 어플의 예약 서비스로 받기 때문이다. 예약이 한 건도 없으면 숨이 안 쉬어진다. 말 그대로 돈 때문에 숨이 막힌다.

남편의 외도를 확인하고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약을 처방받은 적이 있다. 재연씨는 이걸 '바보약'이라고 부른다. 자녀들에게도 '엄마 바보약'이라고 칭했다. 먹으면 생각 자체를 할 수 없게 되는 기분이었다. 몽롱해서 운전도 못할 정도다. 그래서 재연씨는 치료를 중단했다. 당장 한명이라도 더 손님을 받아야 하고, 애들도 돌봐야 하기에 정신을 다잡아야 했다. 최근이 되어서야 이혼 소송을 시작했는데, 다시 마음이 무너질까 걱정이다.

예린씨는 빚보다 추슬러지지 않는 마음이 걱정이다. 강한 생활력으로 잘 살아온 인생인데 하루아침에 집밖에도 나가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예린씨가 4명의 가해자를 고소한 고소장에는 "직장내 괴롭힘으로 심한 우울감, 과호흡, 자살 충동 등 증상이 발현하게 돼 경제활동은 물론 일상생활가지 지속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고 적혀 있다. 부당해고로 신고 후 회사와 싸우는 게 너무 버거워 예린씨는 2022년부터 2023년 사이 자살시도를 5번 했다. 지금은 조금 호전돼 버스 정도는 탈 수 있는 상태가 됐지만 형사 사건 수사 소식을 들을 때나 민사 재판일이 다가올 때면 다시 충동에 시달린다.

소민씨는 채무 당사자는 아니지만 '병든' 어머니를 보며 오히려 자신이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소민씨는 지난 12일 뉴스핌과 만난 날에도 "마음이 힘들어서 건강이 나빠졌다"며 "신장 결석이 생겼다고 해 병원에 혈액 검사를 하러 갈 예정"이라고 했다. 자신처럼 치료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어머니만 보면 마음이 더 답답하다.

heyji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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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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