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영화 ‘베러티’는 22일 개봉해 대저택의 비밀을 다룬다
- 대필 작가 로웬은 베러티 부부의 진실과 거짓에 혼란을 겪는다
- 배우들의 앙상블과 폐쇄적 미장센이 긴장감을 높인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대저택 미장센·음악 더해진 고자극 스릴러
[서울=뉴스핌] 정태이 기자 = 진실을 거짓처럼 만드는 게 쉬울까. 아니면 거짓을 진실처럼 만드는 게 쉬울까.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베러티'는 사고로 다시는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게 된 베스트셀러 작가 베러티(앤 해서웨이)의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그의 대저택에 들어간 대필 작가 로웬(다코타 존슨)이 베러티 부부의 비밀과 마주하며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지는 고자극 스릴러다.

베러티는 수많은 독자를 열광하게 만든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의 글을 두고 한 인터뷰 진행자가 '악마가 내려준 기적'이라고 표현할 만큼 작가로서의 명성은 압도적이다.
반면 로웬은 자신의 소설 낭독회에서조차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작가다. 몇 안 되는 청중마저 자리를 뜨는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는 어느 날 베러티의 남편 제레미(조쉬 하트넷)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사고로 집필을 이어가기 어려워진 베러티를 대신해 그의 미완성 작품을 완성해달라는 것이다.
그렇게 로웬은 베러티 부부가 머무는 대저택에 들어선다. 화려하지만 어딘가 서늘한 공간, 사고 이후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베러티, 그리고 가족의 상처를 품고 있는 제레미까지. 세 사람이 한 공간에 얽히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쉽게 단정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베러티'의 가장 큰 힘은 관객에게 명확한 답을 서둘러 내놓지 않는 데 있다. 이야기는 로웬의 시선을 따라가지만 그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을 그대로 믿어도 되는지 끊임없이 의문을 품게 한다.
누군가가 남긴 글은 사실일까. 눈앞에서 직접 본 장면은 진실일까. 혹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는 이러한 질문을 인물들 사이에 던지는 동시에 관객에게도 그대로 돌려준다.
이 과정에서 앤 해서웨이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인다. 그는 베러티라는 한 인물 안에서 전혀 다른 분위기와 감정을 오가며 쉽게 속내를 짐작할 수 없는 인물을 만들어낸다.
눈빛과 표정의 미세한 변화는 물론 말투와 감정의 결까지 달리하며 장면마다 다른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때로는 화려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또 다른 순간에는 묘한 불안감을 자아내며 베러티라는 인물을 쉽게 규정할 수 없게 한다. 여러 작품에서 끊임없이 연기 변신을 보여온 앤 해서웨이가 이번에도 강한 존재감을 남긴다.
다코타 존슨은 관객이 영화 속 세계로 들어가는 통로 역할을 한다. 낯선 공간에 들어선 뒤 베러티 부부를 둘러싼 흔적과 감정을 마주하며 점차 혼란에 빠지는 로웬의 변화를 과하게 밀어붙이지 않고 차분하게 쌓아 올린다.

처음에는 한 발 떨어져 상황을 바라보던 로웬이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보고 듣는 것에 흔들리는 과정은 관객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 로웬이 무엇을 믿느냐에 따라 관객의 시선 역시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조쉬 하트넷 역시 두 여성 사이에서 이야기의 중심을 잡는다. 베러티의 남편이자 가족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제레미를 연기하며 부드러움과 불안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인물이 보여주는 감정이 진심인지, 혹은 그 이면에 또 다른 무엇이 숨어 있는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한 축을 담당한다.
무엇보다 세 배우가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시선과 감정을 주고받으며 만들어내는 앙상블이 인상적이다. 누군가의 말과 표정, 침묵 하나가 다른 인물의 판단에 영향을 주고, 그 변화가 다시 관객의 믿음을 흔든다.
영화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것은 대저택과 그 주변을 둘러싼 미장센이다.
눈으로 뒤덮인 풍경과 거대한 저택은 처음에는 고요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아름다움은 차갑고 폐쇄적인 분위기로 변한다. 넓은 공간임에도 인물들이 쉽게 빠져나가기 어려운 곳에 갇힌 듯한 인상을 준다.
공간 곳곳에 배치된 소품과 색감, 인물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 역시 불안감을 키운다. 익숙하고 평범해 보이는 물건들도 장면이 쌓일수록 다른 의미를 품는다. 직접적인 공포를 반복적으로 보여주기보다 공간과 인물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불편함을 활용해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음악 역시 과도하게 앞서나가기보다 장면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조용한 순간에도 무언가 벌어질 것 같은 긴장감을 유지하며 관객을 쉽게 안심시키지 않는다.

'베러티'가 흥미로운 지점은 결국 '이야기' 자체에 의심을 품게 한다는 데 있다.
사람은 글로 쓰인 것을 얼마나 쉽게 사실이라고 받아들이는가. 한번 형성된 믿음은 이후의 모든 상황을 같은 방향으로 해석하게 만들지 않는가. 누군가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디까지 진실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영화는 로웬에게만 이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관객 역시 로웬의 시선을 따라가며 하나의 이야기를 믿기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무엇을 근거로 그것을 진실이라고 판단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때문에 '베러티'에서 가장 섬뜩한 것은 특정 인물이 보여주는 행동만이 아니다. 누군가가 만들어낸 이야기를 믿는 순간, 그것이 우리에게는 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다.
진실을 거짓처럼 만드는 것과 거짓을 진실처럼 만드는 것. 영화가 끝난 뒤에도 어느 쪽이 더 쉬운지 선뜻 답하기 어렵다는 점이 '베러티'가 남기는 가장 큰 여운이다.
taeyi42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