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26일 중국 AI 랩 뮤지컬 ‘과래인’이 공개 2주 만에 1억뷰를 돌파했다.
- 역사적 인물들의 고난을 주거비·취업난 등 현대인의 현실과 연결했다.
- 왕쿤저는 수천 위안의 비용으로 제작해 AI 콘텐츠의 공감 가능성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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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도 안 돼 조회수 1억회…AI 제작비 수천 위안에 불과
두보 이백 공명 손오공 유방 항우 등장해 현대인 위로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베이징 특파원= 중국의 위대한 시인 두보도 수도 장안에서 치솟는 집세를 걱정하고, 송나라 문호 소식(소동파)은 직장 내 구조조정과 35세 취업 장벽을 한탄한다. 신화 속 손오공부터 역사 속 명장과 문인까지 누구나 익히 아는 역사적 인물 10명이 랩을 통해 오늘날 청년과 중년의 고단한 삶을 노래하는 인공지능(AI) 뮤지컬이 중국 온라인 콘텐츠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과 펑파이 신문 등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AI로 제작한 중국어 랩 영상 '과래인(过来人·과거를 살아본 사람)'은 공개된 지 2주도 채 되지 않아 중국 주요 플랫폼에서 누적 조회수 1억회를 돌파했다. 역사적 인물들의 고난을 현대인의 주거비 부담과 취업난, 직장 스트레스에 연결한 기획이 공감을 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당나라 시인 두보와 이백, 송나라 문호 소식, 초한지의 주인공 유방과 항우, 조조, 제갈공명,사마중달, 손오공, 구천 등 중국 역사와 신화에 등장하는 명인 10명이다. 이들은 고전 시가를 읊거나 후대에 교훈을 설파하는 대신, 자신들이 겪었던 좌절과 고난을 랩으로 풀어내며 현대인에게 위로와 격려를 건넨다.
영상은 두보의 신세 한탄으로 시작한다. 두보는 가난한 백성에게 집을 제공하고 싶다는 소망을 노래한 시인으로 유명하지만, 영상 속에서는 마흔이 넘도록 당나라 수도 장안(시안)에서 세를 살며 집주인의 임대료 인상 요구에 시달리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러고는 시청자에게 묻는다. "당신도 똑같은 일을 겪고 있지 않나요?" 베이징의 한 직장인은 "직접 영상을 보다보면 두보가 마치 "인생 다 그런 것 아니냐(人生即是如此)"며 방노(집의 노예) 처지의 현대인들을 달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천재 시인의 고뇌를 오늘날의 월세와 주택담보대출 부담에 빗댄 것이다. 고전 속 인물이 현실적인 주거 문제를 토로하는 장면은 역사적 지식을 활용하면서도 현대인의 일상을 생생하게 포착한다.
이백도 조조 다음으로 등장해 "나도 한때 사표를 쓴 적이 있다오"라며 마치 스트레스가 큰 직장에 너무 얽메이지 말라고 당부하듯 노래한다. 이백은 돌연 영어로 "사람들은 나보고 살아있는 최고의 시인이라고 했다"고 말해 흥미를 돋운뒤 "하지만 나는 그냥 자유인의 삶이 좋았죠"라고 랩을 마무리 했다.
송나라의 문호 소동파는 직장인의 애환을 대변한다. 정치적 부침으로 여러 차례 좌천과 유배를 겪었던 그는 영상에서 중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35세의 저주'를 언급한다.

35세를 넘긴 직장인이 채용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고 입사뒤에도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현실,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완곡하게 표현할 때 사용하는 '최적화'라는 말도 풍자의 소재가 된다.
이처럼 역사적 인물들의 좌절은 단순한 시대극이나 유머를 넘어 오늘날 중국 사회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직장과 주거, 경제적 부담에 지친 시청자들은 댓글을 통해 자신의 취업 실패와 대출 상환 부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경험까지 털어놓고 있다. 한 이용자는 "중년의 고단한 현실을 이보다 적나라하게 포착한 작품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에서는 26일 오전 기준 전체 시간 4분 40초의 이 영상에 '좋아요' 300만개 이상, 댓글 9만7000여개가 달렸다. 콘텐츠에 대한 반응을 넘어 이용자들이 각자의 고민을 공유하는 일종의 감정적 소통 공간으로 발전한 셈이다.
작품을 만든 인물은 10년 넘게 영상 창작자로 활동해 온 왕쿤저(王坤喆)다. 그는 올해 초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역사적 인물들이 랩 대결을 벌이는 영상도 앞서 선보였지만, 이번 작품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중국 매체 펑파이신문에 따르면 제작에는 3~4일이 걸렸고, AI 구독료와 컴퓨팅 비용 등을 합친 지출은 수천 위안에 그쳤다. 일반적인 음악·영상 제작에 필요한 인력과 촬영, 후반 작업 비용을 크게 줄인 것이다.
왕쿤저는 음악 장르와 구성, 박자, 가사의 기본 방향을 직접 설계한 뒤 AI 도구를 활용해 편곡과 결과물을 반복적으로 수정했다. 그는 AI를 창작자를 위협하는 기술이라기보다 누구나 콘텐츠 제작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의 민주화'로 바라봤다.
생성형 AI가 영상과 영화 산업의 제작 방식을 바꾸는 가운데, 이번 사례는 저렴한 제작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성공 요인을 보여준다. AI가 콘텐츠를 대량 생산할 수는 있지만, 대중의 감정을 움직이는 공감과 메시지까지 자동으로 만들어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왕쿤저는 "AI는 콘텐츠를 대량 생산할 수 있지만, 공감과 감동까지 대량 생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작품이 반복해서 전하는 메시지도 단순하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그는 이번 성공을 계기로 AI를 활용한 다양한 음악과 서사 형식을 실험하고, 기술이 성숙하면 AI로 제작한 장편영화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역사 속 위인들의 입을 빌려 오늘의 고단한 현실을 노래한 이 작품은 AI 시대 콘텐츠 경쟁에서 기술만큼이나 기획력과 인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