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외국인 관광객과 유학생들이 22일 재난문자 번역에 의존해 폭염·호우 등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다.
- 정부가 호우·지진 등 재난유형 일부만 영어로 병기해 대피 장소·행동요령 등 핵심 안내는 여전히 한국어 위주로 제공되고 있다고 했다.
- 방한 외국인이 급증한 가운데 다국어 재난정보 앱은 별도 설치가 필요해 인지도가 낮아 정부가 사전 안내와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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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 병기는 일부 재난유형뿐…위험지역·행동요령은 직접 번역해야
다국어 앱 별도 설치·설정 필요..."입국 때 사전 안내해야"
[서울=뉴스핌] 유재선 기자 = # "번역기 앱을 사용해서 확인했지만 번역해도 이해하기 헷갈리는 내용이었어요."
스웨덴에서 온 관광객 에밀리(26·여) 씨는 휴대전화로 받은 재난문자에 적힌 '폭염경보'가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번역기를 이용한 뒤에야 '더위를 주의하라'는 의미를 대략적으로 파악했다. 그는 "재난문자 몇 개를 번역해 보고 '그냥 조심하면 되겠구나' 정도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22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을 찾거나 장기간 체류하는 외국인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들이 받는 재난문자는 여전히 한국어 중심이다. 일부 재난유형에는 영어가 병기되지만 위험지역과 대피 장소, 행동요령 등 실제 대응에 필요한 세부 정보는 직접 번역해야 한다.
◆ 번역하면 알지만…긴급정보 확인에 추가 절차
에밀리 씨는 "이번 폭우 때는 부산으로 이동해 큰 피해를 받지 않았지만 심각한 침수가 발생했다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라며 "특정 지역을 피하라는 안내를 영어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출신 교환학생 다나에(20·여) 씨도 '침수피해', '노후시설물 점검' 등 재난문자에 등장하는 표현을 바로 이해하기 어려워 매번 번역기를 사용한다고 했다.

그는 "'많은 비가 예상된다'는 정도는 알 수 있지만 어떤 위험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는 즉각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배운 지 한 달 된 이탈리아인 안나(26·여) 씨 역시 재난문자를 받으면 번역기나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내용을 확인한다. 다만 이동 중에는 매번 번역기를 실행하기가 불편하다.
안나 씨는 "일부 영어 표기가 있긴 하지만 핵심 내용은 대부분 한국어"라며 "지하철을 타고 등교하다가 알림이 오면 '아, 또 왔구나' 하고 번역하지 않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알림을 삭제하면 내용을 다시 확인하기 어렵다는 불편도 제기됐다. 일부 외국인들의 휴대전화에서는 재난문자가 일반 문자함에 저장되지 않아 알림을 지우면 내용을 재확인하기 어려웠다.
중국에서 온 교환학생 장야쥔(19·남) 씨는 "나중에 보려고 했다가 잊고 지우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알림과 함께 삭제되면 다시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일부 정보만 영어…대피·행동요령은 한국어 중심
행정안전부와 기상청은 2024년부터 경보음을 동반하는 위급·긴급재난문자에 재난유형과 지진 규모 등 일부 핵심정보를 영어로 병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호우는 'Heavy rain', 지진은 'Earthquake' 등으로 표시된다.
그러나 적용 범위는 제한적이다. 영문 병기는 민방공, 대피명령, 방사성 물질, 테러, 호우, 지진, 지진해일 등 정부가 정한 재난유형과 지진 규모 등에 적용된다. 위험지역과 예상 피해, 이동 제한, 대피 장소, 행동요령 등 세부 내용까지 자동으로 번역되는 것은 아니다.

안전안내문자는 영문 병기 대상이 아니며 폭염도 해당 재난유형에 포함되지 않는다. 실제로 에밀리 씨가 받은 폭염 관련 재난문자에는 '폭염경보'라는 표현부터 구체적인 주의사항까지 모두 한국어로 적혀 있었다.
◆ 방한객 1894만명 시대…다국어 앱은 별도 설치
국내 재난정보를 접할 외국인 관광객은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관광재단 관광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래객은 1893만6562명으로 전년보다 15.7%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1~5월에도 871만6791명이 방한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0% 증가했다.
정부는 외국인을 위한 다국어 재난정보 애플리케이션 'Emergency Ready App'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앱은 영어·중국어·일본어·베트남어·태국어 등 22개 외국어로 번역된 재난문자를 제공한다. 국민행동요령과 대피소 위치, 대사관 연락처 등 36종의 재난·안전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용자가 앱의 존재를 미리 알고 별도로 설치한 뒤 언어와 수신지역, 알림 등을 설정해야 한다. 특히 입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관광객은 앱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에 온 지 하루 됐다는 미국인 관광객 제드(38·남) 씨는 해당 앱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처음 들어봤다"며 "어떤 앱이나 기상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지 안내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여행 열흘째라는 콜롬비아인 관광객 데이베르(29·남) 씨도 "한국에 입국하기 전에는 기상 상황이나 재난정보를 어디에서 확인해야 하는지 안내받지 못했다"며 "공항 같은 곳에 '이 앱을 내려받으세요'라는 안내를 붙여두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앱이라면 입국하는 외국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외국인 대상으로 안내를 강화한다는 방향이다. 행정안전부는 Emergency Ready 앱 사전 안내를 강화하고 국내 체류 외국인이 서비스를 보다 쉽게 알 수 있도록 홍보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jason1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