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300으로도 못 막는 F‑35I와 B‑2… 이란 방공망의 구조적 한계
하늘은 내주고 미사일·샤헤드로 버틴다…이란이 선택한 '비대칭 전략'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4일 새벽, 테헤란 상공에 이스라엘 공군 F‑35I 편대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하늘에서는 이란 요격기도, 지대공 미사일의 화염도 보이지 않았다. 스텔스 전투기에서 발사된 정밀유도탄 수십 발이 수도 외곽 군사시설과 방공 레이더 기지를 차례로 강타하는 동안, 이란 공군은 끝내 한 대의 전투기도 제대로 띄우지 못한 채 지상에서 폭발음만 듣고 있어야 했다.
이란 하늘이 왜 이렇게 텅 비어 보일까. 그 이유는 과거의 '톰캣 공군'부터 지금의 '미사일·드론 공화국'까지 이어지는 반세기 흐름 속에서 찾아야 한다. 팔레비 왕조 시절 중동 최강급을 자랑하던 이란 공군은 혁명과 제재, 노후화 속에서 사실상 제공권을 상실했다.

◆팔레비의 톰캣 공군, 혁명 뒤 '박물관 전력'으로 = 1960~70년대 팔레비 왕정은 미국제 F‑4 팬텀, F‑5 타이거, F‑14A 톰캣으로 공군력을 키웠다. F‑14A는 미국 외 유일한 수출 사례였고, 장거리 요격미사일까지 포함한 당대 최정상급 플랫폼이었다.
미국의 조종사·정비사·부품 공급이 한 세트로 들어오면서, 당시 이란 공군은 이라크·사우디보다 한 세대 앞선 전력을 보유했다. 그러나 1979년 혁명과 미·이란 관계 단절 이후 부품 공급이 끊기면서, 이란 공군은 하루아침에 '갈라파고스 전력'으로 전락했다. 이란·이라크 전쟁기에는 남은 팬텀·타이거·톰캣을 총동원해 버텼지만, 동종 전투기를 뜯어 부품을 돌려 쓰는 '캐니벌라이제이션'을 밥먹듯 하다보니 구조적 피로가 누적됐다.
혁명 이후 이란은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제 MiG‑29, Su‑24 일부를 도입하고, 걸프전 당시 이라크에서 피신한 마라지(Mirage) F1을 흡수해 전력 공백을 메웠다. 여기에 중국제 F‑7(미그‑21 계열) 등 저가·노후 플랫폼이 더해졌다. 그러나 전체적인 전력은 여전히 1970~80년대 설계 플랫폼에 묶여, '박물관 공군'이라는 평가를 면하지 못했다.
해외 자료를 종합하면, 2020년대 중반 이란 공군과 혁명수비대 항공전력을 모두 합쳐 전투·공격기의 재고는 250~300대 수준으로 잡힌다. 하지만 노후화·정비·부품 문제를 감안하면 평시에 실제로 띄울 수 있는 실질 가용기는 30~40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F‑14, F‑4, F‑5 대부분이 이미 기체 수명과 항전장비 측면에서 현대 공중전에 어울리지 않는 플랫폼이라는 점도 치명적이다.

◆이란 방공망, '있기는 한데 뚫리는 방패' = 이란이 지대공 미사일이 아예 없어서 속수무책인 것은 아니다. 이란은 러시아제 S‑300 PMU‑2를 테헤란과 핵시설 방어에 배치했고, 국산 바바르‑373을 2019년 실전 배치했다며 S‑300, PAC‑3 이상이라고 선전해 왔다. Tor‑M1, 이란제 라드·세야드 계열 등 각종 중·단거리 SAM(Surface-to-Air Missile)도 전국 곳곳에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겉으로 보기엔 '레이더와 미사일은 어느 정도 깔려 있다'는 인상을 주는 편이다.
문제는 질과 체계다. 장거리와 중거리 SAM 체계의 센서·유도 능력, 그리고 이를 묶어주는 조기경보·지휘통제·네트워크 능력이, 미·이스라엘이 구사하는 스텔스·전자전·SEAD(적 방공망 제압) 전술을 견딜 만큼 정교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2025년 미 공군 B‑2 스텔스 폭격기 7대가 이란 지하 핵시설을 타격한 '한밤의 망치(Operation Midnight Hammer)' 작전 이후, 미군은 "이란 전투기는 뜨지 않았고, 이란의 SAM은 우리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 말은 곧, 이란이 수도권이나 핵시설 주변에 S‑300, 바바르‑373 등을 씌워 놓긴 했지만, 전국 차원의 다층 혹은 중첩 통합 방공망을 구성하지 못한 채, 스텔스기와 순항미사일, 전자전에 취약한 '구멍 많은 방패'를 쥐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늘은 내주고, 지대지 미사일·샤헤드로 버티는 전략 = 제공권과 방공망에서의 열세를 인정한 이란의 해법은 방향 전환이었다. 2000년대 이후 이란은 전략의 중심을 공군이 아니라 지대지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자폭드론(샤헤드 계열)에 두고, 재고를 수천 기 단위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샤하브·가즘·데즈풀 등 각종 탄도미사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그리고 샤헤드형 자폭드론으로 이스라엘, 걸프 산유국, 미군 기지를 동시에 포화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을 '억제력'의 핵심으로 삼은 것이다.
실제로 이란은 미군 아인 알아사드 기지, 이스라엘 및 걸프 지역 기지에 대한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격을 통해, 공군력이 아니라 미사일·드론 전력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길을 택했다. 한마디로, 하늘의 주도권은 더 이상 자신들의 목표가 아니며, 전면전 시에는 '미사일·드론 비'로 보복하겠다는 비대칭 전략으로 선회한 셈이다.

◆이스라엘 공군과 미군의 위상 =바로 이 지점에서 이스라엘 공군과 미군의 위상이 선명히 드러난다. 이스라엘 공군은 F‑35I '아디르'를 축으로 F‑15I '라암', F‑16I '수파'를 묶은 4·5세대 혼성 전력을 갖췄다. F‑35I는 스텔스와 센서, 데이터링크를 활용해 적 방공망을 열고, F‑15I는 벙커버스터와 대량 유도폭탄을 싣고 장거리 타격을 맡으며, F‑16I는 다목적 주력기로 폭장량과 기동성을 온전하게 활용한다.
공중조기경보기, 공중급유기, 각종 무인정찰·전자전기, 정밀유도무기까지 더하면, 이란·시리아·예멘까지 포괄하는 '원거리 일격 능력'이 상시 유지되는 구조다. 최근에는 F‑35I가 테헤란 상공에서 이란 훈련기를 격추하는 영상까지 공개되면서, 이란 수도 상공에서조차 누가 하늘을 지배하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여기에 바레인에 사령부를 둔 미 해군 제5함대와 중동 전역 미 공군 기지가 얹힌다. 항모전단 1~2개, F‑35, F‑15, F‑16, B‑2까지 포함한 미군의 공중전력은 필요시 하루 수백 소티 단위로 이란 상공에 타격 패키지를 투입할 수 있는 '하늘 공장'이다.
이란이 자국 상공에서 동시에 띄울 수 있는 전투기가 수십 대에 불과한 현실을 감안하면, 전술·기술 수준을 넘어서는 구조적 격차가 뚜렷하다. 팔레비 시대 톰캣 편대를 보며 '중동 최강 공군'을 떠올리던 이란 국민들은 오늘날 테헤란 상공에서 자국기보다 F‑35I 공군기를 멍하니 바라보며 돌이킬 수 없는 '옛 영화'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