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3일 이일하 감독과 신숙옥이 영화 ‘호루몽’ 제작과 메시지를 소개했다
- 신숙옥은 차별에 맞선 힘으로 부모의 삶과 한국 근대사를 꼽았다
- ‘호루몽’은 자이니치 여성들의 역사와 기억을 담아 11일 개봉한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이일하 감독, 여성 3대 서사 통해 자이니치 역사 담아
[서울=뉴스핌] 정태이 기자 = "이런 저를 지금까지 성장시켜 준 건 한국의 근대사입니다."
자이니치(재일 코리안) 3세인 인권운동가 신숙옥이 차별과 혐오에 맞서 살아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그 원동력으로 한국의 근대사를 꼽았다. 그의 삶과 자이니치 여성들의 역사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호루몽'이 관객들과 만난다.

3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호루몽'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일하 감독과 신숙옥이 참석해 영화의 제작 과정과 자이니치로 살아온 삶, 작품에 담긴 메시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호루몽'은 신숙옥의 삶과 차별에 맞선 여정을 중심으로 자이니치 여성들의 역사와 기억을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다. 신숙옥의 법정 투쟁과 함께 여성 3대의 이야기가 맞물려 펼쳐진다.
작품의 제목에도 자이니치의 역사가 녹아 있다. 이 감독은 '호루몽'이 간사이 지역의 말로 '버리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비롯됐다며, 과거 자이니치들이 일본인들이 먹지 않던 내장을 가져와 깨끗이 손질하고 양념해 먹거나 주변에 나누고 판매하면서 생계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한때 버려지던 음식은 이후 일본에서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감독은 이 같은 역사에 착안해 자이니치의 문화와 역사 역시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제목에 담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제목부터 자이니치의 역사와 맞닿아 있는 작품의 출발점에는 이 감독과 신숙옥의 오랜 인연이 있다. 이 감독이 처음 신숙옥을 알게 된 것은 2000년 일본 유학 시절이었다. 당시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난 그는 다다미 4장 반 크기의 작은 방에서 생활하며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고 있었다.
그는 "어느 일요일 아침 TV를 켰는데 선생님이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있었다"며 "유학생으로 힘든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의 발언을 듣고 너무 기분이 좋아 방에서 만세를 불렀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후 일본 내 헤이트 스피치와 이에 맞서는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카운터스'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신숙옥을 직접 만나게 됐다. 이 감독은 주변 사람들을 포용하며 현장을 이끄는 신숙옥의 모습을 보고 "원더우먼 같았다"고 표현했다. 이후 법정 투쟁이 시작되자 신숙옥에게 다큐멘터리 제작을 제안했고, 이를 계기로 '호루몽'이 출발했다.
신숙옥은 처음부터 자신의 삶을 카메라에 담는 데 적극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처음 말씀을 주셨을 때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2013년 일본에서 헤이트 스피치가 정점에 달했던 시기 이 감독이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고 기록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했다.
신숙옥은 당시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마저 쉽게 나서지 못했던 상황에서 이름 없는 시민들이 헤이트 시위에 맞섰고, 이 감독이 양쪽 현장을 오가며 이를 기록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역사적인 기록을 계속 촬영하는 감독이 한국인이고, 후배 세대인 그분이 나를 찍고 싶다고 했을 때 이를 거절하는 것은 오히려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오랜 시간 차별과 혐오에 맞설 수 있었던 힘으로는 부모의 삶과 한국 근대사를 꼽았다.
신숙옥은 식민지배와 해방 이후의 혼란 등 수많은 격동을 겪고도 민주주의를 이뤄낸 한국의 역사를 언급하며 "나 역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름과 자이니치로서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살아가는 것 역시 그런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가족 안에서도 같지 않았다. 신숙옥은 일본 국적을 선택한 어머니의 삶을 돌아보며 과거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요구했던 일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에게는 저의 인생이 있고 엄마에게는 엄마의 인생과 시간이 있다"며 자신의 정의감만으로 어머니의 선택을 판단했던 미숙함을 지금도 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개인과 가족의 기억, 자이니치의 역사를 한 작품 안에서 풀어내기 위해 이 감독은 다큐멘터리의 표현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이 감독은 처음부터 '호루몽'을 신숙옥의 삶을 다루는 전기 영화로 구상했다. 신숙옥의 법정 투쟁이라는 축과 여성 3대의 서사를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하다 '몸짓'이라는 표현 방식에 주목했다. "여성들의 몸짓으로 험난했던 자이니치의 역사와 문화를 표현하면 조금 더 와닿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직접 촬영하기 어려운 법정의 이야기와 여성 3대의 서사가 자연스럽게 맞물리도록 무용 등의 장치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긴 시간 촬영한 영상을 한 편의 영화로 압축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내용을 덜어냈다. 이 감독은 자이니치 100년사의 내부 문제까지 폭넓게 다루고 싶었지만 영화가 지나치게 방대해질 수 있다고 판단해 신숙옥의 삶과 법정 투쟁, 여성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영화가 다루는 혐오와 차별은 신숙옥에게 과거의 기억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신숙옥은 법정 투쟁이 이어지던 당시를 "인생에서 가장 지옥 같은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SNS와 뉴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공격이 온라인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의 폭력으로 이어졌으며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털어놨다.

신숙옥은 자이니치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에는 민족적 혐오뿐 아니라 여성혐오까지 겹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자이니치 6세가 태어나고 있음에도 여전히 외국인으로 취급받고 있다며 자이니치 여성들이 마주하는 현실을 짚었다.
오랜 시간 차별에 맞서온 또 다른 원동력으로는 "이렇게 힘든 세계를 만들어버린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을 들었다. 신숙옥은 "후배 세대들에게는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혐오에 맞서는 사람들에게는 연대를 강조했다.
신숙옥은 "단일 민족 국가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사람이 이주의 역사를 갖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곳곳에서 차별과 공격을 받는 사람들이 서로 손을 잡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함께 연대해서 싸워나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정말 오랜 기간 열심히 준비한 영화"라며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고 묻혀 있던 역사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숙옥 역시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은 대부분 남성들"이라며 "'호루몽'에는 자이니치 여성뿐만 아니라 한반도에서 살아온 여성들의 다양한 역사가 담겨 있다. 그 역사를 보시고 마음에 담아가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호루몽'은 오는 11월 11일 개봉한다.
taeyi42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