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뉴스핌] 이형섭 기자 = 강원 삼척시가 '중입자 가속기'라는 최첨단 의료 인프라를 축으로 폐광 이후 지역의 새 미래를 여는 승부수를 띄웠다. 국제 심포지엄을 계기로 암치료·연구·관광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의료도시 구상이 본격화되는 국면이다.
삼척시는 오는 22일부터 23일까지 이틀간 쏠비치 삼척 그랜드볼룸에서 '중입자로 새 미래를 여는 2026 삼척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번 심포지엄은 석탄산업 전환지역인 도계를 중심으로, 중입자 가속기 기반 암치료 산업의 정책 방향과 지속 가능한 산업 전환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삼척시는 지난해 12월 프랑스·벨기에의 중입자 치료센터와 입자가속기 제조사를 직접 방문해, 도계 지역에 적합한 의료산업 클러스터 조성 방안을 점검한 바 있다. 시는 이번 행사를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실질적으로 여는 첫 무대로 보고 있다.
행사 첫날에는 프랑스·벨기에·일본 등 해외 전문가의 기조연설과 대만·일본·한국 사례 발표, 패널 토론이 진행되고, 둘째 날에는 미국 전문가 발표와 국내 의료산업 사례 공유가 이어질 예정이다.
신명석 대체산업추진단장은 "중입자 가속기 기반 의료산업은 폐광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며, 이번 심포지엄이 지역 산업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중입자 가속기는 탄소와 같은 무거운 입자를 빛에 가깝게 가속해 암세포에 직접 쏘는 '중입자 치료'의 핵심 장비로, 난치성 암에서 치료 효과를 크게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는 기술로 평가된다.
기존 방사선치료가 수 주~수개월, 30~40회에 걸쳐 이뤄지는 반면, 중입자 치료는 1~4주, 1~16회 수준으로 치료 기간과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돼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린다.
현재 중입자 가속기는 일본·독일·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만 제한적으로 가동 중이며, 전 세계 설치 대수가 10대 수준일 만큼 희소성이 높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부터 치료에 도입해 1만 명 이상 데이터를 축적했고, 이 기술과 노하우가 세계 각국 중입자센터 모델이 되고 있다.
◆삼척에 들어설 '중입자 의료 클러스터' 구상
삼척시는 도계읍 일원에 중입자 가속기를 중심으로 한 의료산업 클러스터를 2029년 전후를 목표로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사업 규모는 약 3600억 원 내외로, 암치료센터, 연구·교육센터, 재활·케어를 담당하는 ALL 케어센터, 헬스케어 레지던스 등이 한 번에 들어가는 '패키지형 의료 생태계'를 지향한다.
이는 탄광·석탄 중심이었던 도계·삼척의 산업구조를 고부가가치 의료·헬스케어 산업으로 전환하는 대체 산업 전략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중입자 가속기를 중심으로 의료서비스, 연구개발, 전문인력 양성, 요양·휴양 기능이 한 곳에 모이는 구조다.
◆지역경제·일자리·도시 이미지에 미칠 효과
연구 및 지역 포럼 자료에 따르면, 도계 중입자 가속기 클러스터 조성으로 인한 예상 효과는 생산유발 약 1조4,800억 원, 고용유발 1만8500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건설 단계에서는 건설·장비·서비스 분야 일자리가, 운영 단계에서는 의료·연구·숙박·관광·행정·시설관리 등 다층적 고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또한 국내·외 환자와 보호자·연구자 유입으로 숙박·외식·교통·관광 소비가 늘어, 도계·삼척권 상권 회복과 민간 투자 촉진 효과도 기대된다. 장기적으로는 의료·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이 주변에 집적되며 '의료형 산업단지' 성격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중입자 치료를 받으려면 일본·독일 등 해외로 나가야 하고, 치료비·체재비 등을 포함해 최대 1억 원에 이르는 부담이 지적돼 왔다. 삼척에 공공성 기반의 중입자 가속기 센터가 들어설 경우, 국내 난치암 환자의 치료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고, 강원·동해안권 주민도 수도권·해외 원정 없이 고급 암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지역 대학·의료기관과 연계한 교육·연구 기능을 통해 강원권 의료 인프라와 전문 인력 수준이 상향되며, 폐광지역이 '의료 취약지'에서 '첨단 암치료 거점'으로 이미지 전환을 이루는 효과도 기대된다.
중입자 클러스터에는 의료진·의학물리사·연구원·엔지니어·방사선 안전 인력뿐 아니라 행정·관광·서비스 인력이 함께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청년 전문인력·연구직·테크니션·서비스업 일자리가 다수 창출되고, 장기 근무를 전제로 한 정주 인구 유입이 가능해진다.
도계 캠퍼스와 연계한 보건·의료·헬스케어 교육과정이 구축되면, '지역에서 배우고, 인근 클러스터에서 일하는' 청년 인력 순환 구조도 만들 수 있다. 이는 석탄산업 쇠퇴 이후 청년 유출이 이어져 온 도계·삼척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지점이다.
◆폐광도시에서 통합형 의료·관광 도시로
중입자 가속기 클러스터는 의료만이 아니라, 치유·관광·교육과 결합할 때 시너지가 커진다. 삼척시는 중입자 치료센터와 함께 프리미엄 요양병원, 헬스케어 레지던스, 휴양·치유형 관광 콘텐츠를 연계해 '머무는 의료도시'를 지향하는 구상을 검토 중이다.
이는 도계·삼척 일대를 '탄광 체험 관광지'에서 '건강·치유·미래의학 도시'로 재브랜딩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나아가 강원 동해안의 자연·해양 관광 자원과 연계하면, 치료–회복–휴양이 이어지는 통합형 의료관광 모델로 확장될 여지도 크다.
이번 '2026 삼척 국제 심포지엄'은 이런 중·장기 구상을 둘러싼 기술·정책·경제성 논의를 본격화하는 출발점이다. 삼척이 중입자 가속기를 실제로 유치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한다면, 폐광지역이라는 과거의 한계를 넘어 대한민국 동해안 의료·연구 허브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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