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산업통상부는 19일 중동전쟁 대응으로 정유사에 비축유 3270만 배럴을 공급했다
- 정유사는 원유 확보와 선적 증빙을 제출해야 비축유를 빌릴 수 있었다
- 우재준 의원은 직접 방출과 위기 대응이 가능한 운용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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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선적증빙서류 있어야 비축유 대여가능
비축사업 예산 1조…실제 공급확대 효과 '의문'
우재준 "대여 실적 아닌 시장안정 효과 따져야"
[세종=뉴스핌] 김하영 기자 = 산업통상부(장관 김정관)가 중동전쟁에 대응해 정유사에 비축유 3270만 배럴을 공급했지만, 정유사가 선적 증빙까지 제출해야 빌릴 수 있는 방식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사가 대체 원유를 구하지 못하면 비축유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중위) 소속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 3월 31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간 비축유 약 3270만 배럴을 정유사에 공급했다. 하루 국내 원유 사용량(280만 배럴) 기준으로 약 11.7일치에 해당하는 규모다.

산업부는 원유 수송 차질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월 '비축유 스와프(교환) 제도'를 도입했다. 정부 비축유를 정유사에 먼저 빌려주고, 이후 정유사가 수입한 원유로 돌려받는 방식이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비축유를 스와프 방식으로만 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축유를 시장에 직접 공급해 유가 안정에 활용하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유가 안정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비축사업 예산 1조원 넘었지만…'빌려주고 돌려받기'만
정부는 올해 비축사업에 1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비축유 활용은 스와프 방식에 머물렀다. 스와프는 원유 수급 공백을 메우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유가를 직접 끌어내리는 효과는 크지 않다. 원유 수급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상환 시점이 돌아오면 정유사의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과거 사례를 봐도 빌려준 물량은 모두 되돌아왔다. 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2022년 비축유 2411만6000배럴을 대여했고, 2023년 704만7000배럴, 2024년 1685만2000배럴을 빌려줬다. 세 해 모두 대여 물량은 전량 상환됐다.
반면 미국은 비축유를 시장에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운용하고 있다. 우 의원실에 따르면 미국 전략비축유(SPR)는 경쟁입찰을 통한 매각과 교환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원유 수급 위기에 대응하면서 시장 가격 안정도 함께 꾀하고 있다.
이번 중동전쟁에서도 국제에너지기구(IEA) 32개 회원국이 석유와 석유제품 총 4억 배럴을 공동 방출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미국이 전략비축유에서 공급하기로 한 물량만 1억7200만 배럴에 이른다. 미국 에너지부는 이를 약 120일에 걸쳐 공급한 뒤 약 2억 배럴을 다시 확보할 계획이다. 대통령이 긴급 방출을 결정하면 경쟁매각 절차 등을 거쳐 이르면 13일 이내에 시장 공급을 시작할 수 있는 체계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비축유를 시장에 직접 방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유가 안정과 공급 확대 효과를 함께 거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축사업 예산이 대체로 늘고 있다는 점도 운용 방식 점검의 필요성을 키운다. 석유공사의 비축사업 예산은 2022년 3056억원에서 2023년 7074억원, 2024년 9531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7512억원으로 줄었다가 올해 1조734억원으로 다시 확대됐다.
우 의원은 "올해만 1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는 비축사업의 성과를 보유량과 대여량으로만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 때 실제로 쓸 수 있는 물량이 얼마인지, 원유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공급할 수 있는지, 상환 시점이 수급 부담을 다시 키우지는 않는지까지 운용체계를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 전쟁으로 원유 공급 끊기면 비축유도 못 빌려…선적 증빙 조건에 발목
정유사가 비축유를 빌리기 위해서는 원유를 먼저 확보한 뒤 선하증권(B/L) 등 선적증명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원유를 구매하고 선박에 실었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정부 비축유를 빌릴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은 해외에서 원유의 국내 도착이 늦어지면 정부 비축유를 먼저 사용해 정유시설의 가동 차질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전쟁으로 원유 공급 자체가 막히는 상황에서는 선적 증빙도 제출할 수 없어 비축유를 빌리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번 중동전쟁처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에 차질이 생기고, 국제 공급망까지 불안해질 경우 제도의 한계가 드러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 의원은 "원유부터 확보해야 빌려주고, 위기가 끝나기도 전에 갚아야 한다면 결국 기업이 구해온 원유로 비축창고부터 채워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잠시 빌려준 물량을 공급 확대 성과처럼 내세울 것이 아니라, 회수한 물량까지 따져 실제 공급 부족 해소와 시장안정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gkdud938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