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대중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변상문의 風流 여행기] 진도 소포리 사람들 ④ 아리랑 밥상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이지러진 시월상달 보름달이 꼬부랑 꼬부랑 난 고샅길에 하얗게 쏟아졌다. 개짖는 소리가 요란한 것을 보아 섬속의 시골마을이지만 사람의 왕래가 많음을 알 수 있었다. 다음날 시제를 모신다는 어느 할멈은 쪽마루에 앉아 조기를 굽고, 마당 설거지를 하는 팔십 촌부의 얼굴엔 세월이 꼬깃 꼬깃 구겨져 깊이 패인 주름에 박혀있다.

마당 설거지 중인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물었다.
“할아버지 이름 알 수 있어요?”
“나? 김덕춘여.”
“나이는요?”
“칠십오.”
“옛날엔 어떻게 소리하며 살았어요?”

순간 할아버지의 동공엔 EBS 방송국 교양 프로그램의 다큐같은 화면이 그려졌다. 옛집 앞 정자 처마끝은 쟁기 목털같은 단청이 금방이라도 날 듯 날개를 폈다. 넓은 앞마당엔 굿물을 든 수십명의 걸군농악패가 풍장치며 분주히 움직인다. 김 할아버지 동공이 촉촉이 젖었다.

소포 걸군농악. 전남도지정 무형문화재 제 39호로써 보존회장 조한열 등 60명이 성성(星星)하게 지켜오고 있는 전형적인 군고(軍鼓)다. 고려시대 삼별초를 겪으면서,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진법을 돕기 위해 적진영에 굿물을 들고 잠입해 첩보를 입수 보고한 농군(農軍)이 그 시초다.

농군군고(農軍軍鼓)가 조선후기로 접어들면서 놀이 형식이 가미돼 정월 당산 굿을 비롯해 마당밟기 할 때, 풍어제 할 때, 논매기 할 때, 추석에 마을 축제로 농악을 즐길 때, 상여가 나갈 때 굿물을 치며 놀고 있다.

풍물을 다른 말로 농악, 풍장, 두레, 걸궁, 걸립 등으로 부른다. 진도에서는 걸군, 걸궁, 메구굿, 풍장굿, 지신밟기, 마당밟기라 하며 노동예능으로 볼 때는 두레라하고, 풍류로 볼 때는 풍장이라고도 한다. 다른 지역 풍물은 연희를 중심으로 하지만, 소포 걸군농악은 적에 관한 첩보를 입수하기 위한 진법 형태로 대오를 짜서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소포 걸궁농악도 세태의 변천에 따라 남자가 부족해 그동안 포함시키지 않았던 여자들도 회원으로 참가하여 보존활동을 하고 있다. 마당, 판은 없어지고 무대만 있는 현재의 풍류가 진도 소포리까지 침습해 가고 있었다.

김 할아버지의 동궁속 화면이 바뀌었다. 옥당(玉堂)이었다. 더 할 수 없는 예능의 극치를 일컫는 야생의 변(變)이다. 달 밝은 마당에 수십명의 부녀자들이 손에 손을 잡았다. ‘오동추야 달밝은데 님의생각 절로나네’ 느린 진양조의 강강술래 인사말이 청아하게 달빛타고 흐르다 이내 빠른 자진모리로 변해 흘렀다.

강강 술래
강강술래는 국가지정 중요 무형문화재 제 8호다. 보름날 밤에 여자 혹은 남녀가 손을 잡고 둥글게 돌면서 춤추는 놀이다. 주로 정월 대보름과 추석 때 많이 놀았다. 보름달 아래에서 둥글게 원을 그리며 춤을 추는 것은 달에게 풍요를 기원하는 주술적 의미가 담겨 있다. 강강술래 역시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우리 군사가 많은 것으로 꾸미기 위해 만든 것이 시작이라는 설이 있다.

강강 술래 모습
소포리 강강술래는 다른 지역과 달리 진강강술래, 중강강술래, 자진강강술래의 구분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또한 개고리 타령, 바늘귀 뀌기, 밭갈이 가세, 굴러라 굴렁테, 남한산성 도척이야 등의 부수 놀이가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강강술래 둥근 춤 너머 죽음이 보였다.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죽음을 아는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삶은 죽음이 있기에 의미가 있다. 컴퓨터 그래픽 같은 강강술래 화면에 죽음을 슬퍼하는 상주의 모습과 상여소리 만가(輓歌)가 슬프게 슬프게 울려 퍼졌다.

윤회(輪回). 사람이 죽으면 업 따라 인연 따라 다시 태어난다. ‘다시 태어나다’의 말이 변하여 ‘다시래기’다 됐다. 슬픔에 잠겨 있는 상주를 위로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벌이는 마당극이 ‘다시래기’다. 국가지정 중요 무형문화재 제 81호다. 출상전 날 밤 전문 소리꾼을 초청해 잡가, 북놀이, 판소리 등을 걸지게 부르고 봉사와 봉사처가 등장하여 웃음꽃을 피운다. 죽음이 또다른 의미의 축제로 승화되는 것이다.

상여소리 만가(輓歌)는 전남도 지정 무형문화재 제 19호다. 꽃상여가 망자를 태우고 바람에 흔들리며 외롭디 외로운 길을 떠난다. 이 길을 배웅하는 산 자들은 북, 장고, 꽹과리, 피리를 치고 불며 긴 질베를 잡고 죽음을 노래한다.

‘늙어 늙어 만녀주야. 다시 젊기 어려워라 하날이 높다해도 초경에 이슬오고 북경이 멀다해도 사시행차가 왕애를 하네. 산에 나무를 심어 유전 유전이 길러내야 고물고물이 단청일세. 제화 좋네 좋을 시구나 명년 소상 날에나 다시 만나보세. 가자서라 가자서라 북망산천을 가자서라. 가시는 날자는 정해졌으나 오시는 날짜는 기약이 없네.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북망산천 나는 간다. 일세동방 다굴적에 청용한쌍이 묻혔으니 알아감시로 다궈나 보세. 인제가면 언제오나 어기청청 다구요.’

김 할아버지 동공속의 옛 화면이 삭제됐다. 죽은 자는 죽은 자의 길을 갔다. 산자는 산자의 길을 가야 한다. 산자의 길은 일을 하는 것이다. 달 지니 해가 떴다. 아침 동살 받으며 소포리 앞 바다에 닻배가 떴다. 머리에 흰 수건 두른 조야스런 뱃사람들의 푸른 힘줄이 팔뚝에 불끈 불끈 솟았다. 닻배소리(전남도 무형문화재 제 40호)가 푸른 바다 너머 물결 따라 바람 따라 울려 퍼졌다.

닻배소리에 덧씌운 소리가 환청으로 들렸다. 지난 늦여름 초록이 짙은 밭에서 아낙네 예닐곱명을 만났다. 고추를 따고 있었다. 충충한 고추나무는 아직 앙징맞게 작은 하얀 꽃을 그냥 달고 있는 데 새빨간 고추가 실하게 열렸다. 머리에 쓴 수건 아래로 남도들노래(국가 지정 중요 무형문화재 제 51호)가 애절하게 흘렀다.

‘이슬비는 부슬부슬 굵은 비는 담상 담상. 여그도 놓고 저그도 놓아 두레방 없이만 심겨 주게. 어기야 여허 여리하 여라 상사로세.’

상사소리로는 신이 좀 부족했는지 진도 아리랑으로 넘어갔다. 세마치 장단에 맞춰 지르는 소리(높이 부르는 소리), 숙이는 소리(낮게 하는 소리)를 섞어가며 멈춤없이 불렀다. 소포리엔 그렇게 담백한 풍류가 넘쳐 나고 있었다.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한동훈, '최대 격전지' 북구갑 당선 [서울=뉴스핌] 신정인 박서영 기자 = 6·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한동훈 무소속 부산 북구갑 후보가 접전 끝에 당선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일 오전 2시 기준, 한 후보는 42.99%의 득표율(3만4920표)을 기록해 당선이 확정됐다. 한동훈 무소속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29일 오전 부산광역시 북구 만덕2동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아내인 진은정 씨와 함께 사전투표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사진 = 뉴스핌DB]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인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1.24%(3만3495표)를 얻어 2위에 머물렀다. 두 후보 간의 격차는 1.75%포인트(1425표)에 불과했다.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는 15.76%(1만2802표)의 득표율로 3위에 그쳤다. 한 후보는 이날 북갑 선거사무실에서 "역사적인 승리로 북구의 미래와 보수 재건의 길을 열어주신 북구의 위대한 시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제게 맡겨주신 임무를 북구 시민과 부산 시민, 대한민국 국민을 먼저 생각하면서 반드시 완수해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북구를 발전시키고 보수를 재건하며, 이재명 정권의 폭주를 제어해 대한민국의 균형추를 맞추겠다"면서 "민심이 대단히 두렵고 위대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오직 민심만 보고 가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석패한 하 후보는 '북구 발전의 열망, 잊지 않고 더 낮은 자세로 정진하겠습니다'라는 낙선 인사를 통해 "이번 보궐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모든 분의 성원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승리하신 한동훈 후보께도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하 후보는 "결과로 보답하지 못해 송구하고, 지난 한 달간 확인한 주민분들의 북구 발전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가슴 깊이 새기며 앞으로도 낮은 자세로 북구를 지키겠다"고 했다. 이번 보궐선거는 거대 양당 후보 사이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한 후보가 막판 스퍼트로 역전에 성공하며 부산 지역 정치 지형에 새로운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allpass@newspim.com 2026-06-04 02:20
사진
'대구 달성' 이진숙 당선 확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6·3 국회의원 보궐선거 대구 달성군에서 이진숙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이 확실한 것으로 전망됐다. 1961년생으로 올해 64세인 이 후보는 경북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언론학 석사 학위를 받은 언론인 출신이다. 이 후보는 1987년 MBC 기자로 입사했다. 최초의 여성 종군기자로 이름을 알렸으며, 이후 대전MBC 사장을 역임하는 등 언론계에서 굵직한 커리어를 쌓아왔다. 이 후보는 윤석열 정부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발탁되며 정권의 핵심 인사로 주목받았다. 방통위원장 재임 시절 공영방송 개혁 등을 추진하며 보수 진영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이번 6·3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보수의 심장'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달성군에 국민의힘 후보로 전략 공천돼 출마했다. 이 후보는 선거 운동 기간 내내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대구 달성군의 정권 심판론을 차단하고 지역 표심을 빠르게 흡수해 왔다. 당선이 확실시됨에 따라 이 후보는 언론계와 행정부를 거쳐 국회의원으로서 여의도 정계에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allpass@newspim.com 2026-06-04 00:2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