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7월 중국 투먼에서 북중 화물 운송과 외국인 유람선 관광이 재개됐다
- 러시아 군사협력과 중국 밀착으로 북한의 경제·외교적 선택지가 넓어졌다
- 북한의 북방 실용외교 강화로 북미 정상회담과 비핵화 협상은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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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뉴스핌] 최헌규 베이징 특파원= 지난여름 중국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 투먼(圖們). 강 건너편으로 북한 남양시가 마주 보이는 이곳 투먼의 두만강에서는 한동안 중단됐던 외국인 유람선 관광이 재개됐다.
강 위의 철교로는 대형 화물열차가 북한 쪽으로 들어가고 있었고, 중국 측 강변에서는 세관 건물 확장 공사가 한창이었다. 유람선에 동승한 현지 중국인은 북중 교역이 늘어날 것이라는 신호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베이징에서 만난 전직 중국 경제 관료는 북한의 경제 사정이 과거보다 상당히 나아졌다고 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 평양에서 근무했던 그는 평양뿐 아니라 지방 도시에서도 경제적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만난 한 조선족 주민은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개입과 이에 따른 경제 사정의 변화를 1970년대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과 비교하기도 했다. 한국이 베트남전 특수를 경제 건설의 밑천으로 활용했듯, 북한도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통해 경제적 실익을 얻고 있다는 해석이다.

경제를 비롯한 북한의 제반 사정이 구조적으로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이 외화와 물자 확보에 숨통을 틔워주고, 중국과의 밀착을 통해 경제적·전략적 지원을 얻으면서 북한은 나름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고립무원에 놓였던 북한이 북방의 양강 외교를 통해 경제적·외교적 선택지를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 10월 24일 중국 단둥 방문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은 인적·물적 교류 증진의 상징인 신압록강대교를 통해 중국을 찾았고, 주요 산업 시설인 자동차 공장을 시찰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방중이 북중 간 산업·경제 협력에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방중은 비핵화를 요구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미국과의 협상을 시도하기보다 북방 우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산업과 경제를 챙기는 데 무게를 둔 행보로 보인다는 관측이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을 상대로 실익을 추구하는 이른바 '김정은판 실용외교'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로부터는 군사협력의 대가를 확보하고, 중국에서는 경제협력과 외교적 지원을 기대하는 구도다. 이를 통해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양쪽에 대한 의존도를 균형 있게 관리하는 동시에 전략적 자율성도 높여 나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사회가 북중 관계의 변화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분석가들을 인용해 북한의 대외 전략이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 당시 양국 정상이 군사 분야를 포함한 폭넓은 협력을 논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공개적으로 강조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이 주목된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핵 문제를 놓고 북한과 갈등을 빚기보다는 협력과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단둥 방문을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지만,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신호가 포착되지 않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에 대한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북미 간 정상회담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나 실무급 접촉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을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삼고 있는 만큼, 미국이 비핵화 원칙을 고수한다면 대화는 계속 겉돌 수밖에 없다.
2018~2019년 북미 정상회담 당시와 비교하면 협상 환경은 달라졌다. 당시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경제난 속에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돌파구로 삼으려 했다. 하지만 북방에서 경제적 활로를 찾은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통해 실리를 확보하고, 신압록강대교 개통에서 보듯 중국과의 경제협력 기반도 강화해 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민간외교 연구기관인 차하얼학회의 차오신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북한에 경제적 이익과 함께 새로운 외교적 출구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경제 사정이 나아지고 북방 외교와 중러 양강 협력이 순조롭게 작동할수록 미국이 요구하는 핵무기와 우라늄 농축 시설, 탄도미사일의 포기는 더 이상 유효한 협상 카드가 되기 어렵다. 지난 주말 베이징에서 만난 북한 문제 전문가는 "무엇보다 미국의 이란 공습 상황을 지켜본 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