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미·중·러 정상들이 다음 달 우크라이나 종전·핵군축 3자 회담을 추진했다
- 회담 의제가 이란·대만·한반도로 확대돼 세력권 거래가 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 우크라이나 배제와 미 의회 반발로 제2의 얄타회담 실현에는 변수가 남았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전장 맞교환·세력권 분할 우려…젤렌스키 배제 논란에 美 의회도 반발

미국과 중국, 러시아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세계질서의 향방을 논의할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종전과 핵군축을 명분으로 내건 3자 회담이 현실화한다면, 논의는 이란과 대만, 한반도 현안까지 확대될 수 있다. 강대국들이 각자의 핵심 이익을 인정하고 서로의 세력권에 대한 개입을 자제하는 이른바 '제2의 얄타회담'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전후 미국이 주도해 온 동맹 중심의 국제질서가 강대국 간 거래와 세력권 분할의 질서(3극 체제)로 바뀌는 첫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미·중·러 3자 담판이 부상하는 배경과 각국의 전략적 셈법, 국제질서에 미칠 파장을 짚어본다.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과 중국, 러시아 정상이 다음 달 한자리에 모여 3자 회담을 진행할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크렘린궁이 준비 착수를 공식화하면서 구상에 한층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종전을 의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3자 회동을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와 비핵화'를 명분으로 문을 열어뒀다.
테이블이 실제 마련되면 의제는 우크라이나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중동(이란)과 아시아·태평양(대만)까지 아우르며 3대 강국의 세력권을 가르는 '빅딜'로 진화할 수 있다. 외교가에서 '제2의 얄타회담'에 버금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푸틴의 '대국 담판' 구상…트럼프는 '핵' 꺼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3자 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다음 달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가 거론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은 이 자리에서 빠지는 구상이다. WSJ가 인용한 전직 러시아 정보당국자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 3자 구도를 세계를 세력권으로 나누는 '제2의 얄타회담'으로 구상하고 있다.
1945년 2월 미국·영국·소련 정상은 크림반도 얄타에 모여 전후 유럽 질서를 정했다. 당사국을 배제한 채 강대국끼리 세력권을 나눈 회담의 대명사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백악관에서 "핵무기와 비핵화를 논의하기 위해 (회담을) 하겠다"며 "시 주석이 원한다면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때문이라기보다는 비핵화를 위해서"라고 선을 그었다.
명분 자체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미·러 간 마지막 핵군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은 지난 2월 5일 만료됐다. 양국의 배치 전략핵탄두를 각각 1550기로 묶던 법적 상한이 사라진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는 새 군축 틀에 중국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은 3자 군축 협상을 거부해 왔고,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도 중국이 "아마 덜 내켜 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새 전략무기 감축 합의가 시급한 과제이긴 하지만, 3자 회담에서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오히려 당장의 현안에 비춰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꺼낸 '핵'은 이란의 핵 야욕을 겨냥한 것으로도 읽힌다.
회담 추진은 러시아 측 발표를 통해 한층 구체화됐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25일 러시아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모스크바와 베이징, 워싱턴이 3자 정상회담 개최에 원칙적으로 준비돼 있으며 관련 준비도 시작됐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과 미국은 아직 회담 개최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앞서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관련 정보가 없다고 밝혔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구체적인 제안이나 의제가 논의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 바 있다.
◆ 우크라와 이란, 거울처럼 닮은 두 전장
우크라이나와 이란 두 전장의 배경은 다르지만 역학 구도에선 사실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유럽의 지원에 기대 전쟁을 이어가듯, 이란의 전쟁 수행 능력 역시 러시아와 중국의 지원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최근 수개월간 러시아와 중국이 표적용 위성 이미지와 무기 부품 등으로 이란의 전쟁 수행을 직접 지원해 왔다고 평가했다. 미국 싱크탱크 수판센터는 러시아의 표적 정보가 이란이 5억달러 규모의 미군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지상에서 파괴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중순 러시아와 중국이 이란을 '전혀' 돕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자국 정보당국의 평가와 배치되는 발언이다. 그는 최근 에어포스원 탑승 전 기자들에게 이란과 관련해 "매우 다른 두 가지 정보 보고서가 있다"고도 말했지만, 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식은 더 노골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러시아는 거대한 나라다. 우크라이나는 그렇지 않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협상 타결을 압박했다. 러시아를 두고는 "병력 공급이 무한하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행정명령을 통해 의회가 지난달 통과시킨 대러 제재법의 주요 조항 적용을 면제했다. 앞서 미 재무부도 러시아산 디젤 거래를 허용하는 일반허가를 발급했다. '작은 나라는 빠지고 큰 나라끼리 판을 정리한다'는 트럼프식 구도가 짙어지는 모양새다.
두 전장을 잇는 거래의 실마리도 드러났다. 푸틴 대통령은 21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수십 년에 걸쳐 쌓아 온 이란과의 특별하고 신뢰하는 관계가 있다"며 "이 위기를 해결하는 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기꺼이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농가를 위해 대량의 비료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제안도 내놨다.
시점도 공교롭게 맞물린다.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미 전면전 이후 다섯 번째 '겨울 공세'에 돌입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지난 7월 16일 이후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만 2147건에 달해 지난해의 수배 수준이다. 푸틴 대통령이 위트코프 특사에게 협상 재개 의사를 밝힌 지 몇 시간 만에 키이우에는 대규모 공습이 쏟아졌다.
이란 전선도 다시 달아오를 조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3일 중간선거 이후 이란 공습을 재개할 수 있음을 시사해 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선거 이후 공습 재개를 위한 구체적 계획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인프라와 핵시설, 미사일·드론 전력이 표적으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공격을 승인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과 합의할지, 아니면 "끝장낼지" 결정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세 번째 항공모함 전단을 포함한 추가 전력을 페르시아만 방향으로 보내고 있으며, 중동 일부 지역의 외교·군사 인력도 줄이고 있다.
결국 '겨울 대공세에 미국은 개입하지 말라'는 푸틴 대통령의 바람과 '이란과의 결전에 중·러는 빠지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이 3자 회동에서 만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각자의 전장에서 상대의 개입을 차단하는 일종의 '상호 불간섭' 거래다.
중동 역내 분위기는 이미 대격돌 대비 쪽으로 기울고 있다. WSJ는 이란이 핵시설 방어를 강화하며 미국이 공격하면 역내 전역에서 보복하겠다고 벼르고 있다고 전했다.
기본적으로 미중러 3자 회동은 두 전쟁을 군사적 해결이 아닌, 대화로 종결짓기 위한 협의체 기능을 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큰형들 사이에 고공 외교전의 명분이 만들어지려면 더 극적인 무력충돌이 선행돼야 할지도 모른다. 다음달 18일 APEC 회의를 앞두고 어떤 상황이 먼저 전개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실제 미국 중간선거(11월3일) 직후 이란과 우크라이나 두 전장에서 무력충돌 수위가 극적으로 높아진 뒤 미중러 3자 회담이 열린다면 이 자리는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이란과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바탕 근육을 자랑한 뒤(분풀이를 한 뒤) 종전으로 가기 위한 협상장이 될 것이다.
◆ 우크라서 대만까지…'3극(Tripolar)' 지도 그려지나
미중러 정상회담에서 다룰 주제가 아시아·태평양 지역까지 넓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중국 측 발표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달 24일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의 기존 "지지하지 않는다"는 표현보다 한층 수위를 높인 요구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시 주석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고만 했다. 승인 대기 중인 140억달러 규모의 대만 무기 판매 패키지에 대해서도 결정을 내놓지 않았다.
대만의 미래 지위에 대한 외부 세력의 발언권을 차단하는 것은 중국의 핵심 이익이다. 3자 구도가 이를 강대국 간 '양해' 형태로 굳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선 스팀슨센터 중국 프로그램 국장은 WSJ에 "중국은 강대국들의 중심축이자, 잠재적으로 미·러 간 중재자로 비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큰 나라끼리의 거래라는 트럼프식 서사를 아시아에 투영하면 한국과 일본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이미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을 "2차대전 당시 동맹"으로 표현하자 중국이 이를 대일 압박 논리로 활용할 수 있다며 경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APEC 계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시 주석 간 회담 요청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지원하며 군사 협력을 강화해 온 만큼, 한반도 문제가 테이블에 오를 경우 중국은 물론 러시아도 북한 쪽에 무게를 실을 수 있다는 점은 한국 정부가 유념할 대목이다.
◆ 변수는 美 의회 반발과 '선거 이후'
미·중·러 3자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일정과 의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WSJ는 중국 당국자들이 3자 회동이 APEC 주최국으로서의 위상 과시를 가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즉각 반발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X에 "러시아, 중국, 미국 정상 간 3자 회동은 오히려 푸틴이 전쟁을 지속하도록 부추길 뿐"이라며 "러시아는 글로벌 강국이 아니라 글로벌 문제"라고 직격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미국이 중재하는 자신과 푸틴 대통령의 3자 회담을 거듭 촉구해 왔다. 그는 영토 문제는 "오직 정상급에서만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11월 기술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군사력 제한이나 전후 중립화 문제는 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가 배제된 미·중·러 회담 구상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아르세니 야체뉴크 전 우크라이나 총리도 24일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미·러·중 간 협상이 유럽 안보 구도를 분할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러한 회담 구상을 1938년 뮌헨협정과 1945년 얄타회담에 빗댔다.
미 의회의 반대 목소리도 거세다. 공화당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세계를 압도하려는 두 나라 정상과의 정상회담은 터무니없다"고 했다. 같은 당 빌 캐시디 상원의원도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정하는 3자 회담은 "무모하고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발언들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나온 만큼, 선거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셈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우크라이나·러시아·미국 간 실무 협상도 별도로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러시아 국민통합의 날인 11월 4일 이후 3자 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날짜는 제시하지 않았으며, 다음 회의는 본격적인 합의보다 각 측의 입장을 탐색하는 예비적 성격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낮췄다.
3국 실무 대표단이 아부다비나 스위스에서 만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장소와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당사국 실무 협상과 우크라이나가 배제될 수 있는 미·중·러 정상급 '빅3' 구상이 동시에 굴러가는 이중 트랙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푸틴 대통령의 12월 미국 마이애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여부도 11월 선전 회의의 성과에 달려 있다는 게 우샤코프 보좌관의 설명이다. 그는 G20 정상회의 초청장을 받았다고 확인하면서도, 러시아는 우선 11월 APEC 정상회의에 집중하고 이후 12월 일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니얼 프리드 전 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차관보는 더힐에 "당사국을 뺀 채 (우크라이나를 두고) 강대국끼리 하는 거래를 '새 얄타'라고 부른다"며 "이제 러시아가 그것을 제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