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민경 인턴기자=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소방청장이 상황회의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님이 언론사 단전·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도우라'고 했는데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류경진)는 3일 이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직권남용·위증 혐의 사건 4차 공판을 열고, 당시 소방청 상황판단회의에 참석했던 배덕곤 전 소방청 기획조정관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배 전 조정관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열린 소방청 상황판단회의에 참석한 인물이다. 그는 "특정 주제를 가지고 한 회의는 아니었고, 상황판에 뜨는 언론 뉴스를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허석곤 당시 소방청장이 전화를 받았다"며 "청장이 '장관님'이라고 말하자 회의장이 조용해졌다"고 진술했다.

이어 그는 "허 청장이 통화 중 언론사 몇 곳을 되뇌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JTBC', 'MBC' 같은 단어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청장이 '경찰에서 협조 요청이 오면 단전단수를 하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날 들은 것인지, 이후 언론보도를 통해 인지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며 "통화 내용을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허 청장이 되뇌인 단어 일부를 들었을 뿐"이라고 부연했다.

특검은 배 전 조정관의 진술을 근거로 "이상민 전 장관의 언급이 허석곤 청장을 거쳐 이영팔 당시 차장, 서울소방본부로 전달된 것"이라며 지시 체계가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특검 측은 "허 전 청장이 이영팔 차장에게 '장관님이 언론사 단전·단수 협조가 오면 도우라고 했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나, 언론사가 서울에 있으니 서울본부에 연락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대화를 한 것이 맞느냐"고 질문했고, 배 전 조정관은 "네"라고 답했다.

내란 특검이 "허 전 청장이 이 전 장관과 통화한 뒤 이영팔 차장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거나 '단전·단수는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라는 반발을 한 기억이 있느냐"고 묻자, 배 전 조정관은 "그랬던 것 같지는 않다"고 진술했다.

한편 이 전 장관 측은 "배 전 조정관의 증언은 일부 단어에 대한 단편적 기억일 뿐, 전체 문장이나 맥락이 불명확하다"며 "통화 내용을 직접 들은 것이 아닌 만큼 이를 '지시'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상반된 진술을 토대로 이 전 장관의 '단전·단수 지시' 실체와 소방청 내부 지시 체계의 정황을 검증할 방침이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10일과 11일 각각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과 허 전 청장, 이 전 차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한다.

pmk145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