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뉴진스가 1년 7개월 간 지속된 어도어와 갈등에 마침표를 찍었다. 데뷔 직후 전례없던 성공이 전례없는 분쟁으로 이어진 만큼 뉴진스의 다음 행보에 전 세계 K팝 팬덤의 이목이 집중된다.
어도어는 지난 12일 "뉴진스 멤버 해린과 혜인이 어도어와 함께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속사는 "두 멤버는 가족들과 함께 심사숙고하고 어도어와 충분한 논의를 거친 끝에,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전속계약을 준수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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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글우드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K팝 그룹 뉴진스(혜인, 하니, 민지, 다니엘, 해린) 가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에서 열린 '2024 빌보드 우먼 인 뮤직 어워드'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빌보드 우먼 인 뮤직 어워드는 한 해 음악산업에 큰 영향을 끼친 여성 아티스트, 프로듀서 등을 위한 시상식이다. 2024.03.07 wonjc6@newspim.com |
이후 나머지 세 멤버인 민지, 하니, 다니엘도 복귀 의사를 별도로 밝혔다. 이들은 법률 대리인을 통해 "신중한 상의를 거쳐 어도어로 복귀하기로 결정했다"면서 "한 멤버가 현재 남극에 있어 전달이 늦게 되었는데 현재 어도어가 회신이 없어 부득이하게 별도로 입장을 알리게 됐다. 앞으로도 진심을 다한 음악과 무대로 찾아뵙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어도어에서는 세 멤버의 복귀 의사에 대해 "진의를 확인 중"이라면서 앞선 두 멤버와는 온도차를 드러냈다. 앞서 뉴진스는 어도어와의 전속 계약 분쟁에서 패소한 가운데, "어도어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과 함께 항소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항소 시한을 하루 남겨두고 전격 복귀를 선언했다.
뉴진스는 지난 2022년 데뷔와 동시에 전례없던 성공으로 하이브가 배출한 대표 K팝 걸그룹 반열에 올랐다. 데뷔곡 'ATTENTION'과 함께 'HYPE BOY' 'COOKIE'가 동시에 메가히트에 성공하며 최단 시간 1위, 신인상 수상에 성공했다. 이후 'DITTO' 'SUPER SHY' 'HOW SWEET' 'SUPER NATURAL' 등 발표하는 곡마다 흥행에 성공,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엔 데뷔한지 1년 11개월 만에 일본 도쿄돔 팬미팅을 개최하며 해외 아티스트로 최단 기간 입성 기록을 세운 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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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의 모습. yooksa@newspim.com |
하지만 이후 소속 레이블인 어도어에서 민희진 전 대표와 관련한 경영권 분쟁이 촉발되며 뉴진스의 앞날도 불투명해졌다. 어도어에서 민 전 대표가 해임되고, 뉴진스 멤버들이 부당 대우를 문제삼으며 전속계약 관련 분쟁으로 번졌다. 급기야 뉴진스 멤버들은 지난해 11월 말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 분쟁에 돌입했다.
이후 올해 상반기 뉴진스와 어도어는 가처분, 본안 소송으로 분쟁이 장기화되며 위기가 최고조로 치달았다. 분쟁 조정에 실패한 양측은 지난 10월 30일 전속계약무효소송에서 어도어의 계약이 유효하다는 판결을 받아들었다. 데뷔 3년차, 신인 걸그룹의 전례없는 소송전이 뼈아픈 결과를 맞은 셈이다.
뉴진스가 결국 복귀를 선택한 이유는 경제적 이유와 함께 활동 지속성을 고려한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1심의 판단을 받아본 후 업계에선 항소심에서 뒤집어지는 건 쉽지 않다는 예측이 우세했다. 멤버들이 법적 판단을 무시하고 독자적인 판단을 이어갈 경우, 어도어의 손해배상 청구로 막대한 금전 부담을 안을 위험도 있다. 이때 위약금 규모는 6000억 원대로 추정된다. 게다가 법원은 지난 5월 어도어의 간접강제 신청까지 인용하면서 뉴진스 멤버들이 독자 활동를 강행할 경우, 위반 행위 1회당 멤버별로 1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패소한 뉴진스 멤버들이 속속 복귀 의사를 밝혔지만 후폭풍은 거세다. 업계에서는 전속계약분쟁으로 이름만 남긴 채 멤버들이 거의 교체된 피프티피프티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저 열심히 활동하고 좋은 결과를 냈던 가능성있는 걸그룹이 하이브와 어도어 분쟁의 희생양이 됐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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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그룹 뉴진스(하니, 다니엘, 혜인, 해린, 민지) [사진=어도어] 2024.01.11 alice09@newspim.com |
민지와 하니, 다니엘에 대해서 유보적인 입장을 밝힌 어도어의 결정도 주목된다. 뉴진스의 팬들과 K팝 팬덤에선 이번 일로 어도어 내에서 뉴진스가 불이익을 받는 것이 아니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나 해린과 혜인이 먼저 어도어와 복귀 의사를 타진하면서, 완전체 활동이 혹시나 불발될까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민희진 전 대표는 뉴진스의 결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민 전 대표는 13일 "멤버들이 함께 복귀하기로 한 결정은 깊은 고민과 대화를 거쳐 내린 선택일 것"이라며 "저는 그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서로를 지키기 위해 다시 손을 잡은 멤버들의 용기를 소중히 생각한다. 저는 어디서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떠한 상황에서든 뉴진스는 5명으로서 온전히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안타까운 법적 분쟁으로 1년 넘게 활동하지 못했지만, 누구도 앞으로의 뉴진스의 활동 향방을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여전히 멤버들은 어린 나이지만, 소속사에 반기를 들었다는 세간의 부정적인 시선을 단번에 벗어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민희진 전 대표가 최근 독자적인 엔터 사업을 준비하면서 '템퍼링(계약 만료 전 아티스트, 운동선수에게 사전에 접촉해 부적절한 이적 논의가 진행되는 것' 의혹도 꾸준했지만, 뉴진스가 어도어에 복귀하면서 일단락됐다.
가요계 관계자 A씨는 뉴스핌을 통해 "내부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든, 소송의 결과만 보면 뉴진스의 완패"라면서 "멤버들의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하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jyy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